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스택츠- 즐거운 회사' 스타트업 일기를 시작하며
전문성과 열정이 함께 있는 좋은 분들과 일할 수 있다는 것이죠. 좋은 팀이 최고의 보상이라는 것은 모두에게 마찬가지입니다. 다만, 스타트업이라서 좀 더 각별하게 좋은 점도 있습니다, 이 글은 그것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좀 더 솔직하게 그리고 구체적으로 써보도록 하겠습니다. 저는 사실 회사 생활이 굉장히 즐겁고 행복한데요, 여기에서 '너는 대표니까 그런 것 아니냐?' 혹은 좀 직설적인 표현으로 '네가 인사권을 갖고 있으니 팀빌딩이 즐겁겠지!' 같은 반론으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습니다.
고백하자면, 공동창업자인 만큼 팀원들을 엄선하여 모실 수 있다는 것과, 이 팀의 문화와 초기 방향성을 직접 설정할 수 있다는 것, 여기서 오는 효능감과 만족감 같은 것이 즐거운 회사 생활의 원천이라는 것도 맞습니다.
하지만 제가 '스타트업 하면서'라는 말로 시작했으니, 팀빌딩을 하면서 그리고 좋은 팀원들과 회사 생활을 하면서 느꼈던 바를 적어보도록 할게요.
저희는 친밀함 기반의 SNS이자, 마이크로 인플루언서 플랫폼인 '컨스택츠Constacts'를 만들고 있습니다. 왜 이 세상에 더 친밀함에 초점을 맞춘 SNS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는지, '마이크로 인플루언서'는 무엇이며 그것이 왜 중요한 마켓이라고 생각하는지 등등은 차차 다른 글을 통해 적도록 하겠습니다.
이렇게 글을 쓰는 이유는 미래의 동료들에게 비동기적 소통을 계속 발신하고 있어야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제가 브런치에 새 매거진을 만들면서, 이름을 '컨스택츠- 즐거운 회사'라고 붙인 이유는 여기에서 앞으로 동료가 될 수 있는 분들을 독자로 회사 생활에 대한 글을 써야겠다고 마음 먹었기 때문입니다. 사용자분들에게는 물론 제품으로 소통하는 것이 최선이겠죠 :)
인연이란 신기합니다. 그런데 그 신기함을 좀 더 논리적으로 분해해서 보자면 '발신 → 수신' 사이의 비동기적 소통이 작동한다고 생각해요. 지금 시점에서는 언젠가 누군가 어떻게 읽을지 모르는 글을 이렇게 송신하고 있으면, 시간적으로 공간적으로 떨어진 곳에서 그 누군가가 '어? 여기가 내가 생각하던 회사야'라고 느낄기도 모르니까요.
여담입니다만, 사실 이 글을 작성하는 몇 시간 전의 주간회의에서... 저희 서비스 한글 명칭 '컨스택츠'의 구글 검색 결과에 저희 멤버들에 대한 내용이 주르륵 올라있는 것을 보고, '아 대표로서 더 열심히 해야겠다, 나도 컨스택츠 검색하면 떴으면 좋겠다'대표지만 보도자료 없이 정정당당(?)하게 블로그 상위노출로 도전한다 하여 2년 동안 잠자고 있던 브런치를 살려서, 바로 매거진을 열게 된 이유도 있습니다.(빠른 실행!)
심지어 브런치 매거진 이름 정하면서 URL에 Constacts가 안 써져서? 어 왜 이러지? 했는데 동료인 루시가 먼저 가져갔더군요...
*같은 회사에 대한 다른 각도의 이야기를 접하시려면, 공동창업자이자 COO인 루씨의 매거진도 재밌습니다.
신변잡기적인 서론이 길었습니다만, 이제 정말 "'좋은 팀'이야말로 최고의 보상"이라는 주제로 하고 싶었던 얘기를 적어보겠습니다.
네, 저는 그렇다고 느낍니다. 크게 세 가지 이유 때문입니다.
첫째, 분명히 금전적 보상을 넘어선 그 무언가를 추구하는 사람들이 모인다는 것
그 추구하는 것이 기업 문화가 되었든, 개발과 기술에 대한 열의가 되었든, 금전적 보상을 넘어선 다른 무언가를 추구하는 분들이 많이 스타트업에 모입니다. 현재 저희 팀은 초기 스타트업치고는 각 분야에서 제법 경력을 지닌 분들로만 이루어져 있는데요, 즉, 그런 분들이 굳이 스타트업에 참여하는 것을 택하신 것에는 각자의 이유가 있다는 것이지요.
