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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binsoon Feb 24. 2022

저는 분명 반대했습니다만

그럼에도 시작한 이유는

음... 안될 것 같은데?


하메(하우스메이트)가 같이 사는 집 거실에 영화관을 만들자고 했을 때 저는 담담한 어조로 반대했습니다. 서울도 아니고 천안에서 영화를 기반으로 한 커뮤니티라니, 그것도 파티룸처럼 독립된 공간이 아니라는 점도 걸렸습니다. 낯선 사람의 집에서 열리는 모임에 가는 건 심리적 허들이 높으니까요. '남의집 프로젝트'나, '프립' 같은 플랫폼을 이용할 수도 있겠지만 지방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고 열리는 모임도 대부분 서울이었으니까요. 천안에서는 그런 게 있는지 아는 사람도 많지 않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하메는 천안도 지방치고는 일 때문에 혼자 살고 있는 20-30대 비율이 높으니 충분히 가능성 있다고 했습니다. '소모임'이라는 어플이 직장인들 사이에서 꽤 인기가 있으니 거기서 인원을 모집을 하면 된다고 했구요. 하지만 개인적으로 소모임 어플에 대해서도 거부감이 있던 터라 주저함은 가시지 않았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저희 집 거실을 영화관으로 개조하고 모임을 운영하는데 동의하고 운영에 참여하기로 했습니다. 거기다 모임 운영은 전적으로 제가 하기로 했습니다.


우선 시설 투자를 전적으로 하메가 하는 만큼 일을 쉬고 있는 제가 가질 경제적인 부담은 없다는 점이었습니다. 거기다 집에 하이엔드급의 영화 관람 시설이 들어오는 건 개인적으로도 환영할 일이니까요. 집에서 운영하는 만큼 투자한 시설이 매몰 비용이 될 리스크도 없다는 게 장점이었습니다.


거기다 사실 영화를 기반으로 한 소셜 커뮤니티는 저 역시도 항상 꿈꾸던 것이기도 하니까요. 작년에 친한 지인이 서울에서 운영하는 무비살롱인 '씨네엔드'에서 호스트로 모임을 몇 번 진행하면서 좋은 기억이 있었고 좀 더 지속적인 형태의 소셜 커뮤니티를 운영하고 싶었습니다. 나이와 직업에 상관없이 각자의 취향이 존중되는 공간 같은 거 말이죠.


마지막으로 그냥 다양한 영화를 더 많이 보고 싶었습니다. 극장에서 일하면서 영화를 일로써 다루다 보니 언제부턴가 매너리즘 같은 게 생겨서 영화를 온전히 즐기기가 어려워졌습니다. 그건 퇴사한 뒤에도 마찬가지라 이전만큼 다양한 영화를 즐기지 못 했고 넷플릭스나 왓챠에는 찜해 놓고 보지 않은 영화의 리스트만 늘어갔습니다.


운영을 전적으로 제가 하기로 한 이유는 간단합니다. 시간이 많아서 입니다. 각자가 자기 일로 바쁜 상황에서 책임을 나누다 보면 서로가 아쉬운 부분이 조금씩 생기기 마련입니다. 그렇게 아쉬워하는 부분이 쌓이면 나중에 감정적으로 상처 주는 말을 하게 되거든요. 그럴 바에는 전적으로 제가 원하는 방향으로 하는 게 마음이 편합니다. 다들 대학 때 조별 과제하시면서 경험해보셨겠지만 그런 경우 있잖아요, 어중간하게 책임을 나누다가 누구도 책임지지 않아서 방향이 산으로 가는... 하메도 이 부분에 동의는 해주었습니다. 대신 시설 투자 및 공간 조성은 전적으로 하메가 하는 걸로 하구요. 물론 피드백이 필요할 땐 저를 제외한 두 명의 하메들에게 의견을 구하고 혹은 떠오르는 아이디어가 있으면 언제든 말해달라 했습니다.


이런 이유로 시작한 천안 지역 영화 모임인 <거실 영화관>입니다. 여전히 성공에 관한 의심은 한가득이지만 저 자신이 운영의 주체인만큼 성공 요인을 적극적으로 찾아내야겠죠. 여전히 잘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과연...?


https://linktr.ee/geosilcine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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