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tin' it - George Benson
*오늘의 글과 함께 들으면 좋을 음악은 <Footin’ it-George benson>입니다.
(컴퓨터/아이패드 환경에서는 음악을 들으면서 글을 읽으실 수 있습니다.)
7시 알람이 울리면 나갈 준비를 하고, 간단하게 블루베리 요거트를 만들어 먹거나, 맥반석 계란을 먹거나, 빈 속으로 집을 나선다. 따릉이를 빌려 타고, 양복 입고 걸어오는 사람들 틈을 역주행한다. 승강장에 열차가 들어오면, 숨을 한번 들이쉬고 열린 공간에 테트리스 조각처럼 몸을 밀어 넣는다.
인중에 자꾸 땀이 찬다. 에어컨이 도는 속도보다 빠르게 밀집한 사람들이 열에너지를 분출하고 있다. 가만히 있으면 안 덥겠지, 눈을 감는다. 눈을 뜨면 앞 옆 사람의 카톡 메시지가 읽히기 때문이다. 내 휴대폰도 가급적이면 보지 않는다. 충전 중인 휴대용 선풍기처럼 가만히 팔짱을 끼고 있다. 이따금 바닥이 흔들리면 균형을 잡는다. 그러다 요란한 중국어가 들리면 눈을 뜬다. 홍대입구역에 왔다.
역에서 목적지까지는 1.1km로 꽤나 긴 거리지만 초등학교 등굣길의 아이들, 녹색어머니회의 풍경까지 볼 수 있어서 걷기에 즐겁다. 이틀 전에는 모자 쓴 할아버지의 자전거 뒷 자석에 탄 손녀딸의 흔들리는 양갈래 머리를 보며 한참을 따라 걸었다. 넘어질 일 없다는 듯 전속력으로 달리는 아이들과 수수한 모습으로 아이 손을 잡고 등교시키는 엄마들을 구경하다 보면 건널목에 도착한다.
길을 건너기 전에 커피를 사서 들어가도 되는 시간인지 확인한다. 오늘은 그냥 스킵하기로 한다. 신호가 바뀌면 길을 왼쪽 방향 대각선으로 건너 목적지와 더 가까운 부분의 보도블록을 밟는다. 건물의 옆문으로 들어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사진학원에 내린다. 네 달째 반복되는 일상. 어쩌면 눈을 감고도 찾아올 수 있겠다 생각하다가 이 길로 걸어 들어올 날도 이제 일주일 정도 남았음을 알아챈다. 프리랜서의 들쑥날쑥한 시간을 메워보려고 시작한 사진 공부인데 이제 사진 일과 사이에 빈틈을 내어 글을 쓰고 있다.
서른에 직장 없는 여자는 아침마다 바쁘다. 생각을 적게 하고 움직임을 많이 한다. 아침에 가끔 마주치던 아빠의 ‘뭐 좀, 알아보고 있냐?’는 멋쩍은 질문도 요즘따라 잠잠하다. 내가 부지런해질수록 아빠의 노파심이 줄어든다니, 아부지가 바라는 것은 어쩌면 아침마다 출근하는 딸이 아니라 그냥 부지런한 딸이었구나? 이제야 알아챈다.
밤샘 근무를 하고 집으로 돌아와서는 새벽 수영 채비를 마치는 아빠를 보며 슬근슬근 눈을 부비는 아침, 그의 피를 물려받아서 다행인 걸까? 몸의 기운이 가볍다. 다시 간단하게 아침을 차려 먹고, 따릉이의 페달을 밟는다. 매일 아침 사진학원으로 향하던 루틴이 끝나면 그 시간을 무엇으로 다시 긴장시킬 수 있을까 고민하면서.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