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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혜 Aug 19. 2019

현실과 환상

로맨스 작가의 이상형 캐릭터 만들기

2018년 12월 - 현실과 환상



1.

2018년은 이상형을 만난 해였다. 

아니, 이상형들을 빚어낸 해였다. 


2. 

피그말리온은 여인들이 죄악 속에서 살아가는 것을 보자 자연이 여자의 마음에 드리운 수많은 약점이 역겨워 아내도 없이 홀아비로 살고 있었고, 오랫동안 동침 할 아내도 들이지 않았다. 그 사이 그는 눈처럼 흰 상아를 놀라운 솜씨로 성공적으로 조각했는데, 이 세상에 태어난 어떤 여인도 그렇게 아름다울 수 없었다. 그는 자신의 작품에 그만 반해버리고 말았다. 


3. 

그리스 로마 신화에 나오는 피그말리온 정신으로 빚어낸 캐릭터들이 있다. 


4.

하나는 올 초 작업한 웹드라마 <사당보다 먼 의정부보다 가까운> 시즌 3에 우정우 PD. 처음엔 심심하지만, 어찌보면 밋밋하지만. 깊이 있는 사람. 늘 지켜봐주는 사람. 세심히 신경쓰는 사람.  캐릭터 설정부터 대본 쓰는 내내 푹 빠져 살았다. 영상이 나왔는데, 와, 심지어 옷 스타일도 청바지에, 스니커즈에, 체크 셔츠에, 안경까지… 이상형 그 자체. 그리스 로마 신화가 떠올랐다. 피그말리온의 노력에 신이 감격하여 상아 조각상을 인간으로 만들어 주셨구나. 웹드라마 끝나고 카카오톡에 우PD 고독방(첨. 대화는 일절 없이 짤만 공유하는 방을 고독방이라 한다)이 생겼더란다. 이상형은 모두의 이상형이 되었다.  


5. 

또 하나는 올 하반기에 나온 카카오페이지 웹툰 <뱀파이어 셰프>의 홍기준 셰프. 웹소설로 먼저 썼던 작품이다. 쓰는 내내 무한 행복했다. 혼자 길 걸어가는데 실실 쪼개며 다녔다. 남들 눈엔 몰라도 적어도 그 작품을 쓰는 동안 내 곁에 홍기준 셰프가 있었다. (이런 말 하면 무서우니까 친구들은 하지 말라던데) 티격태격할수록 정드는. 뱀파이어의 피가 섞였다는 이유로 모두가 등 돌리고 저격할 때, 적어도 나만큼은 그의 편에 손 잡고 마주 서게 한. 가늘고 긴 눈. 적당히 깐죽거리는 귀여운 허세. 그림 작가님께서 너무 이상형을 예쁘게 그려 놓으셨다. 어릴 때도 그랬지만, 지금도 나는 만화 속 2D를 사랑한다. 


6. 

그렇게 환상 속의 그대들과 사랑을 하다가, 현실로 돌아오면 늘 시궁창이다. 


7. 하지만 비현실적이라 하더라도, 나는 낭만 속에서 춤추며 살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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