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곳곳에 많은 비가 내리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오네요. 플래닛 문에도 마찬가지로 장마가 시작됐습니다. 출근길이 축축~한 것이 찌뿌드드한 기분이 들어 무드를 업 시킬 노래를 감상해봅니다.
“저 오늘 떠나요~공항으로~핸드폰 꺼놔요 제발 날 찾지 말아 줘~”
흐흐흐. 왜 우린 항상 돈을 벌고 싶지만 일은 하기 싫은 걸까요. 다 때려치우고 여행 가는 상상만 해도 좋지만, 아직 출근한지 몇 주 안 된 만큼 쓸데없는 생각은 버려야겠지요. 월급 인상이 한몫했다.오늘은 지난번에 간단히 소개해드린 <달빛탐사대>프로젝트를 스태프 인터뷰를 통해 더 샅샅이 파헤쳐보려 합니다.
#<가치살자>대표, 빡토씨에게 듣는 프로젝트 취지
문경 청년들의 협의체 <가치살자> 대표 빡토님
무너냥(이하 무) : 빡토...?
빡토(이하 빡) : 빡빡이 토끼....
빡토님은 수줍게 우주모를 벗고 깔끔하게 민 머리를 보여주었습니다. 토끼띠이기 때문에 ‘빡빡이 토끼’의 줄임말로 별명을 만들었다는 빡토씨. 스탭들의 일러스트를 담당한 에른 작가님은 머리만 빡빡 민 토끼는 상상도 하기 싫었지만, 빡토님의 강경한 요청으로 한숨을 쉬며 위와 같은 그림을 완성했다고 하네요. 팀원들을 놀릴 때 빡토님이 저런 표정을 짓는다며 제게 살짝 귀띔해 주었습니다.
무 : <달빛탐사대> 는 다양한 취향을 가진 청년들이 로컬에서 지속 가능한 삶을 살 수 있도록 돕는 프로젝트라고 들었는데요.
빡 : 맞아요. 로컬에 청년을 맞추는 게 아니라 우리가 가진 취향이 로컬의 색을 바꾸는 것. 그게 포인트죠. 특산물이 오미자라고 해서 여기 정착하면 꼭 오미자 농사를 지어야 한다는 법은 없다는 겁니다. 도시에서 플래닛 문으로 장소만 바뀌었을 뿐!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살자! 그것이 특산품이 되고 경리단 길이 된다!라는 포부입니다.
똥또로도로로롱롱...말을 마치는 순간 빡토님의 바쁜 휴대폰에서 목탁을 두드리는 메신저 알림음이 울립니다. 빡토님과 정말 멋지게 잘 어울려서 입술을 꾹 깨물고 폭소가 터져 나오려는 것을 간신히 참았습니다.
지역 도시들은 갖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소멸 위기에 처해있습니다
무 : 플래닛문의 인구는 고작 7만, 그중에서도 청년 인구는 매년 감소하고 있는 추세인데요. 미래에 지역이 소멸할 거라는 위기감에서 출발하게 된 건가요?
빡 : 틀린 이야기는 아니긴 한데, 그건 시청에서 더 중요하게 생각할만한 이유 같고. 저희 팀원들은 더 재미있는 삶을 살고 싶어서 <달빛탐사대>를 시작했어요.
지금은 별로 재미가 없다는 뜻이냐고 물었다가 빡토님에게 은근히 성격이 급하시다며 불평을 들었습니다. 빡토님 뿐 아니라 다른 팀원들 역시 현재의 로컬 생활에 굉장히 만족하고 계시다네요. 상당수가 본인의 취향을 살려 작품이나 음식, 상품을 만들고 있고 워라밸이 있는 삶을 사는 이들도 많답니다. 충분히 만족하고 있기에 ‘더 많은 사람=더 많은 즐거움’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고요.
빡 : 로컬에서도 똑같이 잘 살 수 있다는 걸 우리가 증명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었어요. 대도시에만 기회가 있는 게 아니라는 걸요. 계획도 있고 열정도 있는데 왜 도시엔 내 자리가 없을까 고민하는 청춘들이 있다면 냉큼 우리 프로젝트에 지원하셨으면 좋겠어요.
하지만 빡토님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저는 이런 의문이 들었습니다.
#홍보팀, 빡선생님께 듣는 참가신청법
청량한 향수를 사랑하는 빡선생님
무 : 빡선생님은 도대체 언제 퇴근을 하시나요?
저는 <달빛탐사대> 스탭 중 가장 워라밸이 없어 보이는 빡선생님을 모시고 다음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빡선생님이 다른 팀원들과 대화하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면 저는 이 분이 인간이 아닌 사무실의 지박령이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릅니다. 참고로 빡선생님은 빡토님과는 반대로 풍성한 머리칼을 자랑하는 분입니다.
