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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원혁 Nov 02. 2016

나도 개독교인이다

교인들의 각성을 외치며

긴 밤 지새우고 풀잎마다 맺힌

진주 보다 더 고운 아침이슬처럼

내 맘의 설움이 알알이 맺힐 때

아침 동산에 올라 작은 미소를 배운다

태양은 묘지 위에 붉게 타오르고

한낮에 찌는 더위는 나의 시련일지라

나 이제 가노라 저 거친 광야에

서러움 모두 버리고 나 이제 가노라

- 아침이슬, 김민기


학창 시절 가슴 아프게 불렀던 노래를 다시 부른다. 


저 악한 정치인들에게 느끼는 분노보다 교회와 교인에게 느끼는 분노가 더 크다. 내가 그런 악함을 가지고 있기에 내게 대한 분노를 교회와 교인에게로 향하는 것일 거다.


나도 교인이다. 세상 사람들이 그렇게 비난하는 "개독교"이다. 

그래서 교회가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아 정말 개혁되면 좋겠다. 


교회가 정치에 중립적이어야 한다? 돌이켜 지나온 역사를 보아하니 신정 분리, 정교분리가 되었던 적은 없다 싶다. 정말 중립을 지킬 거면 교단이나 교회가 나서서 어떤 정치에도 관여하지 말았으면 한다. 나설 것이라면 예수님은 어쩌셨을까? 생각해보면 좋겠다. 서기관과 바리새인, 대제사장에게 미움받으셨고, 죄인과 과부에게 찾아가셨던 분을 묵상하면 좋겠다.


회개했으면 좋겠다. 신사 참배를 묻어버리는 것 때문에도 한국 교단이 분열되었다. 무당을 옹호하고, 권력가가 초대한 자리에 나가면 내 위상이 높아질 것이라고 기대하고, 그런 자리에 가면 영향력을 많이 끼칠 것이라는 논리에 나는 더 이상 동의할 수 없다. 무당과 사이비교주, 권력가들의 찬동가였던 교회가 정식으로 회개하면 좋겠다. 간음 죄만 회개해야 하고, 이런 건 회개 안 해도 된다는 것도 이상하다. 

"기독교 흑역사"라고 손석희가 말할 정도까지 되었는데도, 아직까지 교단에서 회개하는 뉴스는 들어보지 못했다. 뭐 엉터리 목사를 목사라고 하는 교단인데 그런 기대를 말아야지 싶지만, 그래도 아직 사랑하는 마음에 그런 뉴스 어디서 안 나오나 기다리고 있다.


교인들이 좀 똑똑해졌으면 좋겠다.

첫째, 균형을 가졌으면 좋겠다.

방선기 목사님은 자주 "균형 잡힌 그리스도인"을 언급하셨다. 어느 한쪽으로 치우쳐서 지성만 강조한다든지, 영성만 강조하는 것을 경계하셨다. 한국 교인들은 치우쳤다. "비둘기 같이 순결함"쪽으로 너무 지나쳤다. 같은 곳에 "뱀같이 지혜로움"을 강조하셨다. 하필 그 뱀을 이야기하셨다.


둘째, 이유식만 먹지 말고 음식을 소화했으면 좋겠다.

교단이나 목사가 잘 못되면, 교인이 알아차려야 한다. 잘못 이야기하는데도 "아멘, 아멘"을 외치며 "무뇌아"처럼 받아먹는 모습. 외모만 큰 어린 아기의 모습이다. 주는 대로 받아먹기만 하는 다 큰 아이일 뿐이다. 이제는 교인들이 자랐으면 좋겠다. 목사가 주는 성경 풀이만 받아먹지 말고, "성경이 그러한가 날마다 상고하는" 사람들이 되어 목사와 교단이 잘못하면 지적할 수 있으면 좋겠다. 


셋째, 삶에 대해 맞닥뜨렸으면 좋겠다.

성경만 공부하지 말고, 삶에 대해서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 제대로 살자고 믿는 것 아닌가? 삶은 엉망이고, 교회 울타리 안에서만 행복한 것이 예수님이 원하시는 삶인가? 자식 키워보니 "아버지" 마음을 절로 알게 되는 것 같다. 어려운 신학 이야기 않고도 하늘 아버지 마음을 짐작할 수 있다. 딸들이 "아빠, 집이 너~무 좋아요. 집 밖으로는 한 발도 안 나갈래요"라고 집 밖 세상에 대해 관심을 끊고 사는 것이 바른 삶인가?

교회 헌금 이상으로 세상의 필요에도 부응하면 좋겠다. 교회 헌금이 제대로 안 쓰인다면 개혁을 위해 노력하고, 그래도 안되면 교회를 떠날 일이다. 나는 지금도 이상한 목사들이 설교하는 그 교회를 떠나지 않는 교인들이 더 이상하다.


나도 개독교인이다. 부끄러운 한국 기독교 역사를 쓴 바로 그 개독교인이다.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아, 나도 거친 광야로 나가고자 한다. 이미 나간 사람들도 많지만, 아직도 "집 안이 좋사오니~"라면서 몸을 집에 묶어둔 교인들이 동행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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