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원혁 Jul 15. 2020

온라인이 싫어.......

코로나 시대에 온라인 모임 잘하기

십여 년 전부터 회사 사무실을 없앴다. 그 유지비용으로 월급이나 더 가져가자고 직원들과 협의했다. 

4년 전부터 회사를 새로 하나 더 시작했다. 이번엔 사무실 없이 회사를 시작했을뿐더러, 모이기도 힘든 구성원이었다. 사는 곳이, 시드니, 홍콩, 런던, 안성, 용인, 남해, 서울, 서울....

그래서, 한 주 한 번 온라인으로 모였다. 그리고, 한 달 한 번 오프라인에서 밥 먹고 놀았다. 결과적으로 나와 우리 구성원들에게는 온라인 모임이 아주 익숙하다. 한때는 온라인 모임 칭송자였다. 오가는 시간과 지역 한계를 뛰어넘기에, 그리고 매우 집중하게 되어 효율이 좋다고 생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요즘 오프라인 모임이 너무 그립다. 온라인 모임이 싫다! 심지어 온라인 모임이 효율 좋다고 주장하던 것을 슬그머니 접고 있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After the Corona 뿐 아니라 길어진 During the Corona 시대에 온라인 모임은 피할 수 없다. 그런데 온라인 모임이 싫어진다. 이유가 뭘까?




온라인 모임이 싫은 이유


1. 스킨십이 그립다. 

오해하지 마시라. 오프라인 모임을 그리워하는 이유에 이게 숨어 있다. 악수도 하고 포옹도 할 수 있었다. 이제 못한다. 온라인 모임은 더더욱 못한다.


2. 몸 언어를 보고 싶다. 

얼굴만 보이는 온라인 모임은 의사소통에 한계가 있다. 오프라인 모임에서는 얼굴 표정, 목소리 톤뿐 아니라, 참석자의 몸짓 언어를 모두 볼 수 있었다. 온라인에서는 그걸 볼 수 없다.

그러다 보니, 온라인에서는 훨씬 더 집중해야만 한다. 그래서 한 두 번 할 때는 집중하고 효율이 좋다고 생각하는데 여러 온라인 모임이 생기다 보니 계속 긴장 상태를 유지해야만 한다.


3. 기기 사용에 어려움을 겪는 참석자가 있다. 

그들에게도 고통이고, 나머지 참석자에게도 고통이다. 음소거를 못해서 그거 해결한다고 한 5분 시간을 허비하면 참석자들 모두의 시간을 뺐는다. 그런 일이 반복되면 피로가 누적된다. 화면 공유를 못해서 시간을 허비한다. 오프라인 모임에서는 미리 슬라이드/ 빔프로젝터를 준비해두는 게 보통이고, 즉시 해당 기술자나 전문가가 빠르게 해결해준다. 온라인에서는 참석자가 이래 보라 저래 보라, 우왕 좌와 하게 된다.

회사 구성원들과 과거에 하던 온라인 모임은 다들 기기 사용에 익숙해져 있어서 피로감이 없었다. 요즘 온라인 모임은 생전 처음 온라인 하는 분들이 많다 보니 다양한 이슈를 해결해야 한다. 온라인 모임의 주제/ 이슈가 아닌 기술적 이슈를 자꾸 해결하고 나야 본질에 진입할 수 있게 된 거다. 그래서 피곤해졌다.


4. 기술의 한계가 있다. 

참석자가 기기 사용을 잘한다고 해도, 합창은 불가능하다. 네트워크 딜레이는 아직도 해결하기 힘든 기술의 한계다. 참석자 특히 발표자의 네트워크가 느려지면 어쩔 수 없다. 모두가 제대로 안 보이고 끊겨 들리는 소리를 들어야 한다. 


5. 발표자 말고, (일부) 참석자와 잡담/ 수다/ 지방 방송도 하고 싶다.

발표자 한 사람만 말하고, 나머지 수십 명이 듣기만 하는 그런 강연만 있었던 건 아니다. 서로 이야기하고, 사귀던 모임이 있었다. 온라인 모임에서는 이게 어렵다.




그렇게 싫어하는 온라인 모임이 짧게 끝나지 않는다. 코로나가 장기화되고 있다. 심하게 오래간다. 아니 아예 계~~속 온라인 모임이 기본/ 필수 요소가 될 것 같다. 그래서 온라인 모임을 즐기기 위한 지침을 만들어 본다. 내가 즐기기 위해서다.



온라인 모임을 즐기려면


1. 헌신, dedication

오프라인 모임은 모임 하기 적합한 특정 장소에서 모인다. 모임 시간 전에 이동을 하고, 시작 전에 미리 가서 대기한다. 가능한 모임 내내 딴짓하지 않고 모임에 집중한다. 

그러나, 온라인 모임은 모임 하기 적합하지 않은 장소, 주로 집에서 한다. 그러니 방해가 많다. 모니터 켜 두고, 폰 보고/ 가족들의 질문에 대답하고/ 걸려오는 전화받고/ 들어오는 메신저 대답한다. 결국 모임에 제대로 집중을 못한다. 나만 그런 게 아니라 나로 인해 다른 사람들도 집중을 못한다.


2. 회의 도구 사용법

모임마다 사용하는 도구가 다를 수 있다. 같은 도구라도, 모바일과 컴퓨터에서 사용법이 다르다. 가능하다면 컴퓨터를 사용할 것을 권한다. 모바일은 화면이 작아서 많이 불편하다. 

유튜브에 가면 사용법 강의가 넘쳐난다. 그래도 안된다면 주변 지인의 도움을 얻는다. 

