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사람들이 각자의 상자 속에서 사는 것 같다
몸은 길거리에 남들과 섞여 있지만 자세히 보면 각자 유리 상자 속에 있다
그러니까 그 안에서 자유롭게 욕하고 담배도 피우고 침도 뱉고
지나가는 사람을 아래위로 훑어보기도 하고
배가 볼록한 사람이 앞에 서있어도 지하철 좌석을 지키는 것 같다
그런데 가끔 유리 상자를 걷어내고 밖으로 나오는 사람이 있다
굳이 그러지 않아도 되는데 남에게 자리를 양보하고
무거운 짐을 같이 들어주고
피 흘린 사람의 곁을 지키는
그것이 마치 고립된 섬들 사이에 다리를 놓는 것 마냥
크고 무겁게 느껴질 때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