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살아갈 뿐
그러니까 비록 이 세상이 시뮬레이선이라고 할지라도 아무 상관이 없어요. 실제로 그렇다고 하더라도.
내가 느끼는 이 모든 감정들과 매일 보는 일상의 장면들이 실재하지 않을 거라는 건 내가 도저히 알 수 없는 일이니까요. 어떻게 믿을 수 있겠어요. 좋아하는 음악과 너무 맛있었던 식사와 길거리에서 만나는 리드미컬한 걸음의 사람들, 빵 굽는 냄새와 사랑하는 사람의 목소리와 그의 손길이 실재하는 게 아니라니요. 그건 마치 깨고 싶지 않은 꿈에서 이게 꿈이라는 걸 자각하는 것과 같아요. 다른 것은, 이게 꿈이라는 사실을 나는 결코 알 수 없다는 것뿐...
만약 이 세상이 시뮬레이션이고 내가 가짜 세상에서 가짜 인생을 살고 있다고 하더라도, 미지의 존재가 나의 세상과 의식을 구경하며 비웃는다고 하더라도, 내가 트루먼이 맞다고 해도, 나는 그걸 알 수 없어요. 비록 내 삶이 아름답지 않다고 해도, 당신의 삶보다 내 삶이 더 좋지 않은 것이라고 하더라도, 지금 이 촉감이 실재하지 않는다는 것... 이걸 믿을 수 있겠어요? 아름답지 않은 삶이라고 해도 내 손에 닿고 내 눈앞에 있잖아요. 그렇다면 우리는 자신의 의식과 의지와 감각을 믿고 다만 살아갈 수밖에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