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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직은 Feb 23. 2024

계속 더 나아갈 수 있을까?

조금만 더 가보고 싶다



백화점 외부에 걸린 아주 큰 현수막을 보며 저 그림을 보러 가야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마음으로 연말을 보내고, 새해를 보내고 끝나가겠구나 싶어 함께 가겠냐고 딸에게 물으니 흔쾌히 ㅇㅋ! 하는 답이 왔다. 약속시간보다 삼십 분을 일찍 출발했건만 비가 와서인지 차가 많이 밀렸다.


미리 예약을 하고 온 딸 덕에 머뭇거림 없이 들어갔다. 작가의 이름과 함께 "꿈꾸는 손"이라는 문구를 따라 들어가 커다란 그림 앞에 서니 뭔가 가슴에서 파르르 떨려오며 시작부터 안에서 울컥, 울컥 올라왔다. 성장에 대한 목마른 부분을 건드렸나 보다.


감성이 말라가고 있었다. 하긴 창업을 하면서 감성을 가지고 살아간다면 감정의 기복을 감당할 수 없었을 거다. 음악도 멀리했고 만남도 아주 최소한으로 줄였다. 나이를 먹으면 행동반경을 줄이고 욕심을 줄여야 하며 하던 일도 멈추거나 어찌 되었든 일을 줄이라는 이야기들이 대부분이라 나름 보호막을 친 것이기도 하다. 여러 일을 동시에 해결하던 능력들이 한 가지 조차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것을 느끼고는 다른 부분의 시간을 줄여버린 것이다. 그리고 그런 선택은 일을 추진함에 있어 꽤나 잘한 선택이었다.


그런데 새해 들어 독감을 두 차례 겪고 나니 체력이 떨어진 탓인지 한 발 더 나아가려는 생각이 떠오르질 않는다. 여기까지 인가? 하는 생각이 들던 차에 그림을 통해 숨겨왔던 마음이 건드려진 것이다. 전시의 끝에 적힌 작가의 한마디. 


"사람들이 나의 그림을 보고, 야, 나도 할 수 있겠어.라고 생각하길 원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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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역시 그렇다. 

나를 보고 누군가 힘을 낼 수 있다면 그것도 의미 있는 일이라 창업을 했고,

소소한 일상을 그리는 그림을 보고 누군가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면 그 또한 좋겠다 싶었다. 그리고 그림을 더 확장하고 싶은 마음이 찾아왔는데 팔목을 다쳤고 그러다 보니 팔목조차 마음대로 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다친 팔목을 인정하고 살아야 한다는 의사의 말도 가슴에 박혔고, 마우스로 일을 한 후나 그림을 그린 후 통증이 찾아오니 솔직히 멘붕이기도 하다.

그래도 겨울이 가면 봄이 찾아오듯이 날이 따뜻해지면 내 팔목도 조금은 나아지겠지?


그럼, 당연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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