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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흐어 Jan 23. 2023

230123.냉장고와 집 청소 후 유나바머


금주 1 (계속 1일 차에 머물 예정이다.)


집 안의 넷플릭스 존을 벗어나 티 존으로 와서 앉았다.

금주 1일 차. 전기장판 자리에 눕기엔 생각보다 너무 이른 시간(저녁 7시)이었기에,

형성된 지 좀 오래 지나 처음 앉아본 티 존에 기어이 앉을 수 있었다.


술을 마시지 않은 저녁엔 생각보다 할 것이 많았다.

선물 받은 유기농 천지유자진피차 티백을 마실 수 있고,

몇 년만인 지도 모를 브런치에 글을 쓸 수도 있었다.

더구나 항상 감상으로만 끝났던 여운이 남는 넷플릭스 영상(주로 다큐, 드라마로는 해방일지, 브레이킹 베드 등)에 대한 소감도 짧게나마 끄적일 수 있다.



유나바머는 미국 최대 규모의 fbi를 나서게 한, 연쇄폭탄 테러범.

그는 70년대에 극단적 무정부주의 환경보호론자(반기계론자, 반기계적시스템자?)를 주장하며,

유전공학자, 석유회사 광고 중역, 등에게 폭탄테러를 하며 살인을 저질렀다.


90년대에 들어서야, 그가 신문사에 낸 선언문을 통해 그의 동생의 신고로 잡힐 수 있었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행적이 ‘그저 미친 사람의 일탈’로 간단히 치부되지 않기 위해, 정신병자로 감형되는 걸 극구 거부한 채,

살인죄를 인정하고 감옥에 갇혔다.

넷플릭스 다큐멘터리의 4화 말미에 그가 하버드 재학시절 당했던 비인간적인 실험으로 그의 반동적 성격이 형성됐을지도 모른다는 추측을 내놨는데,

나도 거기에 동의한다. 한 나약하고 감성적인, 너무도 부서지기 쉬운 유리 멘털과 섬세한 인격의 소유자에겐,

때론 ‘의도치 않은’ 타인의 행동과 언사가 얼마나 극단적으로 반동적이고 파괴적인 성향의 인격으로 치달을 수 있는 도화선이 될지 모른다는 사실을 말이다.


위플래쉬의 그저 드럼을 즐길 뿐인 조나선? 학생도 극악무도한 선생 하나로, 제 자신을 얼마나 파괴적인 성취지향자로 만들었는지를 보면, 말이다..



—-

얼마 전 마감을 했는데, 이번 호 주제가 주제인지라 굉장히 많은 부적들을 봤고(길상, 벽사) 그래서 왠지, 음력설도 됐고, 본가에도 갔고, 주말이 되기도 했으니까, 현대의 부적(?)인 로또를 사야 할 것만 같은 강한 확신감에 사로잡혔다.

결과적으로 두 장 다 낙첨이었지만, 잠시나마 주술적인 힘에 기대 주말을 스무스하게 넘긴 것 같아 아예 허튼 짓은 아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본 부적들은 ‘길상’ 부적이라기보다 ‘벽사’ 부적이 더 많았나 보다)


——

설 연휴가 끝나고 며칠 묵으면, 그렇게 내가 가고 싶었던 곳에서 묵고 뵙고 싶었던 분을 만날 수 있게 됐다.

기다림의 미학이랄까.

그동안 운동하며, 마음 다스리며, 자비심을 가지고 회사생활 하며, 성실하게 업무를 하고 있어야겠다. 그럼 로또 당첨 발표 기다리는 시간보다 훨씬 더 시간이 빨리 갈 것이라고 믿는다.


——

그나저나 오늘 설거지하면서 밥그릇을 깼다. 그나마 딱 하나 있는 밥그릇인데, 이제 접시에 밥을 먹어야겠다.

그렇지만 나에겐 선물 받은 놋쇠 수저가 두 쌍이나 있다. 아.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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