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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수 Nov 01. 2024

깊은 가을에 피어나는 꽃들을 보며

# 조금 부드럽게 살 것을 그랬다

추명국(대상화)

11월의 첫날입니다.

11월은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로운 새해를 준비하는 달입니다.

연말연시를 앞둔 12월은 세상따라 마음도 들떠서 차분하게 정리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라빈드라나드 타고르의 <사랑의 열매 모으기> 1번에 있는 글입니다.


"내게 명하십시오, 비록 일부는 없어지고, 일부는 설익었지만 바구니에 가득 담아서 당신의 뜰에 가져갈 수 있도록 열매를 모으겠습니다......"


가을, 저녁 시간, 석양, 해변 등 인생의 늙그막을 상징하는 시어들이 가득합니다.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에 내가 맺은 열매를 거둔다면 어떤 모습일까?

비록 일부는 사라지고, 일부는 설익고, 일부는 상처나고, 일부는 벌레 먹고....그런 모습이겠다.

하지만, 그것이 나의 열매이므로 나는 기꺼이 그 열매를 내 삶의 바구니에 담을 것이다.


등골나물


11월이 시작되는 날 아침,

"좋았어, 다시 한 번 산뜻하게 시작해 보자!" 생각하며 지난 날들을 돌아봅니다.


이룬 것은 크게 없지만 정말 열심히 살았습니다.

그래서 부끄러움은 없는데 아쉬움이 있고, 뭔가 문제가 있었습니다.

이순(耳順)의 나이가 넘어서야 알았습니다.


틀린 말은 아니었지만,

나와 생각이 다른 이들을 향해 날카롭고, 차갑고, 딱딱한 말들을 많히 뱉어냈습니다.

죽음의 속성과 유사한 말들이지요.

이제사 깨달은 것은 쉽지 않은 일이지만,

바른 말일수록 부드러움 따스함이라는 외피를 입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것이 생명의 속성을 닮은 말인것이요.

그리고 이런 말들만이 인류를 구할 있을 것입니다.


나비바늘꽃


시월의 마지막 날, 근교의 공원으로 산책을 나갔습니다.

깊은 가을, 

여전히 꽃들은 피어 자신들의 삶을 노래하고, 그 노래 속에는 인간을 향한 신의 세미한 음성이 들어있습니다.


미련, 아쉬움......

모든 인생이 그런 것이지요.

그러나 놓아버려야 새로운 가능성이 열리게 되는 것입니다.

꽃이 진 자리에 열매가 맺히고, 낙엽이 떨어진 자리에 꽃눈이 열리듯이 말입니다.


그러나 아쉬워하는 것을 비난하지는 맙시다.

그게 사람이고, 그게 인생입니다.


부추

가을 꽃들은 향기가 깊습니다.

제 책상 투명한 찻잔에는 올해 수확하여 정성껏 말린 구절초차가 연록색 빛을 머금고 담겨있습니다.

신기하게도 구절초의 향기가 납니다. 

당연한 것인가요?


가을꽃이 향기가 깊은 까닭은 오랜 인내가 만들어 낸 결과물이기때문입니다.

가을 꽃에는 봄과 여름과 가을이 다 들어있습니다.

물론, 겨울도 들어있죠.


아주 오랜 시간, 천천히, 느릿느릿 피어났으므로 사연도 많을 것이고, 

그 사연들이 그의 향기를 깊게 한 것입니다.

노년의 삶을 살아가는 이들은,

그동안의 사연들이 깊은 향을 낼 수 있도록 더욱 더 마음을 지켜 경거망동하지 말아야할 것입니다.


해국
향유
감국


다들 꽃향기 한 몫하는 가을꽃들입니다.


어제는 신비한 광경을 보았습니다.

집마당에 이런 저런 화분이 있고 곤충들이 날아듭니다.

이른 봄부터 가꿨던 구절초와 감국이 있고,  얼마전 화원에서 사온 화들짝 핀 국화도 있습니다.

그런데,

곤충들은 한결같이 화원에서 사온 국화에는 얼씬도 않고 구절초와 감국에게로 갑니다.

그들도 아는 것이죠.


겉으로 보이는 화사함이 아니라 속내에 품은 향기를 볼 줄 아는 것이죠.


가을이 깊습니다.

우리들도 겉보다는 속내를 가꾸고, 겉사람만 보지 말고 속사람을 보며, 

다시 산뜻하게 11월을 시작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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