도구를 제대로 못 다루면 회의 내내 듣기와 보기(전체가 아닌 일부 화면만)  밖에 할 수 없다.


3. 채팅 창/ 그룹 방을 활용한다. 

소그룹과 지방 방송은 사실상 딱딱한 모임에 유연함과 창의성을 불어넣는다. 아쉽게도 기술이 아무리 발전했어도 현재 기술은, 동시다발, 지방 방송 이야기 가능한 환경을 만들 수 없다. 합창도 불가능하다. 다 같이 한 목소리로 뭔가를 읽는 것도 불가능하다. 네트워크 지연은 생각보다 큰 장애다. 

그래서 모임 전과 모임 후의 소그룹 대화는 온라인 모임을 보다 즐겁게 해 줄 수 있다. 그러니 딱 시간 맞춰 입장하기보다는 시간 전 입장해서 수다를 떠는 것이 필요하다.

모임 중에는 모임의 본질을 방해 않을 정도의 채팅방 사용을 해본다.




온라인 모임을 즐기기 위해, 다시 한번 순서대로 할 일을 정리해본다.


모임 전

온라인 모임도 사전에 가서 준비해야 한다. 11시 시작이라면 10:45 즘 먼저 제대로 접속되는지 / 회의 앱, 사이트가 제대로 동작하는지, 마이크와 비디오는 제대로 동작하는지 준비해야 한다. 10분 전, 고수라면 5분 전에는 미리 입장해 있어야 한다. 모임 전에 미리 수다를 떨어보아야 한다. 그래서 마이크/ 네트워크 / 비디오 등이 제대로 동작하는지 확인해 봐야 한다.

일찍 온 사람들과 회의랑 상관없는 수다도 떨어야 한다. 11시 시작이라고 10:59에 접속해서 들어오다가 11:02에 회의에 진입하는 것은 지각이다. 이미 참여한 사람들에게 집중력을 떨어뜨리는 행동이다.

11:05에 메신저로 모임 링크 뭐냐고 묻는 것은 큰 실례다.


오프라인 회의에는 누군가 준비해 주는 장비/ 음료 등도 온라인에서는 모두 내 몫이다. 

조용한 장소를 선택한다. 큰 배경 음악이 나오는 카페, 지하철은 최대한 피한다. 다른 참석자에게 배경 소음의 어마 무시한 고통을 준다. 인간의 귀는 매우 선택적으로 듣고 싶은 것만 듣고, 소음을 걸러낼 능력이 있으나, 컴퓨터와 모바일의 음향기기는 소음 제거 기능이 부실하다. 그게 지금 기술의 한계다.

어쩔 수 없이 시끄러운 곳에서 참석해야 할 상황이라면, 처음부터 끝까지 음소거하고 벙어리로 지낸다. 나는 괜찮아도 듣는 남들은 매우 괴롭다. 모임 내내 말 못 하는 고통을 겪어봐야, 다음부터 조용한 장소 찾아 미리 준비한다.

이름!!! 여러 명이 모이는데 회의 화면에 나타나는 이름이 iPhone, Galaxy 9이라면? 자신의 이름으로 제대로 바꾼다. 실명을 쓴다. "pink공주" 이런 거 너무 유치하고 무례하다.

가상 배경을 사용할 것이라면 미리 잘 동작하는지 확인해 둔다.

화면 공유를 해야 한다면 화면을 잘 정리하고, 공유될 자료를 미리 준비하고, 화면 공유 방법을 익혀둔다.

음소거, 비디오 끄기를 어떻게 하는지 미리 익혀둔다. 음소거 해제와 음소거는 반드시 반드시 반드시 알아두어야 한다. 자주 사용해야 한다. 시끄러운 장소라면 발언할 때만 음소거 해제를 하고 빨리 음소거 상태로 돌아가야 한다.

필요하다면 채팅창 사용법, 손들기, 녹화 방법을 공부해 둔다. 녹화는 허가가 필요할 수도 있다.


모임 중

1. 집중하자. 

진짜 회의 때처럼 폰을 만지작 거리거나, 다른 가족과 대화하는 것을 최소화하자. 재택근무라면 방문을 잠그거나, 가족에게 방해하지 말 것을 요청하도록 하자.


2. 얼굴 언어를 사용한다.

얼굴 표정 언어를 제대로 읽기 위해서 모니터를 계속 바라보도록 하자. 그래서 거듭 모바일보다는 컴퓨터를 사용하여 모임에 참석할 것을 권한다. 모바일로는 한 번에 한 명 혹은 많아야 네 명 정도밖에 얼굴을 볼 수 없다.

내 얼굴 표정 언어를 읽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나의 비디오를 끄지 않도록 하자. 사람/ 회사에 따라서는 비디오를 끄는 행위를 아주 무례하다고 생각한다. 마치 누드 비치에 나만 옷 입고 가는 것과 같다고 여긴다.

오프라인 모임에서는 조는 사람, 하품하는 사람 다양한 청중의 반응이 전달된다. 그래서 비디오를 끄는 행위는 반칙이다. 나만 지겨워하는지, 다른 사람도 지겨워하는지 볼 수 있어야 한다. 


3. 발언권을 얻고 발언한다.

발언을 할 때는 다른 사람과 동시에 말하지 않도록 한다. 수많은 참여자가 있는 모임에서는 발언권을 얻어서 발언하는 것이 당연하고, 소규모 모임 중에 발언 충돌이 일어났다면 양보하고 다시 발언하도록 하자.


모임 후

모임 중에 나눈 채팅 글이나 자료 중 필요한 것을 따로 보관하는 것을 잊지 않는다. 회의방을 나가는 순간 다 사라진다. 









작가의 이전글 착각하지 말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