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직은 Sep 21. 2023

자꾸 무언가를 하려는 나에게

잠시 쉴래?

일어나자마자 체중계에 몸을 올렸다.

이런! 또 몇백 그램이 붙었네. 

의자에 걸쳐놓은 셔츠를 걸치고 스마트폰 대신 갤럭시워치에 눈이 갔다.

어제 받은 선물이라 작동법도 모르지만 얼마를 걸었는지가 작동되는 것만 보았다. 

이것만 두르고 나가자.


엊저녁부터 종일 내린 비가 온도를 낮춰주었는지 창문을 닫게 할 만큼 춥더니 걷기에 더없이 좋은 날이다.

눈을 뜨자마자 나온 탓에 눈이 떠질 준비가 되질 않았는지 쉬이 눈이 떠지지 않았지만 애써 나무의 푸르름을 보려고 노력하며 한발 한발 내디뎠다. 매일 맞이하는 인생처럼.


오래된 아파트임에도 관리가 잘 되어 깨끗하다 느껴지는 이유가 새벽의 일상이 있었음을 알게 되었다. 경비아저씨들이 도로와 보도를 쓸고 계셨다. 꽤 넓은 면적들을 혼자서 아파트 한 동의 앞과 뒤를 쓸고 계신 거다. 이 분들이 계셔서 나는 깨끗한 곳에서 살고 있구나. 그 많은 재활용쓰레기를 수거하는 장소를 관리까지 하면서.


아파트 반바퀴를 돌고 원점으로 오니 119구급차가 서있다. 누군가 위급한 상황인가 보다. 갑자기 무엇이 중요한 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119구급차를 타는 순간, 아니 그 바로 전의 상황부터는 나는 내가 아니게 된다. 그럼 나는 오늘 무엇을 해야 하지?


무엇을 결정할 때 결정을 빠르게 선택하는 편이다. 불편한 생각을 오래 가지고 싶지 않아서 이기도 하고 가급적 밤에는 나의 쉴 곳에서 편히 쉬고(사실 그럴만한 성격이 못되지만) 내일은 내일의 일에 집중하는 것이 좋을 듯해서 인데 이게 신중하지 못한 성격이라고 한다면 그럴 수도 있겠다. 

어제의 사건은 어제저녁에 결정을 끝냈다. 때마침 이른 아침마다 쓰는 아침일기에서 무슨 계시를 받은 건지 "감사하자. 그리고 원칙을 지키자." 하는 생각을 했었다. 원칙을 평상시에 중요하게 여기며 좌우명으로 여기는 것은 아닌데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었다. 지키라고 있는 게 원칙이니까 살면서 꼭 원칙을 지키자. 하고. 


나에게 지켜야 할 원칙이란 "내 것이 아닌 것을 탐하지 말자. 불편한 것을 감수하지 말자." 단순한 두 가지만 떠올랐다. 그 생각을 한 후 마음을 다잡고 출근을 하는데 톡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전날 계획을 잡고 설명했던 것에 수긍을 할 수 없다는 것과 다른 계획을 요구하는 것인데 요구하는 그 일은 내가 할 일이 아니었고 내가 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그렇다면 난 어떻게 해야 하지? 결정은 두 가지뿐이었다. 나와 함께 계획을 잡은 대로 할 것인지 아니면 나를 배제하고 그들이 원하는 대로 갈 것인지. 그런데 그들의 행동에 심기가 불편해졌다. 내가 기획하고 구심점으로 모여졌던 모임이 내가 이 모임을 만들며 만들었던 오픈채팅방이 아닌 그들만의 단톡방이 있다는 것이 느껴졌고 그곳에서 그들은 이미 이야기가 마쳐졌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나에 대한 예의가 담겨있지 않았다. 

단순한 그림이라도 접해보지 않았다면 어려울 것이다. 무엇이 어떻게 어렵다는 피드백을 바랐고 그래야 설명을 할 수가 있었는데 그녀의 표현은 하다가 집어던졌다는 것이다. 뭔가 안 맞는다고. "우리가 배우고자 하는 것의 방향도 그렇고 이 말이 누군가는 불편할 것"이라는데 그 누군가는 나를 지칭하는 것이었다. 내가 그 누군가구나. 정확하게 예의 있게 지칭해도 될 것을. 


내가 있을 곳이 아니면 벗어나면 된다. 무언가 사심이 있을 때는 있을 곳이 아니어도 참으며 있을 수 있지만 사심이 없다면, 그것이 아니어도 된다고 생각을 한다면 불편한 것은 감수할 이유가 없다. 이미 조화는 물 건너갔다는 느낌이 들었고 그 모임에서의 나의 자리는 조화롭지 못했다. 손을 떼겠다 하고 오픈채팅방을 닫았다.


잠시 쉬어야 하는데 자꾸 다음엔 무엇을 해야 하지? 하게 된다. 그렇게 계획을 하지 않아도 오늘의 할 일은 있는데 말이다. 잠시만, 잠시만 쉬자. 그래도 괜찮아. 

작가의 이전글 영원한 건 없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