다른 수많은 스타트업도 마찬가지일 것이라 생각합니다. 동일 이력에 동일 실력으로 안정성과 금전적 보상을 생각한다면, 많은 분들이 더 많은 연봉을 제공하는 큰 회사, 현금 실현성이 높은 주식 보상, 생활을 채워주는 복지 등을 택할 것입니다.
하지만 적자 구조에 당장 시장에서의 존재감도 약한 초기 스타트업에 합류하는 분들이라면, 그저 복지 때문이 아니라, 사업의 비전, 시장에 대한 비전, 빠른 실행의 경험, 팀에 대한 열의 등 여러 금전적 보상 외의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바로 여기에서 얻게 되는 팀 내의 역동성이 있습니다.
초기 스타트업인 덕분에, 구성원 각자가 다 추구하는 또렷한 가치관이 있다는 것, 이것이 저로 하여금 '이런 멋진 분들과 일하는 것 자체가 보상이다'라고 느끼게 하고, 또 회사 생활을 즐겁게하는 요인입니다.
둘째, 계속해서 새로운 도전이 있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을 모두가 수용하고 있다는 것
역시나 스타트업을 '선택'한 분들이라면, 변화나 도전에 수용적이고, 심지어 그것에 적극적이라는 점이 역시 저로 하여금 동료들을 보상이라고 느끼게 하는 부분입니다.
저희도 새로운 멤버를 모실 때에도 혹시나 처음 스타트업에 합류하는 것을 생각하는 분이라면, '스타트업을 한다는 것'에 대해 더 냉정하게 생각해보셔야 한다고 얘기하기도 합니다. 제품의 출시 주기가 다르고, 의사결정 구조가 다르고, 직무 영역이 다이나믹하고, 좋은 것과 나쁜 것을 합쳐서 온갖 '스타트업스러운' 일들이 일어날테니까요.
최소한 불과 몇개월 전에 새로 시작한 회사에는 '우리는 지금까지 늘 그렇게 일해왔으니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일할 것이다' 같은 보수적 태도는 있기 어렵습니다. 일하는 방식부터 하나하나 새롭게 만들어 나가야 해고, 시장 변화, 투자 상황, 사용자 반응에 기민하게 대응해야 합니다. 그것을 얼마나 즐기느냐에는 개인차가 있더라도, 그것을 '수용'하는 분들이 모여있기 때문에, 역시나 거기에 나오는 '즐거움'이 있습니다.
셋째, 필연적으로 좀 더 강한 자기주도성을 지닌 분들이 모이게 된다는 것
앞의 얘기들과 독립적이기보다는 모두 연결되어 있는 얘기인데요, 누구나 동료로서 다른 동료가 자기주도적이길 기대합니다. 옆사람이 자기 일에 충실하고 주도적을 잘 해주면, 자신은 본인의 일에만 집중할 수 있습니다. 함께 배워가며 시너지를 내기에도 좋습니다. 소위 무임승차자 때문에 괜히 스트레스 받을 일도 없습니다.
물론 팀원 전체가 으쌰으쌰 한 방향으로 갈 수 있는 것은 작은 회사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고, 회사가 커지면 어느 시점에서는 본인의 의도와 관계없이 구조 때문에라도 누군가가 무임승차자가 되거나, 혹은 원래 무임승차자가 아닌 사람도 특정 구간에서는 잠시 무임승차자가 될 수 밖에 없다는 것도 경영진으로서는 감안하고 있는 부분입니다.
하지만 자기주도성을 지닌 분들은 늘 옆에서 같이 일하는 것만으로도 힘이 나게합니다. 대표지만 몸에 피로가 누적되어서 컴퓨터 앞에 앉기 버거운 날도 있고, 좀 밍기적거리고 싶은 날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때로는 자기 영역에서 열심히 주도적으로 일하는 팀원들을 보자면 절로 힘이 샘솟기도 합니다.
제가 좋은 팀이 보상이라고 그에 대해 느끼는 점을 내내 글을 썼지만, 물론 '그 보상을 정말로 보상이라고 느끼는 것'은 아주 상대적입니다. 절대적으로 좋은 팀이라는 것은 없지요. 저도 (COO인 루시가 팔불출처럼 팀원 자랑하는 일 좀 적당히 하라고 해서) 약간의 메타인지를 발휘하여 돌이켜보자면, 저희 팀이라고 하여 모든 사람들에게 좋은 팀일 수는 결코 없습니다.
