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쿠를 샀다. 매일 먹는 밥을 아무에게나 맡기고 싶지 않아서
'한국인은 밥심'
이라고 생각하는 한 사람으로서, 난 본격적인 독립에 앞서 무엇보다 먼저 전기밥솥을 구입했다. 가성비로 승부하는 생소한 이름의 삼류 브랜드가 아닌, 밥솥의 명가 '쿠쿠'로 골랐다. 1인 가구를 위한 제품이라 사이즈는 작았고, 기능은 적었지만, 그래도 매일 먹는 밥을 아무에게나 맡기고 싶지 않았다. 막연한 기대지만 쿠쿠가 지어주는 밥은 뭔가 다를 것 같았다.
새 보금자리에서 새 밥솥으로 밥을 짓던 날. 그 순간을 잊을 수 없다. 퇴근 후 지친 몸을 일으켜, 쌀을 꺼내 씻고, 밥통에 담아 취사 버튼을 누르며, 쌀이 밥으로 변하길 기다린 후, 뚜껑을 열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따스한 김을 얼굴로 맞으며, 그 윤기 좔좔 흐르는 백미를 눈앞에 마주했을 때, 그 감동이란. 내가 직접 구한 집에서(비록 월세지만), 내가 직접 산 밥솥으로, 내가 직접 한 밥을 먹는다는 것. 그것은 꽤나 가슴 벅찬 일이었다.
맛은 또 얼마나 있는지. 그냥 밥만 한 숟갈 입에 넣었을 뿐인데 밥알의 탱탱함과 따스한 단맛이 혀로 고스란히 전해졌다. 부처의 미소가 절로 지어졌다. 즉석밥의 맛과는 차원이 달랐다. 입안을 굴러다니는 밥알을 하나하나 찾아 씹어가며 다짐했다. 앞으로 밥만큼은 내 손으로 직접 해 먹겠다고.
그리고,
그 다짐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