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흐어 Feb 24. 2020

@클램본, 나나미로 다시 세상과 마주하다

@클램본이 sns를 벗어나 진정한 자신인 ‘나나미’가 되기까지


나나미는 이십대 초반 소심한 성격의 계약직 선생님으로 현실보다는 플래닛이라는 sns로 자신(클램본)을 솔직하게 드러낸다. 그래서 현실보다는 sns 상 팔로워들과 좀더 진솔한(?) 관계를 맺는다. 


남편 역시 가상의 공간인, ‘사랑만들기’라는 소개팅앱을 통해 만나 결혼하게 됐다. 하지만 같은 가상의 공간이긴하지만 남편과의 관계는 플래닛sns에서 맺어진 팔로워들과는 조금 다른 양상이었다. 

말하자면 sns(플래닛)가 솔직하게 자신의 의견이나 생각을 드러내는 트위터와 비슷하다면, 소개팅앱은 등록된 프로필사진처럼 ‘해피해피’한 자신의 쇼윈도우 모습을 사진으로 보여주는 인스타와 같았다.   


나나미가 sns 친구들에게만 고백했듯, 이 관계는 마치 “쇼핑을 하듯 손에 넣은” 너무도 쉽게 얻어진 관계였다. 그리고 거짓말로 이뤄진 관계였다. 


처음에는 남편에게 숨긴 채 신부측 하객대행을 불러 결혼식을 치뤘다. 그 뒤부터 나나미의 거짓말은 연쇄적으로 이어졌다. 당연하게도 거짓말을 잔뜩 늘어놓은 결혼생활은 위기를 맞이했고, 결국엔 이혼을 하게 된다. 


한동안 길을 잃고 방황하던 나나미는 sns 플래닛에서 알게된 ‘아무로’의 소개로 어떤 알바를 하게 된다. 거기서 마시로를 만나게 되고, 그 둘은 함께 살며 깊은 우정(사랑?)을 나누게 된다. 


마시로를 만나 사랑을 한 지 얼마 안 돼 갑작스레 마시로는 죽음을 맞이한다. 나나미는 이제부터 sns에서 세상 밖으로 홀로 나와 온전한 나, ‘나나미’로 살아가길 다짐한다. 물론 ”당분간은 울면서 지내겠지만” 말이다.


마시로의 만남 전에는 sns 속 클램본이 곧 나나미 자신이었다. 클램본은 나나미가 현실에서도 드러내지 못했던 나를 표상(?)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 역시도 ‘클램본’이라는 계정 뒤에 숨은 나였지 ‘미나가와 나나미’, 곧 진정한 자기 자신은 아니었다.

어쩌면 이 클램본이 그동안 나나미가 세상과 관계를 맺는 데 방해를 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두 사람은 서로 sns를 한 번도 사용하지 않고 함께 살았다. 이런 시대에 마치 기적과도 같은 나날을 보냈다.”


소설 말미에 등장하는 이 문구처럼 나나미는 마시로가 끝내 읽지 못했던 메시지를 보고서야 비로소 깨닫는다. 이런 시대에 sns 없이도, 현실에서 기적과도 같은 관계를 맺었노라고.

sns의 클램본이라는 가면을 벗고 현실에 온전한 나를 드러내고서야 상대와 진정한 관계를 맺을 수 있었노라고. 


나나미는 마시로를 만난뒤 sns 밖 세상으로 나와 ‘나’로 살아갈 용기를 얻게 되었다. 


이제부터 @클램본이 아닌 나나미로서 다시 시작이다.

작가의 이전글 어느 세일즈맨의 죽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