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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점입가경 Apr 13. 2022

이번 생일은 기억할게

2일 차 - 떠다니는 생각 정리

요 며칠 그런 생각을 했다. 전화번호부처럼 사랑하는 사람들 생일을 수첩에 쭉 적어둬야겠다고.


0120, 0204, 0402 같이 외우기 쉬운 생일들은 이제 몸이 기억하는데, 계절이나 분위기, 요맘때인데~ 하는 느낌으로 기억하는 생일이 보통이다 보니 카카오 알림에 허겁지겁 기프티콘을 보내거나 그 기회마저도 놓친다. 일 년에 단 하루, 마음을 표현하라고, 받은 사랑에 보답하라고 만든 날이니 더 시간을 쏟고 싶다. 적어서 나열할 만큼 많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그러면 그런대로 집중할 힘이 생겨서 좋을 것 같다.


선물을 고르는 건 행복한 눈치게임이다. 실용적인 것을 사주자 vs 쓸모없지만 귀여운 것을 사주자 사이에서 감도를 고민한다. 대부분은 예쁜 감사들만 표현하기 때문에 실제로 그 선물이 마음에 쏙 들어앉았는지는 모른다. 그래서 요즘은 절충안을 만들어 보기도 했다.


‘갖고 싶지만 네 돈 주고 사긴 망설여지는 걸 알려줘’라든지 ‘갖고 싶은 거 몇 개만 말해봐 그중에서 사줄게’ 같은 말들을 건네면 귀엽게도 성실하게 힌트를 준다.


봄에는 특히 좋은 사람들의 생일이 많은  같다. 예쁜 계절에 태어나서 마음 씀씀이가 따뜻한 걸까? 막상 수첩에 적었는데  겨울에 태어난 사람들이 많으면 어쩌지. 그럼 눈밭처럼 포근하고 넓은 마음씨를 가진 사람인가 보다 말해 줘야지. 어느 계절이든 태어나줘서 덕분에 너무 즐겁다고. 칠순 팔순, 힘닿는 데까지 축하해 보겠다고 해야지.


노을빛 목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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