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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binsoon Jun 04. 2022

피하고 싶었던 방법

뜻밖의 해결책, 소모임

 요원해 보이던 첫 모임은 공교롭게도 시범 운영 첫 날인 11월 8일에서 정확히 한 달이 지난 12월 8일에 열렸습니다.


 해결방법은 생각보다 간단했어요. '소모임'이라는 어플을 이용하면서입니다. 동아리 활동 어플인 소모임은 20~30대 직장인들이 주로 이용하고 운동, 취미, 사교 등 다양한 형태의 오프라인 모임을 열기 위한 플랫폼입니다. 저 역시 개인적으로 천안에 있는 러닝 크루에 들어가기 위해 이용하고 있었습니다. 구오빠는 이전부터 이 어플을 통해 인원 모집을 하자고 제안했었지만 저는 꺼려하는 편이었습니다.


 첫 번째 이유로는 이용자 연령대가 한정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소모임은 이용자 대부분이 미혼인 직장인이라 이용 연령이 20대 후반 ~ 30대 중반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저는 <거실영화관>을 좀 더 다양한 연령대가 참여할 수 있는 모임으로 만들고 싶었기에 소모임이 아닌 좀 더 다양한 연령이 사용하는 인스타 위주로 운영하고자 했습니다.


 두 번째는 개인적인 비호감 때문입니다. 안 좋았던 경험 때문이죠. 제가 활동 중인 달리기 모임을 포함해서 몇 번의 모임 참여를 시도했지만 겉돌기만 하다가 나온 적이 많았습니다. 이는 굳이 소모임 때문만은 아니고 지방에서 동아리 활동을 하다 보면 볼 수 현상입니다. 어떤 모임이든 오랫동안 활동해온 멤버와 신규 멤버 간에 보이지 않는 벽이 있습니다. 저는 이를 '이너 서클'이라고 하는데 딱히 그 자체를 나쁘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모임 활동의 주 목적 중 하나는 마음에 맞는 사람과 친해지는 거고 이너 서클 안에 있는 사람들은 자주 활동하면서 친해진 만큼 자기들의 원을 만든 거죠. 다만 새로운 사람이 올 경우 그 원 안에 들어가기 쉽지 않아서 소외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특히 저같이 내향적인 사람은 더욱 그래요. 화제에 끼어들려고 말을 걸려고 시도하다가 주목을 받지 못 하고 원 밖으로 튕겨져 나갔던 경험이 많답니다. 소모임을 통해 참여했던 모임에서는 대부분 그런 이너 서클이 있어서 겉돌다가 나왔습니다. 특히나 그들끼리 '언니, 오빠, 형, 동생' 등의 호칭으로 서로를 편하게 부를 때 그런 벽이 강하게 느껴졌습니다. 물론 이는 제 성향이 단순히 그런 쪽에 맞지 않았던 것도 있습니다.


 반면 서울에서 경험했던 모임들, 특히 '크리에이터 클럽'이나 '트레바리' 같이 시즌제로 활동하는 경우 그러한 이너서클이 생성되기 힘듭니다. 시즌을 연달아 참여하는 사람이 있지만 그들 역시 매번 새로운 시즌에서 새로운 사람을 맞이하기에 다시 관계를 형성해야 합니다. 그저 지난 시즌에 활동했던 만큼 모임 운영에 조금 더 해박하기에 팁 같은 걸 전해줄 수 있는 정도죠. 그렇기에 상대적으로 새로 들어온 사람 역시 관계 맺기에 부담이 덜 하죠. 호칭 역시 모임 내에서는 '~님'으로 통일하고 직업과 나이도 밝히지 않는 게 모임 내 룰입니다. 시즌 기간 동안 친해지면서 자연스럽게 알게 되긴 하지만요. 그렇기에 저는 한 달에 두어 번씩 두 시간이나 걸려 서울로 글쓰기 모임 활동을 하러 갔습니다.


 저는 <거실영화관>을 시작하면서 후자를 지향하였습니다. 그렇기에 관계 맺기에 치중하는 '소모임'은 제가 지향하는 바와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지방 특성상 이용할 수 플랫폼이 제한되어 있고 소모임은 비교적 전국적으로 활성화되어 있는 플랫폼이기에 궁여지책으로 활용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효과는 바로 나타났습니다.



 11월 초에 모임만 등록한 상태에서 모임 안내 및 사진을 올리고 제일 중요한 '프리미엄 모임'으로 전환하면서 매일 300명까지 같은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을 초대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저는 '영화'라는 키워드에 관심 있는 사람들을 초대했습니다. 매일 서너 명씩 가입했고 일주일 안에 첫 번째 모임이 열렸습니다. 남의 집 거실에서 진행되는 영화모임에 참여하는 분들 역시 호기심 반, 두려움 반으로 가입하지 않았을까 해요.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 개봉에 맞춰서 전작인 '스파이더맨 홈 커밍'을 관람하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21년 12월 8일 수요일 19시에 저희 집 거실에 영화를 좋아하는 낯선 이들이 방문할 예정입니다.


 뜻밖의 해결책으로 한 달 만에 맞이한 손님들이 저희 공간을 즐기길 바라며 긴장한 상태로 첫 번째 모임을 준비했습니다. 과연 낯선 이의 거실에 방문하신 그들은 즐기다 가셨을까요? 그건 다음에 할 이야기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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