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만! 그거 나 줘>
때로는 글보다 그림이 더 깊은 울림을 줄 때가 있다. 마크 얀센 작가의 책은 보는 것 자체로 힐링이 되는 그림책이었다. 우연히 읽게 된 마크 얀센의 그림이 마음에 들어 찾아 읽기 시작했다.
일러스트 작가인 마크 얀센의 손에서 태어난 그림책의 주인공들은 무척 사랑스럽다. 이번에 읽은 <잠깐만! 그거 나 줘> 역시 따뜻하고 부드러운 그림과 짧지만 의미 있는 글이 가득했다.
시타와 샤피라는 그릇과 쇠사슬 등의 각종 고물을 수레 가득 실었다. 고물을 치우러 가는 시타와 샤피라 앞에 나타난 초록 괴물이 무서운 표정으로 그들을 막아선다. 이빨이 삐죽삐죽, 화난 표정의 괴물이 요구하는 것은 녹슨 그릇과 냄비가 담긴 상자. 초록 괴물은 왜 고물이 필요할까?
고물을 받아 든 괴물이 대답한다. "예쁜 보석들이 달린 이 목걸이 말이야. 봐, 얼마나 예쁜지!"
고물을 예쁜 목걸이라고 말하는 괴물을 뒤로하고 다시 길을 떠나는 시타와 샤피라. 그들 앞에는 계속해서 숲의 괴물들이 나타나 고물을 요구한다. 하지만 고물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은 괴물의 손에 들어가면서 이 세상에 둘도 없는 아름다운 악기가 되고 안경이 되며 귀걸이로 변한다. 고물을 받기 전 무섭게 노려 보며 불을 뿜어대던 괴물들은 시타와 샤피라에게서 고물을 받자마자 깜찍한 숲의 친구로 바뀌는 모습이 익살스럽기까지 했다.
버리는 물건이라고 생각했던 고물들이 예쁘고 소중한 물건이 되는 <잠깐만! 그거 나 줘>는 물건의 가치를 다시 생각하게 해주는 책이었다. 판타지의 한 장면 같은 책 속의 숲과 괴물들. 자매의 선물을 받고 빙긋 웃음을 짓고 있는 덩치 큰 괴물들이 무척이나 귀여워 보였다.
부드럽고 몽환적인 느낌의 일러스트 덕분에 아이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행복하게 읽을 수 있는 마크 얀센의 그림책. 그림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림책이 주는 편안함을 알 것이다. 단순한듯하지만 많은 이야기를 보여주는 <잠깐만! 그거 나 줘>. 아이들에게는 필요 없는 물건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는 시간을, 어른들에게는 따뜻한 편안함을 선물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