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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binsoon Feb 22. 2023

첫 방문을 위한 안내문

익숙지 않은 도전을 하는 당신께 드리는 편지

거실영화관 첫 방문까지 8개월을 고민하셨다고 말씀해 주신 분이 있었습니다. 아담한 체구의 교사 분이셨는데 이런 형태의 모임이 익숙지 않고 또 낯선 사람의 집에 방문하는 두려움이 있었다고요. 그 분은 그렇게 8개월 동안 인스타와 브런치에 올리는 기록을 보고 조심스럽게 참여를 결정하셨다 했습니다.


매번 꾸역꾸역 올리면서도 누가 볼까 싶었던 인스타와 브런치였는데 읽어보시고 오셨다는 말에 잠시 기뻤지만 8개월이 걸렸다는 말을 들으며 얼굴도 모르는 낯선 이의 집에서 진행하는 모임에 참여하는 데는 그만큼의 각오가 필요하겠구나 싶었습니다.


그래서 생각해 봤어요, 처음 모임에 참여하시기까지 어떤 고민을 하셨을지 의견을 수집해 보고 거기에 대한 Q&A를 만들어보는 걸로. 건조한 말투의 안내가 아닌 마치 한 장의 편지를 쓰듯 말이죠.


Q. 낯선 사람의 집에서 하는 모임이라 안전이 신경 쓰여요.


A. 지당한 우려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여성 분의 입장에서는 더욱 그럴까 싶어요. 개인적으로 이 모임을 기획할 때부터 저 역시도 우려하던 부분이고 집에서 모임을 진행하는 형태를 벗어나지 않는 한 100%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런 우려를 줄이기 위해 저는 이런 노력을 했어요.



일단 모임에 참여하는 분들께 거실지기인 저에 관한 정보는 대부분 오픈하고 있습니다. 전화번호, 집 주소, 그리고 모임에서는 기본적으로 직업과 나이를 공개하지 않는 게 원칙이지만 모더레이터 역할을 하는 저는 예외입니다. 전화번호와 주소는 당연히 모임 참여하시는 분이 알아야 할 정보이기도 하지만 회사명까지 공개하는 저를 온전히 드러내면서 스스로가 책임감을 가지기 위해서이기도 합니다.
모임 인원을 6명으로 제한하고 있습니다. 이게 안전과 무슨 관련이 있냐 생각하실 수 있는데 모임에 참여하시는 분들 개개인의 분한 퍼스널 스페이스를 확보하기 위한 것이기도 합니다. 불필요한 접촉을 피하기 위한 거죠.
당연하지만 모임 운영을 하면서 알게 된 누군가의 개인정보를 다른 이에게 오픈하지는 않습니다. 물론 제가 아는 개인정보는 신청을 위해 DM이나 카톡으로 연락하면서 알게 된 인스타 아이디/카톡 아이디지만 이 역시도 다른 누군가에게 오픈하지는 않습니다.


Q. 처음 보는 낯선 사람들과 영화를 보고 얘기하면 어색할 거 같아요.


A. 네, 모임 처음에는 무언가 어색한 순간이 있긴 합니다. 그렇지만 덜 어색하게 하기 위한 몇 가지 장치가 있습니다. 모임 시작 시간 전에 방문하시면 직접 내린 커피 한 잔 내어드리면서 간단한 스몰토크를 하고 모임 시작을 하면 영화 보기 전에 아이스 브레이킹을 위한 퀘스천 카드를 활용하여 자신의 모습을 자연스럽게 드러낼 수 있어요. 영화를 본 뒤에는 무비 톡 카드와 미리 준비한 발제문을 활용하여 영화와 나의 삶을 깊이 이해하기 위한 대화를 나눠요. 과거에 <남의 집 프로젝트>와 지금의 거실영화관에서 50번 이상의 모임을 진행하며 나름의 노하우가 쌓여서 그런지 그런 어색한 순간을 넘기는 건 어렵지 않습니다. 또 모임의 단골 분들이 함께할 때는 가급적 처음 오신 분들에 대한 배려를 요청하고 있어요.



 저의 모임 진행방식은 아래의 링크를 통해서도 자세히 알 수 있습니다.



물론 그날 모임에 참여하신 분들의 케미도 중요한 요소입니다. 소셜 커뮤니티 특성상 그날 오신 분들끼리의 케미로 대화가 좀 더 깊은 수준으로 쉽게 나아가기도 하고 잘 안 풀리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것 역시 나름의 재미로 보는 건 어떨까요?



Q. 거실영화관이라고 해도 영화관은 아니잖아요.
빛과 소음 등 방해요소가 있지는 않을까요?


A. 생각보다 거실영화관은 시설 면에서는 꽤 자부심이 있답니다. 120인치 스크린과 하이엔드 급 LG 시네마 프로젝터, 거기에 FOCAL&NAIM 2채널 스피커로 단순한 가정집에서 보유하는 영상 음향 시설보다는 훨씬 좋은 품질을 자랑합니다. 거기다가 영화관으로서 디테일을 갖추기 위해 전동식 커튼 라인을 따라 딤머등을 설치해 영화 관람 후 커튼이 서서히 열리면서 무드등이 들어오는 모습은 꽤 근사한 경험을 드릴 거예요.



평범한 가정집이 영화관으로 변화하는 과정은 아래 글에서 좀 더 자세히 확인할 수 있습니다.



Q. 사진을 보니까 두 마리의 고양이가 보이던데 사람을 공격하지는 않나요?
고양이 털 알러지가 있는 사람은 어떡하죠?


A. 네 거실영화관에는 꿍꿍이(샴)와 돌돌이(랙돌), 두 마리의 고양이가 함께합니다. 거실영화관의 마스코트죠. 억지로 껴안거나 깜짝 놀라게 하지만 않는다면 사람을 먼저 공격하는 일은 절대 없습니다. 돌돌이는 무심한 듯 옆에 앉고, 사람을 좋아하는 꿍꿍이는 영화를 보는 중 무릎에 살포시 앉을 수도 있어요. 혹시 몰라서 알러지약을 미리 구비해 놓았습니다. 모임 전 약 2-3시간가량 청소에 투자하는 만큼 알러지가 있는 분들 대부분이 다른 고양이가 있는 집과는 달리 알러지 반응이 크게 오지 않았다는 평을 남겨주셨어요.


Q. 거실영화관에서 최신 영화를 볼 수 있나요?

A. 안타깝지만 현재 극장에서 개봉 중인 최신작은 볼 수 없습니다. 그렇지만 스트리밍으로 볼 수 있는 모든 작품을 볼 수 있습니다. 상영작 선정은 매번 주제에 맞춰 제가 선정하고 있습니다. 선정 기준을 굳이 뽑자면 영화를 본 뒤, 함께 나눌 수 있는 얘깃거리가 남는 작품입니다. 거실영화관에서는 영화 관람만큼, 함께 대화를 나눈다는 게 중요하니까요.




자, 그럼 걱정과 의문이 조금 풀리셨으려나요? 이 글을 읽고 거실영화관에 방문해 주시는 발걸음이 조금은 가벼워지길 바랍니다. 익숙지 않은 경험을 위해 내딛는 한 발이 좋은 영화와 이어지는 대화를 통해 내가 모르는 나 자신을 발견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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