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차 - 떠다니는 생각 정리
요 며칠 그런 생각을 했다. 전화번호부처럼 사랑하는 사람들 생일을 수첩에 쭉 적어둬야겠다고.
0120, 0204, 0402 같이 외우기 쉬운 생일들은 이제 몸이 기억하는데, 계절이나 분위기, 요맘때인데~ 하는 느낌으로 기억하는 생일이 보통이다 보니 카카오 알림에 허겁지겁 기프티콘을 보내거나 그 기회마저도 놓친다. 일 년에 단 하루, 마음을 표현하라고, 받은 사랑에 보답하라고 만든 날이니 더 시간을 쏟고 싶다. 적어서 나열할 만큼 많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그러면 그런대로 집중할 힘이 생겨서 좋을 것 같다.
선물을 고르는 건 행복한 눈치게임이다. 실용적인 것을 사주자 vs 쓸모없지만 귀여운 것을 사주자 사이에서 감도를 고민한다. 대부분은 예쁜 감사들만 표현하기 때문에 실제로 그 선물이 마음에 쏙 들어앉았는지는 모른다. 그래서 요즘은 절충안을 만들어 보기도 했다.
‘갖고 싶지만 네 돈 주고 사긴 망설여지는 걸 알려줘’라든지 ‘갖고 싶은 거 몇 개만 말해봐 그중에서 사줄게’ 같은 말들을 건네면 귀엽게도 성실하게 힌트를 준다.
봄에는 특히 좋은 사람들의 생일이 많은 것 같다. 예쁜 계절에 태어나서 마음 씀씀이가 따뜻한 걸까? 막상 수첩에 적었는데 막 겨울에 태어난 사람들이 많으면 어쩌지. 그럼 눈밭처럼 포근하고 넓은 마음씨를 가진 사람인가 보다 말해 줘야지. 어느 계절이든 태어나줘서 덕분에 너무 즐겁다고. 칠순 팔순, 힘닿는 데까지 축하해 보겠다고 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