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가들을 보며 생각하다
옛날에 직장생활 초년때는 사업 하는 사람들은 별세계 사람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커머스 일을 하고 난 뒤에는 이래저래 사업하시는 분들을 만날 일이 많아졌다. 프리랜서를 하고 나서는 더 그렇다. 얘기를 나눠보니 사업가들도 다 각각의 개성이 있고 접근 방식도 다양해 내가 옛날에 생각했던 것 보다는 꽤 다양한 사람들이 사업을 하는구나-라고 생각하게 됐지만, 그래도 공통되는 특징이 하나 있었다. 바로 뭔가를 달성하고 싶다는 엄청나게 강력한 갈증!
그 갈증이 그냥 '나 돈 많이 벌어볼래'일 수도 있고, 자아실현일수도 있고, 가치제안일 수도 있는데 종류야 어쨌건 비 사업자 대비하여 강한 목표의식과 갈증을 가지고 있다는 게 내가 만난 대표들의 가장 큰 특징이다. 역으로 큰 갈증 없이 '그냥 이 정도 하면 되지 않을까?'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은 사업을 하시고 나서 감당 불가능한 수준으로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인상을 항상 받았다. 그래서 회사 다닐때도 사업은 나와 거리가 멀다고 생각했지만, 프리랜서를 하고 나서 보니 그 생각이 더 강해졌다. 내가 반드시 뭔가 해내보고 싶은 게 없다면 사업이라는 길로 가면 안되겠구나.
예를 들면 같이 일하는 대표님 한분은 본인이 만드는 제품 카테고리를 정말 좋아하고 그 카테고리에서 돈을 많이 벌겠다는 목표의식이 명확하다. 제품을 즐기시는 것을 떠나서, 그냥 '이렇게 하면 사람들이 좋아하겠는데?'라는 점에 대한 천부적인 감각을 가지고 있다. 다른 분은 '돈을 미친듯이 많이 벌겠다'라는 동기는 그렇게까지 크지 않은데, 사람들이 자신의 제품을 만남으로써 제품 선택의 기준을 바꿨으면 좋겠다는 꽤 큰 동기를 가지고 계신다. 그런데 빠르게 가실 생각은 크게 없다.
이렇게까지 할 생각은 없었다고 한숨을 쉬지만 이제는 책임져야 할 조직이 있으니 더 좋은 조직으로 더 큰 일을 해내보겠다는 후천적 동기부여도 있었다. 각양각색의 방법론을 가지고 있지만 가슴 속에는 '이것만큼은 반드시 해낸다'라는 강한 목표의식이 있는 것이다. 브랜드로 돈을 벌 것인가. 브랜드로 시장을 바꿀 것인가. 나는 전자 쪽을 더 선호하지만 어느 쪽이건 흥미로운 일이다. 그리고 그 정도의 강력한 갈증이 아닌 이상, 브랜드 사업은 제정신으로 할 수 있는 사업이 아니라는 게 내 생각이다.
물론 이런 얘길 하면 나보고 당신도 프리랜서니까 사업가가 아니냐고 하는 분들도 계신다. 내 생각에 이 일은 사업은 아니다. 이건 그냥 조직에 속해있지 않을 뿐, 내 시간(노동력)을 판매해 문제를 해결해준다는 점에서는 직장을 다닐 때와 비슷한 로직을 가지고 있다. 사업이라 함은 자본을 형성해 고용과 생산, 투자를 하고, 리스크를 감내하고서라도 달성하고자 하는 무언가를 추구한다는 것인데 그렇게 본다면 사업이라 할 수는 없겠다. 나는 내 삶에서
달성보다는 유지와 균형에 가치를 더 두는 사람이고 그런 목표에서는 사업이란 좋은 방법론이 아니기도 하다.
그래서 요즘 대표님들을 만나면 항상 어떤 갈증을 가지고 계신지, 왜 이 사업을 시작하셨는지 이야기를 들어보는 시간을 가지려고 노력한다. 그 시간이 많은 시사점을 준다. 그렇다면, 꼭 사업이어야만 가치가 생기는가?
그럴리가. 이 글은 사업가를 찬양하는 글이 아니다. 그냥 인간이 얼마나 다양한지에 대해 다시 정리해보는 글이다. 나는 강한 목표의식으로 달려가는 삶은 그 반대의 삶 만큼이나 장단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비합리성도 좀 더 크고. 외로움도 더 있을 것이고.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에 수반되는 고통도 엄청나겠지. 그 반대의 균형 추구의 삶은 리스크는 덜 하지만 드라마틱하게 반전이 있지도 않다. 그리고 인생을 계속 덜 산거 같은 초조함도 있다. 각자에게 맞는 스타일이 있는 것이다.
세상에는 저런 불같은 분들도 계시지만, 나같이 강건너 불구경 포지션에서 서포트나 자족하는 삶으로 만족하는 사람도 있는 것이다. 모두가 다 불바다라면 어찌 숨을 쉬겠는가. 그래야 또 세상이 흘러가고 누군가는 만들고, 팔고, 구매하고 하는 것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