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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binsoon Apr 24. 2022

소파에서 TV까지

한 달 간의 거실 리뉴얼

리뉴얼(Renewal)
부활, 회복, 재생, 경신이라는 뜻. 여기서는 손님의 요청에 맞게 매장을 새롭게 재구성하고 새로운 출발을 한다'는 의미의 업계 용어이다. 리프레시(refresh)라고도 하고 1970년대 중반의 백화점을 위시하며, 최근에는 전문점의 리뉴얼이 활성화되고 있다.
-출처: 네이버 지식사전


 오래된 가죽소파와 원목 테이블, 40인치 TV가 있는 저희 집 거실은 평범한 34평 아파트의 거실과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TV는 거실 크기에 비해 좀 작은 편이라 영화를 볼 때 몰입감이 떨어지는 편이었죠.


 가죽소파는 10년도 더 된 걸로 푹신하고 편하지만 두 냥이들의 발톱갈이 흔적으로 여기저기 뜯어졌고 자주 앉은자리도 헤져서 내부재가 드러난 상태였습니다. 소파 앞에 원목 테이블은 통나무에 니스칠을 한 형태로 할아버지 시골 댁에 면 딱인 것처럼 생겼어요.


 인테리어에 전혀 감이 없는 저는 이 공간을 어떻게 바꿀지 상상도 못 했지만 오빠(하메이자 이 집의 관리인인 저의 친구입니다. 성은 구 씨고 제 친구 중 1인칭을 오빠라고 칭하는 유일한 녀석입니다)는 머릿속에서 나름 그려 놓은 이미지가 있었기에 리뉴얼 과정에서 저는 구오빠가 말하는 대로 따랐습니다. 그저 제가 집에 있는 시간이 많기에 평일 낮에 설치기사 방문하면 구오빠가 말한 위치로 안내하고 작업하실 때 물 한 잔 드리는 게 다였죠.


 9월 말에 시작한 뉴얼은 11월 초쯤 끝났습니다. 평범한 아파트의 거실이 무비살롱으로 바뀌는 데 걸리는 시간치곤 꽤 짧았죠. 40인치 TV는 하이엔드급 스피커와 빔프로젝트, 120인치 스크린으로 바뀌었고, 헤진 가죽 소파는 반려동물이 긁어도 티가 안 나는 특수 패브릭 소파베드로 바뀌었습니다. 창문 쪽에 있던 캣타워 하나는 해체하고 캣폴은 위치를 조정했습니다. 창문 쪽에는 전동 커튼무드등 설치습니다. 핸드폰 어플로 조작할 수 있어서 영화가 끝날 때 커튼이 열리고 무드등이 켜져 마치 극장 상영관에 있는 딤머(dimmer)등처럼 되었어요. 원목 테이블은 치우고 거기에는 은색의 스테인리스 타원형 테이블을 놓았어요. 바닥에는 카펫을 깔았구요. 거실에서 화장실 가는 짧은 복도에는 움직임을 인식해서 켜지는 센서등도 설치했습니다. 모든 조명을 끈 상태에서 영화를 관람하다가 화장실을 다녀올 때 필요한 디테일이죠. 이 모든 걸 구상한 구오빠의 비상함에는 그저 놀라울 따름이었습니다.


오래된 소파와 작별하고
새로운 소파를 맞이했습니다


 함께 사는 거실을 영화 모임공간으로 만들자는 막연한 아이디어는 구체적인 공간이 준비되자 확연하게 다가왔습니다. 거기다 리뉴얼을 위해 모든 비용은 구오빠가 부담한 터라 모임을 운영하게 된 저는 꽤나 묵직한 책임감 느꼈습니다.


 모임 이름은 '거실영화관'으로 하기로 했어요. 과연 저희 집 거실에 이름도 모르는 낯선 이들이 영화를 보러 올까요? 일단 저희는 맞이할 준비가 되었답니다.



Hello, Stranger


https://linktr.ee/geosilcine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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