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이면서 가난한 도시
콜록콜록
아까부터 따끔거리던 목이 매연 때문이라는 걸 알게 될 때쯤, 콧속의 점막들이 간지러움을 참지 못하고 기침을 터뜨렸다. 주변을 돌아보니 거리의 사람들이 온통 마스크를 끼고 있었다. 아마도 오토바이에서 내뿜는 매연을 피하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많은 동남아 국가들의 이동 수단은 오토바이다. 차량 가격이 비쌀뿐더러 그 많은 사람들이 차를 타게 되면 아직 정비되지 못한 도로 위에서 출근하다 퇴근해야 할지도 모른다.
근거 없는 이야기이지만 정부에서 교통 대란을 초래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차량 가격을 높게 책정하고, 각종 세금을 부자가 아니고서는 접근하지 못할 정도로 책정해버리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보다 발로 직접 걸어 다니는 것이 새로운 곳에 익숙해지기 쉽다는 개인적인 생각에, 일렬로 가지런히 주차된 오토바이들을 지나쳐 대만의 골목길을 누비고 다녔다.
잘못 신고 온 반스 운동화를 탓하며 도로를 바라보는데 G바겐이 휙 지나간다. 그 뒤를 다른 고급 외제차들이 휙휙 꼬리를 물고 지나간다.
동남아에도 부자들은 넘보지 못할 수준의 부자다. 그만큼 부자와 서민 간의 빈부 격차가 크다. 간단히 빈부 격차를 살펴볼 수 있는 부분이 이동 수단인데, 대부분의 서민들은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오토바이를 타고 다닌다. 물론 도로 위에 차들도 많지만 그 종류가 다양하기 보다는 온갖 비싼 외제차들이 대부분이다. 그것도 고배기량의 상급 모델들만 도로를 누비고 다닌다.
여행 중 매끼 찾아다녔던 음식점에서도 빈부격차를 확인할 수 있었다.
서민들의 식사 가격은 대략적으로 메뉴당 1~2천 원 선이다. 가게에 들어가는 입구에 문이 없거나 길거리와 주방이 맞닿아서 스테인리스로 꾸며진 노출된 주방에서 요리가 맛있게 되고 있다면 1~2천 원 선에서 메뉴를 즐길 수 있다. 반면에 가게에 들어가는 입구에 문이 있고, 그래도 좀 구색을 갖춘 곳이라면 적게는 4배에서 많게는 10배 혹은 그 이상도 가격의 차이가 난다.
우리나라에서 비빔밥을 서울 기준으로 가격차이가 많이 나도 2배 정도가 많이 나는 것일 텐데, 같은 음식이 10배 정도가 차이라면 큰 격차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관광객들이 놀랄 만큼 비싸다고 생각될 물가는 아니지만 우리가 접하는 것과 그 속의, 현지에서의 격차는 놀랄만하다는 생각이 들더라.
동남아 지역의 현지인들을 관찰하다 보면, 임금은 높지 않은데 비싼 물가의 음식들을 사 먹으며 월급을 다 써버리는 경향이 있었다. 저축을 한다고 해서 인생역전이 되지 않을 거기에, 하루하루 즐겁게 사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적게는 몇 배 많게는 몇십 배의 임금을 받는 나는 그들보다 더 하루하루가 즐겁다고 말할 수 없을 거 같다. G바겐을 탄다고 행복해질까? 어쩌면 잘못된 환영을 쫓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배경의 모티브가 되었고, '꽃보다 할배'의 여행지로 방영되어 늘 가보고 싶었던 나라 대만. 늘 가보고 싶기만 했지 아무것도 몰랐던 대만이라는 나라에 대해서, 긴 시간은 아니지만 여행 중 관찰했던 짧은 생각들을 시간이 날 때마다 모아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