이를테면 저희 컨스택츠 팀은 어떤 시각에서 보자면 좀 너무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사람들의 집합이고, 하나같이 깐깐해서 유들유들하게 굴지 못하는 팀이라고 느끼게 되는 분들도 있을 겁니다. 누군가는 서로에 대한 1인분의 기대치가 높아서 부담스럽다고 느낄 수도 있습니다.
그만큼 '좋은 팀이 최고의 보상'이라는 얘기는, 말은 아름답지만 실현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여러 친한 스타트업 대표님들이 애정 어린 농담을 담아서 '어차피 30인 이하인 팀일 때에만 가려 뽑는 것 가능하고 나중에는 면접 볼 시간도 없어져~', '초기 스타트업은 허니문이니까 지금 많이 재밌게 해야해!'처럼, 미래에 예견되는 어려움에 대한 얘기를 주시기도 합니다. 일부러 팀원을 적게 가려는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1막과 2막에 따른 각각 다른 전략은 각오를 해야겠죠.
그럼에도 철학과 전략을 실천하기 위해 신경을 많이 쓰고 있습니다. 이를테면 공동창업자들과 새로운 영입 멤버의 오퍼 조건을 논의하면서, '이 분이 합류하는 것이 우리 모두에게 보상일까?' 라거나 '이 분이 우리와 함께하는 것 자체를 보상으로 느끼지 않는다면 우리가 연봉을 더 올려서 제안한다고 한들 어차피 붙잡지 못할거야' 같은 말을 나눈 적이 있습니다.
좋은 팀이 최고의 보상이라는 관점을 나름의 실질적 판단 기준으로 삼으려고 했던 것이지요. 현실은 좌충우돌 힘든 일들이 많지만 아직까지는 실천에 성공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사실 창업자 대표에게 진짜 최고의 보상은 시장 문제를 풀고 수많은 사람에게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효능감입니다. 솔직하게는 그것이 온전히 이타적 감성이라기보다는, 어느 정도는 명예욕, 성취욕을 포함하여 내가 이 사회에 어떤 족적을 남기고 싶다는 욕심까지 포함된 얘기일 것입니다.
한 개인의 문제를 풀기 위해서라면 교사나 카운셀러가 되면 되고, 한 집단의 문제를 풀기 위해서라면 리더나 컨설턴트가 되면 되지만, 하나의 산업이나 사회적 문제를 '혁신적으로' 풀어내는 방법은 역시 창업일테니까요(대기업이나 공공도 나름의 역할이 있겠지만, '혁신적'이라면!).
그리고 그것은 꼭 창업자가 아니라도 초기 스타트업에 합류하는 멤버들도, 그 밀도와 채도가 조금 다를 수는 있어도 방향성에서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다만 그럼에도 저 또한 한 명의 멤버로서 더 지치지 않고 멀리 가기 위해서, 오늘 나를 출근하고 싶게 만드는 것은 무엇일까, 우리 팀원들에게는 무엇이 더 필요할까 종종 생각합니다.
즉, 성공에 대한 미래적 언약도 중요하지만, 하루하루의 즐거움도 중요합니다. 그리고 그 하루하루의 즐거움은 우리의 비전에서 오기도 하겠지만, 역시나 '누군가와 함께 일하는가'에서 오는 것 같습니다.
저희 팀의 비전은 "IT기술로, 건강한 인간관계에서 얻는 행복을 수호한다" 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어떻게 우리 팀이 행복하지 않은데, 저희가 앱과 서비스로 사람들의 인간관계에서 얻는 행복을 만든다고 얘기할 수 있을까요.
오늘도 백엔드팀이 저녁 시간까지 깊은 고민을 나누며 회의하는 모습을 보니 고맙고 미안하기도 하지만, 그럴수록 제 자신도 다른 팀원들에게 얼마나 보상이 되고 있을까 돌이켜 반성해봅니다.
아직 제품 출시도 하지 않은 팀이지만 저희는 이런 고민 위에 모이고, 또 움직이고 있는 팀입니다. 이게 막 시작하고 있지만 호기롭게 팀 소개 페이지에 이렇게 적어두었죠, "바다를 건너 멀리 가는 것이 목표가 아닙니다. 성층권에서 멋지게 폭발하거나, 아니면 우리는 마침내 달에 갈겁니다."
이 글을 읽으신 분이 IT업계 종사자로서 혹시나 어떤 텔레파시를 느끼셨다면 꼭 지금이 아니라도 어떤 흐름과 줄기에서 우리는 만나게될 수 있을 겁니다. 저희와 함께 일하는 것을 보상이라 느낄 수 있고, 또 저희에게 새로운 보상이 되어주실 분을 늘 기다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