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아홉 번째 캐서린에게 또 차이고 말았어>
책을 읽는 내내 피식 웃음이 새어 나왔다. 주인공인 '콜린 싱글턴'에게는 인생 최악의 순간이겠지만 나에게 그 순간들은 너무나도 찬란하고 귀엽게만 보였다.
내 손가락 밑의 가시가 제일 아픈 법이라고 했던가. <열아홉 번째 캐서린에게 또 차이고 말았어>를 읽으며 그 말이 가장 먼저 떠올랐다. 남들보다 많이 똑똑한, 그래서 더욱 자신의 울타리에서만 살고 있는 콜린이 그곳을 벗어나는 과정은 생각보다 꽤 스펙터클했다. 그렇다고 엄청난 사건이 벌어진다거나 온갖 음모와 배신이 난무하는 것은 아니다.
잠깐! 자신을 차 버린 여자친구를 잊기 위해 일상에서 벗어나 낯선 장소인 '것샷'에서의 일들이 평범하다고 할 수 있을까?
유명한 신동인 콜린 싱글턴 은 최악의 날을 맞이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열아홉 번째 캐서린에게 차였기 때문이다. 콜린이 만난 여자친구는 열아홉 명, 그리고 그녀들의 이름은 모두 캐서린이었다. 그 어느 때보다 찬란히 빛나야 할 그 순간, 콜린은 실연의 아픔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었다. 그런 콜린은 일으켜 세운 사람은 바로 그의 친구인 하산이었다. 목적지 없는 자동차 여행을 떠나기로 한 그들이 도착한 곳은 '것샷'이라는 낯선 장소.
콜린과 하산은 우연히 것샷의 스토리를 수집해 오는 아르바이트를 시작하게 되고 그렇게 그들의 것샷 생활이 시작된다. 둘에게 소소하지만 매일 새로운 사건들이 생겨나고 콜린은 것샷에서 하루하루를 보내며 열아홉 명의 캐서린에 대한 공식을 정리해 간다.
청소년기를 막 벗어난 소년의 성장기인 <열아홉 번째 캐서린에게 또 차이고 말았어>는 특이한 제목만큼이나 독특한 소재를 가지고 있다. 바로 인간관계를 그래프로 표현한다는 것이다. 수십 개 언어를 말하고 뛰어난 기억력을 가진 신동, 콜린의 특성을 잘 나타내 주는 그래프는 동시에 영재라는 틀 안에 갇혀 자신을 끊임없이 다그치는 안쓰러움을 나타내는 것 같았다.
캐서린이라는 이름을 가진 여자와 사랑에 빠지고 어김없이 그녀들에게 차인 콜린. 그는 끊임없이 캐서린들에 대해 공식을 찾으려고 한다. 열아홉 번째 캐서린을 잊기 위해 시작한 여행, 우연히 들른 것샷 그리고 꽤 독특한 아르바이트와 새로운 만남이 이어지지만 콜린은 언제나 정리에 매달렸다. 그런 콜린의 모습이 한편으로 무척 안타까웠다.
순간 그 어떤 수학적 정의로도 해석될 수 없는 미래가 콜린의 눈앞에 펼쳐졌다. 무한한, 절대로 알 수 없는, 그리고 아름다운 미래. "유레카." 콜린이 말했다. 그의 생애 첫 속삭임이었다.
주인공은 신동이다. 낯선 장소에서의 생활이 시작된다. 그는 편집증처럼 끊임없이 자신을 차 버린 여자친구와의 공식을 만들려고 한다. 주변의 사람들에게도 사건, 사고가 일어난다. 이렇게만 놓고 보면 <열아홉 번째 캐서린에게 또 차이고 말았어>는 스릴러 소설같이 보인다. 하지만 이 책은 성숙한 것처럼 보이지만 여전히 미성숙한 열아홉 살의 성장에 관한 이야기이다.
꽤 묵직해 보이는 사건들은 마치 별일 아니라는 듯 소소한 일상의 한 부분처럼 표현되었다. 별것을 별것 아닌 것처럼 물 흐르듯이 이야기하는 존 그린의 스토리텔링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
콜린은 열아홉 명의 캐서린에 대한 공식을 완성했을까? 그는 왜 '유레카'를 외쳤을까? 실연의 아픔을 이겨내고 스무 번째 캐서린을 만났을까? 이 모든 게 궁금하다면 열아홉 번째 캐서린에게 차여 여행을 떠나는 콜린과 하산의 자동차 뒷좌석에 앉자. 그리고 그들의 즉흥 여행을 따라가 보기를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