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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라영 Mar 24. 2024

마지막 관문에서 우리는 어떤 길을 갈 것인가?

<타니오스의 바위> 감상문


“그 바위에 함께 앉았을 때 나는 타니오스에게 이렇게 말했다. ‘네 앞에서 또다시 문들이 닫히거든 네 인생은 거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제부터가 시작이라고, 그리고 또 다른 인생이 이미 시작되고 있다고 생각해라. 그리고 배에 올라서 너를 기다리는 도시를 향해 떠나거라.’”



아민 말루프의 <타니오스의 바위> 는 19세기 레바논의 산악지대에 있는 작은 마을을 배경으로, 그 마을의 사람들과 특히 타니오스라고 하는 한 소년의 이야기를 담은 소설이다. 당시 레바논은 이슬람과 기독교, 서구 열강과 이집트, 오스만 제국이 충돌하는 긴장 상태에 있었는데, 그 마을은 여러 세력이 부딪히는 접점 중 하나였다. 레바논 산골 마을에 사는 비범한 ‘타니오스’라는 소년의 인생과 사랑에 대한 이야기는, 바로 이 거대한 역사적 물결을 타고 흘러간다.


이 소설은 중동-유럽 근현대 역사를 알고 보면 더 재미있을 것 같은데, 당시 역사적 배경이 짙게 깔려 있기도 하고, 중간중간 실제 인물의 이름이 거론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떤 부분에서는 잠깐 지도를 켜고 책을 읽으면 맥락이 좀 더 잘 이해되는 부분도 있다. ”무함마드 알리가 건설하려는 제국은 북쪽으로는 발칸반도와 소아시아, 남쪽으로는 이집트와 속국들을 양 날개로 달고 있었다. 그 양 날개를 연결하는 통로는 가자에서 알렉산드레타로 이어지는 연안 항로를 따라 하이파, 아크레, 사이다, 베이루트, 트리폴리, 라타키아를 경유하는 바다와 산맥 사이에 끼어 있는 띠 모양의 땅, 즉 지중해와 레바논산맥 사이의 연안 지대였다.”(p139)


이 소설은 <백년 동안의 고독>이나 <경이로운 도시>와 같은 소설과 마찬가지로 거시사와 미시사가 함께 흘러가는 느낌이 든다. 사실 언급한 소설 외에도 수많은 이야기가 역사의 소용돌이에서 나뭇잎처럼 힘없이 날아다니는 개인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기 때문에 특정 소설과 비슷하다고 말하기 애매하다. <토지>도 여기에 포함할 수 있을 정도이고, 차이라고 한다면 각 나라의 문화와 전통에서 특색이 느껴진다는 점이다. 반면 내포한 주제는 아주 흔한 것인데, 그것은 패배한 역사/국가 속에서 힘없이 날아가 버린 수많은 사람의 인생과, 그 속에서도 빛을 발하는 입지전적인 인물들을 다루고 있다는 것이다. ‘타니오스’라는 소년이 바로 그런 사람이다. ”젊은 나이에 조숙하게 머리가 하얗게 센 백발의 인물이 혼란기에 나타났다가 어느 날 갑자기 홀연히 사라지고 만다는 전설이었다. 사람들은 그런 인물을 ‘백발의 젊은이’ 혹은 ‘반미치광이 현자’라고 불렀다. 한 인물이 끊임없이 반복해서 환생하는 것이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었다. (p173)“


이 소설을 한마디로 표현하는 단어를 고르라고 한다면 ‘충돌’이라고 말하고 싶다. 이야기에서 계속 다른 무언가가 서로 충돌하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전통적인 것과 새로운 것, 내부 세계와 외부 세계, 정착과 이동, 젊음과 권력, 복종과 저항, 그리고 명예와 사랑… 이런 식으로 계속해서 나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타니오스’라는 소년은 거의 항상 저 충돌의 가운데에 서서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그가 한 많은 선택 중 가장 인상깊은 것이 마지막 관문에서 나오는 선택일 것이다. 책 속에서 누군가가 타니오스에 대해 이렇게 얘기했다. “그토록 갑작스러운 영광을 누렸으니, 이 나약한 존재가 과연 태어나면서 예정된 평범한 인생을 살아갈 수 있을까?”(p341) 이 말은 타니오스라는 소년의 운명을 대변하는 것만 같지만, 책을 끝까지 읽으면 그 소년이 운명을 그대로 수용한 것을 아닐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다양한 이야깃거리를 담고 있는 이 소설의 매력은 이국적인 배경 속에서도 너무나 공감되는 인생사를 다루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모두 인생을 살아가면서 여러 관문을 거치게 되는데, 그 마지막 관문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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