빡선생(이하 또 빡) : ??
무 : 워라밸이 있는 삶을 사시는지 궁금해서요.
빡 : <달빛탐사대>의 시작을 목전에 두고 있다 보니 준비할 것이 너무 많아요. 가끔 맥주 한 캔 섭취하는 걸로 만족할 수밖에요.
빡선생님은 모두가 워라밸을 누려야 마땅하지만, 지금 시대에는 일과 삶의 균형을 맞추며 사는 것 자체가 능력인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아직 사회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은 것 같다고요.
빡 : 그치만 저희 팀원들은 그 질문에 긍정적으로 답변할 것 같은데요? (뒤를 돌아보며) 작가님! 어떠세요?
게임을 사랑하는 홍보팀 에른 작가님
빡선생님이 확신에 차 돌아본 그곳엔 오늘따라 부쩍 말라 비틀어진 에른 작가님이 앉아있었습니다. 빡선생님은 조금 당황하며 제 눈치를 살폈습니다.
에른 : 아...그게 불과 일주일 전까지도 있었는데요. 제 삶에...워라밸이라는 것이...참 행복했죠.
부모님과 농촌에 귀농한 작가님은 본격적으로 작물을 수확할 철이 되자 매일같이 밭에 끌려갔다고 합니다. Covid-19의 영향으로 농촌에 외부 인력의 유입이 뚝 끊겨 평소에는 작품을 만드는데 열중하는 작가님도 돕지 않을 수 없었다는군요. 그렇지만 이런 비상시국이 아니고서야 본인 삶에는 분명히 워라밸이 있다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무 : 그러고 보니 코로나 바이러스라는 특수한 상황으로 그 동안 <달빛탐사대> 프로젝트의 많은 부분이 변화를 겪은 것으로 아는데요.
빡 : 몇 년 전 메르스 사태가 있긴 했지만, 이런 전세계적인 팬데믹은 스탭들 역시 살며 처음 겪는 일이라 생각보다 프로젝트의 틀을 잡는데 시간이 좀 걸렸죠. 모든 부분을 세세하게 한 번 더 점검해야 했으니까요. 현재 참가자들의 건강을 최우선으로 여러가지 조치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여러분들도 참여 기간 동안 동선 파악 등에 적극적으로 협조해주시면 좋겠어요.
청년이라면 누구나! <달빛탐사대>에 지원하세요!
<달빛탐사대>는 20세에서 39세까지 청년이라면 누구든 제약없이 지원 가능합니다. ‘우리 생애 가장 매력적인 도전’이라는 슬로건에 알맞게 책방/갤러리/안내소/가이드투어 등등 다양한 주제의 프로젝트를 준비해놓았다고 해요. 탐사를 지원하실 분들은 구글 폼에서 먼저 1) 내가 도전해 보고픈 주제를 고르고 2) 해당 주제의 진행기간을 확인한 뒤 3) 프로젝트에서 추진해보고 싶은 계획을 적어 제출하시면 됩니다.
무 : 계획서를 보니 각 프로젝트들의 기간이 비교적 짧은 것부터 긴 것 까지 다양하게 나뉘어져 있네요. 잠깐 사업을 체험하고 싶은 분들부터 정착을 염두에 둔 분들까지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어울릴 수 있는 계기가 될 것 같아요. 혹시 예비탐사대원들에게 참가신청시 팁을 주신다면요?
빡 : 프로젝트별 인원이 5명으로 제한되기 때문에 생각보다는 경쟁이 치열할지도 몰라요. 그러니 프로젝트에서 시도해보고 싶은 계획을 재미있게, 또 참신하게 적어넣는 것이 중요합니다. ‘책방 운영’ 카테고리에 지원하셨다면 책방 공간을 어떻게 구성하고 싶은지, 어떤 이벤트를 계획하면 좋을지, 어떤 테마의 책을 팔고 싶은지 등을 적어보세요. 탐사대원이 되시면 저희가 그 생각을 실현할 공간과 예산을 준비해놓고 기다리겠습니다.
인터뷰 시작 전 눈 밑에 걸쳐있던 다크써클이 입가까지 내려오는 모습을 보면서 저는 이만 인터뷰를 중단하기로 했습니다. 빡선생님의 부족한 워라밸이 아예 소멸하는 상황을 막아야 겠다는 크나큰 사명감이 생겼거든요. 하지만 갤러리/책방 같은 일부 프로젝트 주제들을 접하고 보니 탐사대원들이 그 외에 또 어떤 주제를 가지고 도전을 하게 될지 너무나도 궁금해졌습니다. 그래서 술 한 잔 하기 좋은 밤, 그 분을 찾아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