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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binsoon Oct 29. 2022

모임에 적합한 대화법은 무언지에 대하여

소통 방식에 관한 고민들

되도록 자유로운 분위기에 모임을 진행하고 싶지만 간혹 모임 운영자로서 개입해야 할 때가 있습니다.


A형: 대화 점유율이 지나치게 높아서 다른 분들이 얘기를 못 하는 경우 - 다른 분들이 그 분의 말을 듣지 않고 폰을 보기 시작하면 위험 사인!!
B형: 모임원들의 개인 신상을 지나치게 물어보는 경우 - 거실영화관에서는 원칙상 나이와 직업은 밝히지 않거든요. 물론 스스로 밝히는 건 자유입니다.
C형: 기본적인 대화 예절에 어긋나는 경우 - 상대방을 무시하는 언어 사용, 반말, 말 끊기 등



요런 경우들이지요. 많지는 않지만 종종 있습니다. A형(투머치 토커) 대부분이지만 B형과 C형도 간혹 있어요. 대화 지분을 N분의 1로 공평하게 나누는 건 불가능하지만 혼자 말을 길게 하는 분이 계시면 다른 참여자 분들의 몰입감이 떨어집니다. 그럴 때 제가 하는 건 끼어들기 스킬입니다. 여기서 포인트는 말이 많은 분 역시 불쾌하지 않게 하는 거예요.  분의 경험 역시 존중하고 싶거든요. 말이 많아지면 호흡을 위해 중간에 잠시 텀이 생깁니다. 그럴 때 잽싸게 파고 들어가는 거죠.


TMT님: 이 영화의 이 장면은 이런 의미거든요... (여기서 저의 개입) 거실지기: 아 그런가요? 그런데 L님(슬슬 폰을 만지작 거리는 분)은 그 장면을 봤을 때 어떠셨어요?


하나도 안 자연스러워 보이지만 실제로는 자연스럽게 한답니다(아마도요...). 질문을 받은 분이 폰을 다시 뒤집으면 이 개입은 성공입니다. 이를 기점으로 말이 없는 다른 분들께도 적극적으로 질문해요.


B형A형 만큼은 아니지만 종종 있습니다. 사람에 따라 상대의 신상을 파악하는 것이 친분을 얻기 위한 소통 방식일 수 있지만 (네 아버지 모하시노? 고향은 어데고?) 직업과 나이를 공개하지 않는 건 모임을 운영하면서 정한 원칙이기 때문에 개입합니다. 물론 질문을 받는 분께서 개의치 않고 답하시면 그냥 넘어갑니다만 조금이라도 불편해하는 기색을 보이면 개입합니다. 방법은 간단해요. 모임 규칙을 다시 한번 공지하는 거죠.


거실영화관에서는 직업과 나이를 공개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일단 원칙이라서요

여기서 포인트 역시 물어본 분을 민망하지 않게 하는 거죠. 이런 규칙이 익숙하지 않을 수 있으니까요. 다만 자신이 누구인지와 상관없이 자유로운 소통을 바라기에 개입하는 것뿐이라 추가 설명합니다.


C형의 경우는 극히 드뭅니다. 솔직히 거의 없다고 봐도 됩니다. 반말을 섞어 사용하거나 대화에 지나치게 몰입해서 의도치 않게 상대방의 말을 끊는 경우는 있지만 크리티컬 한 수준은 아닙니다. 하지만 그런 경우가 최근 있었어요. 크리티컬 한 경우가.


영화를 매우 세밀하게 보는 K님은 영화를 보는 내내 메모를 했어요. <본 투 비 블루>라는 영화였을 거예요. 이동진 평론가를 많이 언급했었는데 아마도 그분의 습관을 따라 하는 것 같았죠.


습득한 지식을 풀어내는 걸 즐겨하시는 분이었습니다. 다만 영화의 맥락과 상관없는 장면을 이미 읽은 책을 인용하여 꽤 긴 시간 동안 설명하는데 문제는 그 장면을 기억하는 분들이 거의 없다는 점이었죠. 대화의 맥락을 제가 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다른 분들이 수용하기 어려운 맥락은 곤란했습니다. 거기다 다른 분들이 얘기를 하려 하면 끼어들어서 본인의 말을 했습니다. 단순히 첨언하는 수준이 아니라 상대가 했던 말의 맥락과 관계없는 본인의 말을 했죠.


거기다 습관적으로 '그런데 이건 아세요?'와 '그걸 모르면 안 되죠'라는 어구를 반복했습니다. 듣기에 따라서는 불쾌할 수 있었습니다. 참다 못한 모임원 한 분이 그걸 지적했을 때저도 같이 개입했습니다.


K님께서 말씀하실 때 단어 사용이 상대방을 불쾌하게 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또, 영화에 대한 다양한 해석을 공유해주시는 건 좋지만 다소 지엽적이고 길어서 저희가 따라가기 힘든 부분도 있습니다.

 개입 후에는 어느 정도 잦아들었지만 얼마 안 가 비슷한 형태로 대화를 이끌어가려는 모습을 보여 저는 계속해서 직간접적으로 개입했습니다.


 그렇게 영화가 끝나고 한두 시간 정도 대화를 이어가다 모임이 끝났습니다. 그런 날은 저도 기가 빨려서 모임이 끝나면 털썩 주저앉게 됩니다. 가는 길에 그분은 인스타에 후기를 남기겠다고 했습니다.


 다음 날에 무슨 후기를 남기셨을까 궁금해서 인스타를 들어갔더니(인스타 DM으로 모임을 신청했거든요) 이 전에는 보였던 피드가 보이질 않았습니다. 거기다 팔로우도 해제되어 있었습니다. 팔로우 버튼을 눌러도 자동으로 해제되더군요. 그때서야 알았습니다. 아... 차단당했구나.


 아이디는 알고 있었기에 하메의 폰을 빌려 봤는데 모임에서 하지 못 한 긴 말을 피드에 풀어낸 뒤 거실영화관에서의 경험을 남겨주셨습니다. 네, 생애 첫 악플이었어요... 뭐, 그런게쥬... 그 분의 입장에서는 소통 방식을 부정받았다고 느낄 수도 있으니까요.




소통에 있어서 절대적으로 옳은 건 없지만 모임이 지향하는 형태가 있기에 앞으로도 필요시에는 개입을 하려 합니다. 이와 동시에 모임을 운영하는 저 역시도 편협한 부분이 없었는지는 계속해서 돌이켜 봐야 겠죠.


그저 저는 거실영화관이 다양한 영화를 함께 보고 평소 못 했던 생각을 하고 낯선 사람들 앞에서 그런 생각을 풀어낼 수 있는 공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P.S. 참고로 이동진 평론가는 본인이 혼자 GV를 할 때는 질문을 받지 않는다고 합니다. 진짜로 궁금한 게 있어서 묻는 게 아닌 영화를 본 자신의 지식을 뽐내기 위한 질문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라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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