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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다소녀 Oct 06. 2023

시월

시 / 바다소녀


시월 1     


어지럽게 마당을 지나간 빨랫줄 위로

참새 떼가 날아들더니 부르르 몸을 털곤

목을 어깨사이로 쏙 집어넣는다.      

방향 없는 가랑비는

허공에 오래 머물고

빨랫줄은 빨래대신 물방울을 넌다.      

비가 되어 떨어지고 싶은 날이

작은 날개 틈이라도 파고들고 싶은 날이

시월에는 가랑비처럼 내렸다.



시월 2     


계절은 봄인데

인생엔 봄이 오지 않는다며

집을 나선 엄마     

몇 개의 계절을 먹고는  

산 짐승의 울음처럼

안부를 전해 왔다.           



시월 3      


아버지 배꼽에 매달린 태몽이

길에 쓰러진 구렁이라며

할머니는 평생을 불안해했다.      

펄떡이는 날들을 두고

아버지가 길에 쓰러지던 날

비 오는 시월이었다.                               



시월 4    


열다섯

교복대신 어머니가 남긴 옷을 입고

부서지는 하루의 문을 열면     

손잡이 밖에 잡을 수 없는 손에

닭의 알집처럼 무수한 날들이

희망도 없이 잉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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