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할 때는 되지 못했던 직책자로써의 변화
대기업의 인사발령은
'발령이 나야 진짜 나는 것이다'
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변화가 심하다.
실제로 갖가지 설이 있다가도 다른 결과로 발령이 나는 경우들도 많이 보았었다.
그래서, 내용을 언질을 받아 알고는 있었지만,
발령이 나는 그 순간까지도 반신반의하고 있었다. ' 정말 그 발령이 난다고?' 정도였던 거 같다.
그런데, 결국 그 발령이 났다.
어느 날, 갑자기 팀장이 되었다.
파트장. 리더 등 어중간한 비공식 직책자의 생활을 마감하고 팀장으로서 관리자 레벨로 넘어가게 되었다.
요즘 보면 나와 같은 나이에도 임원을 달기도 하기에 14년 차 40대에 들어서 팀장을 다는 게 결코
'빠른 편이다'라고는 할 수는 없다. 더군다나 내가 뽑고 키웠던 후배들이 10년도 되기 전에 이미 팀장 또 그 이상의 직책을 달기도 하니 더 그렇게 느껴진다. ( 반대로 다시 팀원으로 내려오는 일이 어색하지 않은 것도 이미 알고 있지만.. )
나름 대기업이라고 일컬어지는 조직에서 인맥도 라인도 없는 잡채 출신이 직책자로 보임이 된다는 건 쉬운 일은 아니었다. 실력을 인정받고 5년 정도 중간 리더로 보낸 뒤에 가능한 일이었다.
아이러니한 건 일정 연차 이상이 되었을 때는 팀장이 매우 하고 싶었던 때가 있었다.
그 이유는 내가 만든 기획안을 전혀 다른 논리로 설득해야 했기 때문 ( 때론 설득되지 않을 때가 많았기 때문 )이었다. 그리고 기획자로써 더 넓은 영역의 기획을 위해서는 대기업이라는 조직에서는 일반 팀원이 아닌 직책이 필요했기 때문(직책이 있다면 조금 더 유리했기 때문)이다. 요즘은 PO라는 체계도 많이 활성화되고 있지만, 대기업에서 수행되기에는 어려운 이야기들이었다.
하지만 반대로 일정 정도 시간이 지나고 나니,
굳이 어떤 직책을 달지 않아도 웬만큼 내 일, 내 프로젝트는 은 해나갈 수 있었으며, 전문 영역을 개척한 뒤로는 회사에 내 실력을 어필하지 않아도 됐고, 굳이 팀장과 팀원의 관계가 아니어도 후배들을 키우고 케어할 수 있는 상황이 되고 나서는 굳이 팀장 직책이 필요하지 않게 되었다.
( 관성이 생긴다고 들 하는 것처럼) 이제 편하게 회사생활할 수 있구나 싶은 생각이 들고
좋은 대우의 팀장 오퍼를 많이 받고도 이직하지 않고 미뤄두고 있는.. 어느샌가 편한 것들을 찾기 시작할 때쯤,
발령지에서 내 이름을 보게 되었다.
그리고 쏜살 같이 7개월이 지났다.
직장생활을 15년이나 했고 많은 중간관리자로서의 삶을 살았지만, 그 와는 또 다른 경험이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팀은 빠르게 성장했고, 그 안에서 좌충우돌 많은 일들을 겪었다.
원할 때는 되지 못했던 직책자로써의 변화 이야기, 그리고 초보 팀장의 고뇌와 번민. 그리고 그 안에서의 보람과 재미있는 스토리들을 통해 새로운 브런치 매거진을 시작하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