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성폭력 가해자와 일부러 페이스북 친구를 맺어 뒀었다. 어떻게 지내는지 감시해야 할 때가 있었으니까.
이제 그럴 필요 없다. 그래서 오늘은 그 친구관계를 끊었다.
그 사람은 잘 지내지는 못 하고 있는 것 같지만 여전히 그의 주변인들은 그 사람을 응원한다. 그를 응원하는 사람들이 그의 죄를 알까? 궁금하다. 마음 같아서는 한 명 한 명에게 메시지를 보내 묻고 싶다. 그 사람 사실 성폭력 범죄를 저질렀다고. 용서받지 못했다고. 알고 있느냐고.
나도 이런 생각을 하는 게 싫다. 머리로는 안다. 그 사람에게도 잊힐 권리라는 게 있는 거겠지. 본인과 가족들에게 안 좋은 일어날 때마다 본인 때문이라고 생각하며 고통받고 있겠지. 사죄, 할 만큼 했겠지. 진심을 다했겠지.
머리로 아는 것과는 상관없이 내 마음만은 그가 잘 지내지 못하면 좋겠다고 간절히 바란다. 그가 주변 사람들에게 응원받으며 지내는 모습을 차마 볼 수 없다.
그를 보면 그가 아닌 다른 성폭력 가해자들의 얼굴이 떠오른다. 본인의 죄가 잊히길 간절히 바라는 자들.
그렇게라도 다시는 같은 범죄를 저지르지 않기를 바란다. 다시는 그 어떤 여자에게도, 자기보다 약한 사람에게도 상처 입히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평생 속죄하고 사죄하며 살아가기를, 그런 모습이건 다른 어떤 모습이건 다시는 내 눈에 띄지 않기를 바란다. 당신이 행복하지 않길 바란다.
그리고 또 바란다. 언젠가는 나에게도 이 모든 사람들을 진심으로 편안하게 바라볼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다시는 저 인간들이 잘 지내고 있을까 봐 마음 졸이는 일 없기를. 부디 모든 피해자들이 가해자들보다 더 빨리 더 많이 편안하고 행복해 지기를. 우리 책 제목처럼, 가해자보다 피해자가 잘 사는 세상을 원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