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퇴양난
합격자에게 먼저 이야기할 것인가, 팀장에게 먼저 이야기할 것인가.
어차피 알게 될 사실이니 ‘지원자’에게 먼저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도록 안내하기로 결정했다.
나: “안녕하세요. ㅇㅇ과장님. 이번에 지원한 부서이동 프로그램에 합격하였습니다. 이후 일정은 추후 안내드리겠습니다.”
ㅇㅇ과장(지원자) : “감사합니다. 그럼 저 언제쯤 이동하게 되나요?”
나 : “해당 팀장님께 관련 내용 안내 및 조율 후 안내 드리겠습니다.”
그리고는 ㅇㅇ과장이 속한 팀장에게 인력 이동소식을 알렸다. 팀장의 반응은 노발대발.
절대 이동시킬 수 없다는 답변이 왔다.
그때, 나는 ㅇㅇ과장의 연락도 동시에 받았다.
oo과장(지원자) : “저 팀장님이 저 절대 못 보낸다는데, 아니죠?
이렇게 팀장님도 다 알아버렸는데, 저 이동 못하면 안돼요. 회사생활 힘듭니다…”
나 : "현재 인사에서 조율 중이니, 시간을 가지고 좀 기다려 주세요."
외부 채용 오픈 및 다음 내부 채용 T/O 보장 등 인사에서 제공할 수 있는 옵션을 해당팀장에게 제공하고, 설득과 회유가 있었으나 결국 해당 팀장 설득에 실패했다.
급기야는 해당 본부의 임원까지도 이동이 어려운 이유를 최근 인력유출(이직, 퇴직 등)로 인한 본부의 어려움을 설명하며 간곡히 사정했다.
그렇게, 조직이 처한 인력사항, 힘의 논리에 굴복해야 했다.
결국 합격한 지원자에게 사과 전화를 드리는 것으로 이야기가 마무리가 되었다.
이를 정리하는 것은 인사 실무자인 나의 몫.
근무지가 다른 터라, 직접 만나지 못하고 메일이나 전화로 이 소식을 알려야 하는데, 도무지 뭐라고 설명해야 할 지 머릿속이 하얘지고, 식은땀이 흘렀다.
나 : “안녕하세요. 과장님. 인사팀 ㅇㅇ입니다. 이번 부서이동이 어렵게 되었습니다.
현재 부서사정도 있고, 본부 전체적으로 인력 유출이 심각하여, 타부분으로의 이동이 어려울 것 같습니다.
죄송합니다.”
지원자 : “저 합격했다는 얘기 듣고, 이미 집까지 팔았는데요…..”
나 : “네? 아…..”
나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머리가 새하얗게 되서는, 죄송하다는 말만 연신하고 전화를 끊었다.
이 때, 나는 인사팀의 말의 무게를 온 몸으로 느꼈다.
인사팀 말에 의해, 삶의 터전과 인생계획도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안전한 커뮤니케이션
가끔 직원들은 '인사팀 사람들은 확답을 주지 않고, 모호하게 말해' 라고 컴플레인 할 때가 있다.
위의 에피소드처럼 인사에서는 그 때는 A가 맞았지만, 의사결정 과정에서 B로 결정되는 상황을 종종 직면하게 된다. 그러다보니 명확한 커뮤니케이션 보다는 상황이 변동될 수 있다는 여지를 두는 커뮤니케이션을 하게 된다.
인사입장에서는 내부 결정된 사안이라고 믿고 명확히 말했다가, 갑자기 뒤바뀌면 설명이 어려운 상황이 많고, 신뢰도에 큰 타격을 입기 때문에, 조심스럽고 안전한 커뮤니케이션을 어쩔 수 없이 선택하게 된다.
아, 참. 그래서 과장님은 어떻게 되었냐구? 2년간 같은 팀에서 눈칫밥을 먹다, 주재원을 가셨다고 한다ㅠㅠ
#재경은 숫자로, 인사는 발령으로
재경은 숫자로 말하고, 인사는 발령으로 말한다고 했다.
(인사발령이) 끝 나기 전까지는 끝 난게 아니다.
인사발령 전에는 정해진 것은 없다. 언제든 상황은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