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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혜 Aug 19. 2019

몰입 과다

캐릭터와 작가를 분리하기

1월 - 몰입 과다 

감정을 표현하는 일에 기술적으로 접근하는 사람들이 있다. 배우로 치자면, 이런 사람. 촬영 들어가면, 수많은 스텝들 앞에서 포효하듯 곧바로 울음을 터트릴 수 있는. 혹은 캐릭터 감정선 따라 자연스럽게, 한 쪽 눈꺼풀만 파르르 떨며, 눈물만 똑, 똑, 똑, 흘릴 수 있는. 촬영이 끝나면 곧바로 웃을 수 있는 프로다. 

  반면, 정말 자기 감정만으로 파고 들어가 버리는 사람들도 있다. 어찌 보면 조금은 타고난 사람이다. 배우지 않아도 -자기도 모르는 새- 철저하게 그 캐릭터에 감정 이입 하고 마는 것이다. 어떻게 보여야 할지, 어떻게 보일지 모르겠고(상관 없고), 그냥 이 상황에서 (캐릭터와 물아일체 된 채로) 느끼는 감정대로 울어 버린다. 이게 연기인지, 진짜인지 알 수 없다. 아마추어인지, 프로인지도 가늠이 어렵다. 그래서 이 경우 우연찮게 빼어난 결과물을 얻기도 한다. 

문제는 촬영이 끝나도, 후자의 사람들은 종종 그 감정에서 헤어나오지 못 한다는 점이다. 자신이 이입했던 캐릭터를 벗질 못한다. 밝고 즐거운 캐릭터였다면 모르겠지만, 어둡고 무거운 캐릭터였다면 숨막히는 그 상태로 일상을 살아간다. 끝났는데, 끝나지 않은 거다. 우울증이 오고, 힘들어하고, 괴로워한다. 캐릭터의 감정을 연기하지 못하고, 그냥 그 캐릭터가 되어, 삶마저 거기에 그대로 잠식당해 버린다.

글 쓰는 일도 비슷하다. 어찌됐든 감정을 표현하는 작업인지라. 습작 시기를 지나, 제대로 된 첫 작품을 준비하며, 한참 위 선배들로부터 많이 들었던 말이 “쓰고자 하는 캐릭터로부터 거리를 두라”는 말이었다. 초반에 훅(hook:독자들의 관심을 걸어 빠져들게 하는 이야기 갈고리)을 날리고, 주동 인물과 반동 인물 대립시키고, 갈등과 긴장으로 쿵쾅쿵쾅 전개를 끌어 가라. 기술적인 것 위주로 많이 듣고 배웠다.

 그래도 여전히 나는 쓰다가 한 번씩 캐릭터에 깊게 빠지고 만다. 왜? 도대체 왜? 왜 그렇게 된 거야? 캐릭터 속내를 끊임없이 파고 들다 보면, 자연히 캐릭터와 하나 되고 만다. (뒤로 갈수록 더하다) 괴롭다. 그러다 자기 비하 발언을 퍼부으며 ‘이런… 바보 똥 멍청이! 기술적으로 접근하라고!’ 하는 단계까지 오면, 또 선배님들께선 오며 가며 말씀해주신다.  “작가는 자기가 쓰고자 하는 캐릭터들을 완벽하게 장악할 수 있을 만큼 독.해.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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