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하며 작은 글
음악을 듣고 있는데 문득문득 쿠바 생각이 난다. 가난함에 살면서 관광객인 나를 힘들게 하다가도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표정으로 살사를 추면서 생긋 웃어줄때의 그 가슴떨림이란.다른 나라와 Cerca, pero... Lejo(가깝다, 하지만... 멀다) 라고 표현하며 그들이 얼마나 묶여있는지를 슬프게 표현하던 작가도 기억에 아른거린다.
하루에 작은 빵하나. 한달에 주먹만한 쌀 여섯팩, 콩과 인스턴트커피가 섞인 커피 한팩을 받는다는 쿠바친구 이드리아나와의 대화도 내 가슴에 콕콕 박혀온다. 내가 한번 발레 공연보는 돈(25달러)를 자기는 한달 일해서 번다며 씁쓸하게 웃던 그 모습을 잊을 수 없다. 딸 다니가 아이스크림을 먹고싶다해도 사줄 수 없고 학교에서 항상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아오는데도 자기는 딸한테 공책하나 선물하기가 어렵단다.
내가 가져간 선물(이라고 하기도 민망한 생필품) 한 보따리에서 이드리아나의 예쁜 딸, 다니는 흔히 여자애들이 좋아하는 장신구나 맛있는 초콜렛을 먼저 찾는게 아니라 학교에서 쓸 줄넘기와 하트모양이 그려진 공책을 가장 먼저 찾았다. 뭐가 갖고 싶냐고 물었을때 다른건 하나도 필요없으니 줄넘기 하나랑 하트가 그려진 공책하나가 갖고싶다고 해서 우리 멕시코 아줌마가 챙겨준건데. 난 아무생각없이 애들이 좋아할만한 초콜렛봉지를 먼저 내미는 실수를 저지른 것이다. 그냥 그 예쁜 애기가 그 두 물건을 들고 환하게 웃는 걸 보니 가슴이 찡해졌다.
어느것이 좋은지 모르겠다. 체 게바라가 원하던 혁명은 이런식으로 다른사람을 찡하게 할려는 것이 아니었을텐데. 혹은 내가 너무 나의 잣대로 그들의 행복을 평가하는 것일까. 미국문화를 배우면서도 항상 어려운 질문이었던 것같다. 무엇이 맞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