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Robinsoon May 22. 2022

우리 집 거실에서 같이 영화 볼래요?

낯선 사람들을 거실로 초대하기까지

 만일 당신이 사는 지역에 어떤 사람이 자기 아파트 거실에서 같이 영화를 보자며 초대하면 어떨까요? 당신은 전혀 모르는 사람인데 말이죠. 저는 일단 거부감이 들 것 같습니다. 검증되지 않은 낯선 사람의 집을 방문한다니, 안전성도 의심이 되고 말이죠. 하지만 어쩌다 보니 제가 그 사람이 되야할 처지가 되었습니다. 공간이 준비된 이상 이제는 그곳을 채울 사람을 초대할 방법을 생각해야 했습니다.


 만일 여기가 서울이라면 도움이 될 만한 플랫폼이 있었을 겁니다. '남의집 프로젝트', '프립', '우트' 같은 플랫폼에 모집 공고를 내고 사람을 모으면 되겠죠. 하지만 우트의 경우 서울 지역 외에는 서비스하지 않았고 남의집이나 프립 같은 경우 서비스는 하고 있지만 지방에서 이용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습니다. 플랫폼에 등록하는 건 자체 심사를 통한 필터링 덕분에 서비스 제공자와 이용자 모두 안정성을 담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죠. 플랫폼 이용자 수에 따라 홍보도 비교적 쉽게 되고요. 실제로 서울에서 영화모임을 진행할 때 '남의집 프로젝트'를 통해 비교적 수월하게 홍보하였고 회차를 거듭하면서 후기가 쌓이고 그 후기가 차회 참여자에게 신뢰성을 담보할 수 있었죠. 3회 차 이후부터는 모집인원 수급에 크게 어려움을 느끼지는 않았어요.


 1호선 끝자락에 있어 수도권인 듯 수도권 아닌 천안에서는 소셜 플랫폼의 도움을 받기는 어려웠습니다. 그렇다면 어디서 사람을 구하냐? 어떤 식으로 우리가 꽤 괜찮은 모임을 만드려 하는 걸 알릴 수 있을까? 이 고민은 모임 운영을 시작한 이후로 쭉 해왔던 고민입니다. 나름의 해답을 찾아도 시간이 지나면 그 해답은 또 다른 문제를 제시하여 새로운 해답을 찾아야 했습니다.


 우선 생각한 건 인스타입니다. 제일 접근성이 높은 플랫폼이기도 하고 다양한 연령층, 비교적 사회성이 높은 사람들이 접근한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다만 다른 플랫폼과는 다르게 '인원 모집'이라는 구체적 목적이 충실하지 않은 편이라 계정을 확인하는 사람 대부분이 보고서 스쳐 지나갈 확률이 높다는 점이었습니다. 하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모임 공지와 기록을 꾸준히 올림으로써 팔로워 수가 늘어나면 모임 운영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기념할만 한 첫 번째 모임 공지, 처참한 실패였습니다 ㅜㅠ


 전용 계정(@geosilcinema)을 만들고 영화나 영화 커뮤니티 관련 계정을 팔로우했습니다. 많지는 않지만 관심 있을만한 지인 분들과 맞팔을 하기도 했고요. 첫 번째 피드로 11월 8일부터 2주간 시범운영을 한다는 공지와 어두운 조명의 거실영화관의 사진을 올렸습니다. 좋아요를 10개도 받지 못 했습니다. 당연한 일이죠. 틀 동안 다섯 개 이상의 피드를 올리면서 반려묘인 꿍꿍이와 돌돌이를 소개하는 글이나 제가 만든 요리 중 잘 찍힌 사진을 올리면서 다이닝 파티 안내를 했습니다. 2021년 11월 12일과 17일, 기념할 만한 첫 번째 공개 모임 공지를 올렸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었습니다. 돌이켜보면 이때의 저는 인스타 피드를 올리면서 해시태그 하나도 올리지 않은 초짜 SNS 마케터였습니다.


 이후에도 모임 공지를 재업하거나, 영화나 드라마의 리뷰를 올리거나, 영화 모임 공간 사진을 다른 각도에서 촬영한 사진, 그리고 꿍꿍이 돌돌이의 다양한 포즈 사진을 업로드했습니다. 인스타 피드에 게시물은 쌓여갔지만 좋아요 수는 여전히 한 자리였습니다. SNS는 원래 하지도 않고 개인 인스타는 지인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고양이 사진 저장소로 사용한 것 밖에 없으니까요. 그 기간 동안 지인들을 초대해서 공간과 모임 운영에 관해 피드백을 받거나 구오빠의 인플루언서 지인(팔로워가 무려 1만 명...)을 초대해서 홍보를 부탁하기도 했습니다.


고양이 사진은 남녀노소 인기가 많다는 걸 이용한 안이한 홍보 피드, 물론 모집으로 이어지지 않았습니다.


 인스타뿐만 아니라 쓸 수 있는 다른 플랫폼도 이용했습니다. 기대효과는 낮았지만 '남의집 프로젝트'에 '애묘인들을 위한 영화 모임'과 '마이너한 취향을 가진 사람들의 영화 모임'도 기획하여 올렸습니다. 나름 신박한 아이디어로 당근마켓을 이용해 모집글을 올려봤지만 물건 판매가 아닌 글은 금지되어 있었어서 경고를 받았습니다. 그 와중에 참여 문의를 한 두 개 받긴 했는데 그중 하나는 두 아이와 함께 가도 되냐는 문의였습니다. 정중히... 거절했습니다. 퇴사하고 6개월 동안 마케팅 공부했다는 친구는 전단지라도 돌려보는 게 어떠냐는 말을 했지만 6년은 더 공부해야 할 것 같다고 해줬습니다.


 2주 정도 다양한 시도를 했지만 거실에 낯선 사람들을 초대하는 건 요원해 보였습니다. 정녕 불가능한 일인 걸까 싶었습니다. 하지만 사실 구오빠가 인원 모집에 이용하자고 한 플랫폼은 따로 있었습니다. 제가 개인적 거부감이 있어서 반대했던 거죠. 그래서 인스타나 다른 플랫폼을 고집했습니다. 하지만 도전했던 시도들이 무산되면서 제 개인적 거부감을 무시하고 구오빠의 제안에 따르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모임은 첫 번째 전환기를 맞았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소파에서 TV까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