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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이 Nov 08. 2018

말하지 않아도 사랑이 통할 수 있을까요?

청설(Hear Me, 2009)


    이 영화를 한 5-6년 전 쯤에 추천 받은 적이 있었다. 개봉한 적이 없었던 것 같아서 찾아보니, 예전에 제작된 영화를2010년 개봉한 후에 8년 만에 재개봉을 하는 것이었다. 8년 만에 재개봉하는 영화여서 영화 내에서의 과거를 보는 재미가 있었다. 00년대 메신저, 휴대폰, 패션 등을 돌아보면서 우리나라의 <응답하라> 시리즈 느낌이 나기도 했다. 나도 20대 초반의 풋풋한 사랑을 시간을 두고 볼 수 있을 만큼의 나이가 어느정도 되었기 떄문에 첫사랑의 느낌을 되새길 수 있어 기분 전환이 되는 관람 경험이었다. 하지만 그보다 더 특별한 것은, 이 영화가 청각장애인을 주인공으로 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몇 년 전 이 영화를 추천 받았을 때도, 청각장애인을 주인공으로 사랑을 이야기하는 영화라는 독특한 소재 때문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수어를 통해 소통을 하고, 말을 하지 않아도 통하는 진심이라는 주제로 영화를 만들었다는 점을 잘 살렸을까 궁금해 하며 영화를 보았다.



    영화는 주인공 티엔커(펑위옌)가 양양(배우 진의함)이 있는 곳으로 도시락 배달을 하면서 시작된다. 양양은 언니 샤오펑(배우 천옌시)이 수영하는 모습을 카메라로 담아주고 급히 아르바이트를 하러 떠난다. 첫 장면부터 인상적인 것은 티엔커가 수어로 대화하는 양양과 샤오펑에게 다가가서 역시 수어로 대화에 끼어든다는 점이다. 티엔커는 양양에게 첫 눈에 반하고, 양양도 그런 티엔커가 싫지 않은 내색을 보이면서 둘의 로맨스가 시작된다. 이 처음의 시퀀스를 보면서 셋 다 청각장애인인가? 하는 의문이 들지만 곧 티엔커가 집으로 돌아와 부모와 말로 대화하는 장면을 보면서 그 자매만 청각장애인이구나, 라는 것으로 영화의 설정이 고정되고, 청각장애인인 양양과 청인인 티엔커가 어떻게 대화를 나누고 마음이 통해서 사랑을 하게 될 지가 영화의 주요 질문이 된다. 이후 두 사람이 대화를 나눌 때 계속해서 수어로 나누기 떄문에 화면에서 나는 다른 사운드에 집중하게 되면서 선명하게 들리는 대사 대신에 두 사람이 함께 있는 공기를 느끼고, 나도 두 사람의 대화 현장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되기도 한다. 하지만 청인의 언어가 아니어도, 수어도 하나의 언어라는 점에서 ‘말하지 않아도 사랑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이 청인 중심의 사고방식이라고 생각되었고, 그 질문이 성립하기는 어렵다는 느낌을 받았다. 



    또한, 이 둘의 사랑의 장벽으로 작용하는 인물은 샤오펑이다. 아버지는 선교사 일로 밖에 있고, 어머니는 돌아가셔서 양양과 샤오펑은 둘 밖에 의지할 곳이 없는 상태. 양양은 샤오펑이 농아인 올림픽 1등을 위해 매진하도록 끊임없이 아르바이트를 한다. 그러다가 우연히 만난 티엔커에게 끌려 잠시 데이트를 하는 동안에 샤오펑은 윗집에서 난 화재 경보를 듣지 못한 채 잠이 들어 곧 응급실에 실려가게 된다. 연습을 못 하게 된 샤오펑은 기록 단축에 실패하고, 올림픽에도 나가지 못하게 된다. 양양은 이것이 자신의 탓이라고 생각하게 되고, 티엔커와의 연애도 사치라고 생각하게 된다. 샤오펑은 자책하는 양양을 보면서 ‘너와 나는 다르다. 나의 꿈이 너의 꿈인 것은 아니다.’라면서, 자신 때문에 희생하는 양양에게 속상함을 토로한다. 이를 통해 양양은 언니의 꿈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일을 그만두지만, 사실 둘의 연애에는 더 근본적인 갈등이 있다는 현실에 부딪치게 된다. 근본적으로 청인과 비청인의 연애가 가능한 것인지 고민하기 시작한다.



    한편, 티엔커도 양양이 자신을 만나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는 걸 알게 되고, 청각장애인인 양양을 만나는 것이 부모의 마음을 상하게 하지 않을지 고민한다. 하지만 이 갈등은 우연찮게도, 티엔커가 말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양양이 알게 되면서, 또 양양이 알고보니 청인이었다는 게 밝혀지면서 해결된다. 사실 이 부분에서 좀 맥이 풀렸다. 결국 둘다 청인이라는 점에서 ‘말을 하지 않아도 사랑이 통하는가?’라는 질문이 효과적으로 표현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관객이 사실 둘 다 청인이라는 점을 알고 양양과 티엔커는 서로 그 사실을 모른 채 수어로 서로의 마음을 전하려고 했던 것이고, 고민하는 것을 보았다면 그들의 진심은 동일한데 언어의 방식 때문에 고민하고 있다는 점이 더 효과적으로 느껴졌을 텐데, 양양이 청인이라는 사실이 일종의 반전으로 밝혀지면서 그 고민이 무의미한 느낌일 되어버렸달까.



    그래도 영화는 결국 샤오펑이 농인 올림픽에 출전하고, 그녀를 응원하는 티엔커와 양양의 모습을 비춰주면서 행복하게 마무리된다. 이 영화의 아쉬운 점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즐겁게 영화를 볼 수 있었던 건 매력적인 배우들 때문이었다. 시종일관 웃는 얼굴의 귀염상인 펑위옌(티엔커 역), 귀엽고 청순한 매력을 보여주는 진의함(양양 역)과 천옌시(샤오펑 역)의 생글생글한 외모가 외적으로 이 영화의 풋풋한 분위기를 잘 캐릭터화해서 보여준다는 점이 극강점이었다. 또한, 대만의 길거리, 아기자기한 주택의 풍경들을 보면서 대만 여행을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로컬 풍경과 실내 인테리어, 그리고 티엔커가 배달하는 닭다리 도시락까지 대만의 고유한 아름다움을 잘 담아낸 영화여서 보는 즐거움이 있었다.



브런치 무비패스 시사회

일시 : 2018년 11월 1일 20시

장소 : CGV 용산아이파크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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