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빠진 풍선같이
나와 맞는 사람은, 내 말을 잘 들어주고 내 생각에 공감해주는 사람이다. 나는 사람을 안 가린다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나는 나와 맞는 사람, 안 맞는 사람을 가련낸다. 물론, 보통의 사람보다는 그 폭이 넓은 건 맞는 듯 하지만... 그래도 점점 시니컬해지는 내 모습에 가끔 놀랄 때가 있다.
몇 주전에 만난 친구와 맥주를 마셨을 때. 그 친구는 나의 변한 모습이 안타깝다고 했다. 그리고 내 스스로 자부했던 나의 옳음을 깨는 몇 가지 이야기를 했었다. 다른 이를 인정하는 것에 익숙하다 생각했는데, 나는 그의 코멘트 몇 마디에 발끈하며 따지듯 내 주장을 관철시켰다.
그가 기억하는 21살의 나는, 그 나이에 맞지 않는 아우라가 있었다고 한다. 다른 이를 받아들이고 배우고 이를 생활에 적응시키려하는, 그런 아우라. 내가 살아온 환경, 주변사람, 교육. 그 모든 것들이 나를 만들어 그것이 참 매력적이었다고 했다.
그리고 지금의 나는 바람 빠진 풍선 같다. 추욱 쳐져서, 어찌 살아가야하나, 죽음이란 무엇인가를 처절히 고민하고 있는 회의적인 소녀. 내가 올 한해 흥분했던 시기는, 1) 전주 영화제에 갔을 떄 2) 인턴동기들과 춤연습할 때 3) 어제 지니랑 쇼핑할 때 4)....?
애교도, 즐거운 생각도 많이 줄어다. 예쁜 것을 보면 언니 생각이 나고 싫은 것을 보면 내 삶의 무게를 재는 일에 시선이 돌아간다. 다른 사람을 평가하고 경계하고, 나와 맞을까 안 맞을까 고민하고. 나는 예쁘지 않아, 나를 좋아하지 않을거야 하며 뚝뚝 떨어지는 자존감을 간신히 붙잡고 있던 그 시기.
지금 나는 이런 내 마음을 돌아보는 여행을 하고 있다. 악몽에 시달리고 잠이 오지 않아 심장이 뛴다. 가슴이 갑갑하고 무언가 나를 옥죄이는 느낌을 받으면서도, 나는 지금 다시 이 여행을 '치유'라고 칭하고 있다. 심심함이 아니라 우울함, Gloomy와 싸우고 있고, 피곤함이 아니라 갑갑함과 싸우고 있는, 지금의 Wien 대학 카페테리아의 YJee는 정말, 진실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일까? 너는 행복한 걸까? 불행한 걸까? 지금이 좋다는 걸까? 싫다는 걸까?
#Wien 대학, 우울함을 받아들이는 시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