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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직딩 Dec 07. 2020

아이를 두고 일하러 가는 마음

나는 왜 워킹맘이 되는 것을 선택했을까?

이대로 가면 절대 안 되겠다 싶어 삶을 길게 보기로 생각했어요. 이제는 '없으면 없는 대로 살아진다. 걱정은 내려놓자'라고 마음을 먹고 있어요. 때로는 포기할 줄도 알아야 해요. 포기는 나쁜 게 아니거든요.
- 폴인 스토리 <일하면서 아이도 키웁니다> 중에서


매주 주말만 되면 아이가 갑자기 안 하던 행동을 합니다.


처음 듣는 형태의 옹알이

지난주에는 하지 않던 잼잼

진화하는 까꿍놀이

정교 해지는 플립북 열기

짚고 일어섰다가 다시 앉기

말귀 알아듣기


주중에는 아이와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 3시간 정도 됩니다. 그 마저도 아침 1시간은 출근 준비하면서 기저귀 갈아주랴, 맘마 먹이랴, 계속 안아달라고 하는 아이와 놀라주랴 정신이 없습니다. 퇴근 후엔 목욕시키고, 저녁밥 먹이고, 조금 놀면 벌써 아이는 잘 시간입니다. 저녁 2시간도 금방 지나가버립니다.


이렇게 일주일을 보내다 보니 아이의 모습을 오래 들여다보기 쉽지 않습니다. 곤하게 잠이 든 아이의 얼굴과 손과 발을 한참이나 쳐다보는 걸로 아쉬움을 달랠 뿐이죠.


주말이 되어서야 아이와 함께 충분한 시간을 보내며 일주일동안 부쩍 자란 모습을 한꺼번에 확인하게 됩니다. 아이가 자라는 모습을 선으로 보지 못하고 점으로 보는 기분이네요.


지난주에는 친정엄마가 김장을 하시느라 제가 목요일, 금요일 이틀 휴가를 내고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냈습니다. 주말까지 4일 연속으로 아이와 함께 있다 보니 친정엄마에게 듣기만 했던 아이의 모습, 이전에는 보지 못했던 모습을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액션캠을 몸에 달고 아이와 놀아야 하나 싶을 정도로 눈과 스마트폰 카메라가 바빴죠.


아이가 자라는 대부분의 시간을 저는 회사에서 일을 하며 보내고 있습니다. "지나가면 다시 돌아오지 않는 시간, 아이가 자라는 단 한 번뿐인 이 시간을 일을 하는 것 바꾸는 것이 옳은 선택일까" 하는 고민이 제 머릿속에서 쉽게 떠나지 않습니다.


매주 주말이 끝나면 아이를 두고 출근해야 한다는 사실에, 나는 내 일하겠다고 나가는 대신 친정엄마가 자신의 삶은 뒷전으로 미룬채 아무것도 못하면서 아이를 봐주신다는 사실에 마음도 무겁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계속해서 일을 하고 있고요.



나는 왜 아이를 두고 일하러 나가는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봅니다.


자아실현을 위해서도 아닙니다.

사회에서 인정받기 위해서도 아니고요.

조직에서 큰 획을 하나 긋고 싶어서는 더더욱 아닙니다.

나를 지키기 위해서일까요? 지킬 수는 있겠지만 역시 쉽지 않습니다.


일단 다른 이유들은 다 접어두고,

만약에 내가 받는 월급만큼 다른 곳에서 수입이 생긴다면

그리고 내가 받는 월급이 없어도 삶의 질이 현격히 떨어지지 않는다면

또한 언제든 다시 일을 시작할 수 있다면

일을 잠시 미뤄두고 아이와 시간을 보내는 것을 선택할 것입니다.


제가 일을 하는 첫 번째 이유는 결국 안정적인 수입 때문이네요. 사실 당장 월급이 없다고 생계를 이어나가지 못할 정도는 아닙니다. 그런데 지금 이 시점에 경력단절이 되어버리면 앞으로 다시 수입을 만들 수 있는 일을 할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 또한 무시할 수가 없습니다. 지금은 바라만 보고 있어도 예쁘지만, 아이는 바라만 보고 있으면 알아서 크는 존재가 아니잖아요. 아이를 키우는 건 정말 현실적인 문제니까요.


그리고 저는 일 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인 것 같습니다. 일이 힘들기도 하고 하기 싫을 때가 대부분입니다. 가끔 자존감도 많이 떨어지기도 하죠. 그러나 저는 일을 하는 제 모습이 참 좋고, 만족스럽습니다. 할 수 있는 한 오랜 기간 동안 어떤 형태이든 일을 하고 싶고요. 80세가 되어서도 에너지 넘치고 재미있게 일하는 할머니가 되는 것을 꿈꿔봅니다.


모든 것을 다 가지고 갈 수는 없겠죠.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을 충분히 가지고 싶다면, 적지만 일정한 수입과 일하는 나를 잠시 미뤄둬야 합니다.

매월 받는 월급과 일하는 나를 포기하고 싶지 않다면,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은 줄여야 할 수밖에 없겠죠.


저는 워킹맘이 되기로 선택을 했고, 출근을 하며 늘 되뇝니다.

"내가 일하러 다니는 게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과 맞바꿀 만큼 가치가 있을까? 결국 가치를 만드는 것은 내 몫이다. 기왕 일하기로 했으니 더 열심히, 의미 있게 하자. 출근하는 이 시간은 아이와 보내는 시간을 포기하고 얻은 금쪽같은 시간이니까."


아이들도 성장하면서 제한된 조건에서 80~90%를 누릴 수 있는 방법들을 찾아 나가고 있어요. 저 역시 과제를 놓치더라도 너무 괴로워하지 않는 평안을 배웠습니다. 모든 순간에 최선을 다하되, 최고가 되지 않더라도 내가 원하는 방향을 놓치지 않는다면 그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다는 믿음을 품어가고 있습니다.
- 폴인 스토리 <일하면서 아이도 키웁니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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