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3월 1일
네게 사탕 과자를 주는 사람이 더 이상은 내가 아닐거야. 하지만 난 네 기억 속에 다른 맛난 것들을 놓아 두었단다. 네가 만나는 모든 것들을 먹어 보렴. 그 속까지 꼭꼭 깨물어 맛보렴.
- 할아버지는 바람 속에 있단다(록산느 마리 갈리에즈)
아이를 낳은 후 아이를 재우고 불 꺼진 방에서 스마트폰을 열어 글을 쓰고 전자책을 읽는 게 소소한 행복이 되었습니다.
특히 아이가 밤낮을 가리지 못했던 100일 이전에는 새벽 수유 후 곤히 잠든 아이를 안고 엄지손가락을 움직여 메모를 하는 시간이 참 좋았습니다. 오히려 아이가 통잠을 자는 지금은 책을 읽는 시간도, 마음을 담아 진솔하게 글을 쓰는 시간도 줄어든 것 같네요.
그때 쓴 글을 읽으며 그 시간을 잠시 떠올려봅니다. 아직 해도 바뀌지 않았지만, 그때 그 시간이 아련하게 느껴집니다.
아이를 생각하며 쓰는 글들을 차곡차곡 쌓아두었다가 시간이 흐른 후 기억의 뒤편에서 스스로 꺼내보고, 또 아이에게 꺼내줄 수 있으면 좋겠네요.
지금 시각은 오전 3시 55분.
분유 90mL를 꿀꺽꿀꺽 다 먹고 잠이 든 너를 안고 트림시키며 마음이 벅차올라 이렇게 몇 자 남겨본다.
오늘은 리우가 태어난 지 33일째 되는 날이야.
그동안 리우는 쑥쑥 잘 크고 있어.
이제는 제법 눈도 맞추고, 옹알이도 시도해보려고 하고, 볼과 팔다리에도 통통하게 살이 오르고 있어. 더 귀여워지고 잘 생겨진 것은 물론이고 :)
리우가 자지러지게 울 때면 무엇이 힘들고 불편한지 몰라서 속상해하며 너를 안고 발만 동동 굴렀던 것 같은데 이제는 리우가 원하는 것들을 조금을 알 수 있을 것 같기도 해. 초보 엄마 때문에 리우가 좀 고생하지? 미안해. 리우가 크는 만큼 엄마도 열심히 자라 볼게.
어제는 엄마 때문에 리우가 다쳤어. 침대 프레임에 끼워놓았던 모빌이 떨어졌지 뭐야. 아빠가 모빌이 잘 떨어진다고 빼놓자고 했는데 엄마의 고집과 오만함으로 그 말을 듣지 않았던 게 화근이 된 것 같아.
많이 놀랐지? 리우 얼굴에 생긴 상처를 볼 때마다 너무 미안하고 마음이 아파. 한 편으로는 더 많이 다치지 않아 감사하기도 하고.
티 없이 맑은 리우 얼굴에 상처를 내고서야 엄마는 쓸데없는 것에 고집부리지 않고 겸손해야겠다고 다짐하게 되는구나.
어제는 10시에 분유 먹고 12시쯤 일어나 기저귀 갈고 울지도 않고 쭉 잘 자더라. 이렇게 커가는 리우를 보며 참 감사해. 엄마는 잘해주는 게 없는데 리우는 이렇게 때 맞춰서 잘 자라주다니 정말 고마워.
리우가 뱃속에 생겨서 자라고, 이 세상에 태어나고, 한 달 남짓 리우를 키우면서 작은 것에도 더 감사하게 돼. 둔감하고, 덜렁대고, 자기중심적이고, 절제가 부족한 엄마 뱃속에서도 10달 동안 건강하게 잘 자라준 것, 어느 곳 한 군데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잘 태어나준 것, 손가락 발가락 눈코입귀 모두 예쁘게 태어난 것, 잘 먹고 잘 자고 잘 싸면서 쑥쑥 자라고 있는 것 등... 어느 것 하나 당연하게 주어진 것이 아니라 생각되어 더욱 감사하게 돼.
그런데 가끔 리우가 괴로워하며 울 때면 어떤 것이 불편한지 알아채지 못해 답답하고 속상하기도 하고, 등 센서가 생겨서 몇 시간이고 엄마 품에만 안겨 있으려고 할 때면 힘이 들어서 제발 가만히 누워서 놀거나 자 달라고 원망이 섞인 부탁을 하기도 해.
그렇지만 리우의 똘망똘망한 눈동자를 볼 때면 그 모든 게 기쁨이고 감사가 된단다. 고마워 리우야. 엄마 아빠랑 함께 잘 자라 보자. 잘하진 못하더라도 함께 자라는 엄마가 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