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은수 Jan 14. 2020

왈츠

오묘한 녹색을 띄는 회색빛 털을 가진 그 개는 의젓해 보였다. 만약에 두 발로 선다면 내 키를 훌쩍 뛰어넘을 만큼 대형견이었음에도 무섭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에 키우던 개에 물려 다치고 죽었다는 사고 뉴스 덕분에 예전처럼 한 번 쓰다듬어 보고 싶어 근처에 가는 행동 따위는 하지 않았다.    


그런데 갑자기 녹회색의 털을 가진 그 개가 내 옆으로 걸어와 내 팔에 그 큰 머리를 턱하니 기대는 게 아닌가. 갑작스런 개의 행동에 놀라 팔을 빼지도 못하고 황급히 주위를 둘러보며 개 주인을 찾기 시작했다. 자기 개는 순해서 물지 않는다고 말하며 다가오는 개 주인이 물었다.


‘왈츠 좋아하세요? 저희 개가 왈츠를 출 수 있는데 한 번 추실래요?’    

이게 무슨 개 같은 소리야. 개가 왈츠를 추다니. 더군다나 저 개와 같이 춤을 추라고?   

  

주인이 왈츠라는 말을 마치기가 무섭게 개는 앞발을 번쩍 들며 일어섰다. 마치 인간인양 앞발을 옆으로 벌리며 손을 얹으라는 눈빛까지 보내고 있었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멍청하게 서 있으니 개 주인이 친절하게 내 손을 올려주고 개의 뒷발을 내 발등 위에 올려놓았다.    


‘어렸을 때 사람 발등에 올라서서 왈츠를 쳐 왔기 때문에 박자만 잘 맞춰 움직이면 떨어지지 않을 거예요. 걱정 안하셔도 되요.’  

   

어디서 들리는지도 모를 왈츠 음악은 멈추지 않았다. 무겁고 큰 개를 발등 위에 올려놓고 왈츠를 추고 있다니. 도대체 이게 무슨 상황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도대체 왜 음악은 그치지 않는 거야.   

  

쿵짝짝, 쿵짝짝, 쿵짝짝, 쿵짝짝, 쿵짝짝.    


“안 일어나? 도대체 알람이 몇 번이나 울어야 일어날 건데!!!”   

 

언제부터 시작된 건지 알 수 없는 왈츠 알람이 신경질적으로 울려댔다. 개 같은 월요일 아침이군. 꼰 채로 잠든 다리가 유난히 더 욱신거렸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