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사람들은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부모님이나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서 쉽게 시작을 하기도 하는데 나는 그렇지 못했습니다. 내가 번 돈으로 어렵게 공부를 해가며 느리게 지금까지 걸어왔어요. 좌절하고 무시도 당했지만 그러면서 배운 것은 나를 무너뜨리려 했던 사람이 오히려 내게 새로운 길을 열어주기도 했다는 것입니다. 20대에는 엄마를 간병하느라 학업도 미뤄야 했고, 30대에는 아픈 친구들을 살피느라 시간이 흘러버렸어요. 음악가가 되고 싶던 10대의 꿈은 가족들의 반대로 접어야 했지만, 나는 지금 음악을 하고 있습니다.
누구나 음악으로 먹고 살기 힘들다고 걱정하듯 말하죠. 나의 음악 생활도 쉽지 않았지만 그래도 나를 돌보고 누군가에게 나눌 수 있는 삶을 살고 있네요. 마흔이 넘으면 일이 없어 우울해진다는 사람도 있는데 나의 음악은 정년이 없으니 여러 가지 프로젝트를 수행하느라 우울할 겨를이 없어요.
모든 일에는 양면성이 있나봅니다. 좌절을 느낄 당시에는 공황장애로 집 밖에 나가기도 힘들었는데 사람이 쉽게 사라지는 것은 아닌가봐요. 아직도 좌절하고 무시를 당하기도 하지만 잘 버티고 싶습니다. 그렇게 버티다 보면 생각지도 못한 길이 열리고 오늘처럼 지난 일을 담담히 돌아볼 수 있는 시간에 닿아있겠죠?
현정
어릴 때부터 엄마는 아들만 챙겼고 나는 항상 뒷전이라 무관심 속에서 혼자 노는 아이였지만, 그래서 더 아버지에게 많이 의지했던 것 같아. 나에게는 기둥이고 지붕이었던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니 부모 잘 만나서 돈 걱정, 세상 걱정 없이 사는 사람들이 왜 그리 부러운지.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시고 나서 나의 40대는 고통의 연속이었지. 인생의 불운은 한꺼번에 오는 것 같아. 누구에게 하소연할 데도 없고, 나는 혼자 책을 읽는 것으로 그 시간들을 버텼어.
많은 것들을 내려 놓고, 아니 포기를 했다고 하는 것이 맞을까?
60이 되고 보니 이제는 무엇이 되고 싶다는 생각도, 무엇을 가지고 싶다는 욕심도 다 버리고 산다네. 남이 뭐라 하든 신경 쓰지 않고, 남과 비교하지 않고. 남은 시간이 그저 평안하기를 바라.
호수 위를 우아하게 헤엄치지만 물 밑에서는 바둥거리는 백조처럼 남 보기에 좋아 보이지만 속은 시커멓게 멍든 사람들이 많잖아. 매일 sns에 넘쳐나는 사람들의 자랑질을 보면 나도 짜증을 내기도 하지만 이제는 그런 것에서 자유로워지고 싶어.
어차피 세상에서 말하는 성공을 하고자 달려온 것도 아니고 그리 부지런한 편도 아니라서 나에게 주어진 것에 감사하며 하루하루 버텨나가는 거지. 인생 뭐 있나. 맘 편한 게 최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