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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세현 Nov 26. 2020

첫 송아지, '일성이' 탄생 일화


첫 송아지 '일성이' (생후 13일령)

우리 농장에서 태어난 첫 송아지 '일성이'다.


예정일을 10일이나 넘겨서 태어난 녀석 때문에 추운 날 콘테이너에서 몇일이나 밤을 샜다. 어미의 배는 예정일 일주일 전부터 초보 농사꾼 눈에는 '오늘은 정말 낳겠는데...'싶을 만큼 빵빵했었다. 하지만 그 다음 날에도, 또 그 다음 날에도 '오늘은 정말 낳겠다' 싶을 만큼의 배는 더, 더, 더 커질 수 있단 걸(심지어 녀석은 일성이를 낳고 난 후인 지금도 배가 빵빵하다) 밤을 꼬박 샌 새벽에야 알게 되었다.


막상 '일성이'가 태어난 날도 여느 날처럼 '오늘은 정말 낳겠다'싶은 날이긴 했다, 늘 오늘은 낳겠다 싶었으므로. 하지만 여느 날과는 좀 달랐다. 그냥 직감적으로 '아 이거구나!' 싶었다. 책에서 공부한 내용 대로 분만 징후를 보이는 소는 거의 없다고 했지만, 일성이 어미는 고맙게도 출산 당일에는 책에서 나온 출산 징후를 거의 모두 보여줬다. 분만이 시작된 시간도 내가 소 저녁 밥을 챙겨주고 있는 시간이었다.내가 곁에 있는 시간에, 내가 알수있게 신호를 줘서 소한테 고맙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괜히 근처에서 구경하면 더 불편하겠다 싶어서 너무나 궁금했지만, 평소처럼 몇마리 되지 않은 소의 밥을 챙겨주고 빗자루로 바닥을 청소하고 있을때, 생전 처음 들어보는 소 울음소리가 들렸다. 처음 듣는 소리였지만 누구나 '힘을 주고 있구나' 싶은 소리였다. 그리고 또 잠잠해졌다. '힘을 모우는 걸까, 새끼가 반쯤 나왔을까, 제대로 나와야 할텐데'하는 생각에 바닥을 쓸면서도 멀리서 안절부절하다가, 한참만에 어미에게 가봤다니 어느 사이에 '일성이'가 태어나 있었고, 어미는 일성이를 하염없이 핥아 닦아 주고 있었다. 우리 농장 첫 송아지 일성이는 그렇게 단 한 번의 뱃고동 같은 소리와 함께 세상에 나와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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