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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ris Pyo Jan 14. 2016

센과 치히로의 나라

송산행 비행 : 비행 트라우마


이 비행기는 베트남 호찌민행 KE868번..


동남아, 정확히 말하면 베트남과 필리핀에 파견되어 일을 하던 시절이 있었다. 


한국과 현지를 오가는 길에 늘 비행기가 흔들리는 구간이 있었는데, 그곳은 바로 대만 근처. 항공기의 경로 상 거쳐가야 했던 대만 상공을 날 때면 비행기가 늘 심하게 흔들렸다.


두터운 구름, 대만 상공


오늘도 역시 심하게 흔들리는 탓에 손바닥에 땀이 나기 시작했다. 예전과 다른 점이라면 대만이 이번 비행의 목적지라는 것. 화이트 와인 두 잔에 의지하여 지나쳤던 구간을 저가항공편을 탄 탓에 물만 들이키며 참아내고 있었다.


나에게는 비행 트라우마가 있다. 전혀 무섭지 않았던, 오히려 재미있었던 비행이 트라우마가 된 것은 베트남에서 업무를 보고 귀국하려던 전날 시작되었다. 


불안한 마음, 비행기 안


귀국을 위해 짐을 정리하던 차에 각국의 뉴스 채널에서 속보를 내보내고 있었다. 샌프란시스코 공항에서 아시아나 항공이 착륙 실패로 큰 사고가 났다는 내용이었다. 


나와 내 동료는 숨죽이고 뉴스 화면만을 응시하면서 걱정 섞인 줄담배만 태워댔다. 바로 다음날 귀국 편을 타야 했기에 혹시나 우리가 탄 비행기도 사고가 나면 어쩌지 하는 불안감은, 이후 비행기가 조금이라도 흔들리면 갖가지 나쁜 상상과 두려움을 내 온몸으로 퍼뜨려 버렸다.


한국 상공


손에 땀을 유발하는 비행 트라우마를 겪는 와중에 드디어 착륙 안내 방송이 흘러나왔다.


여행에서 가장 설레는 시점은 비행기가 착륙하려 하는 때이다. 정확히 말하면 비행기의 동체가 공항 활주로와 일직선이 되도록 몸을 맞추고 고도를 낮추는 시점. 


그 나라의 일부분을 상공에서 미니어처로 살펴볼 수 있게 되는 시점인데, 도로며 건물이며 색상과 형태를 큰 그림으로 살짝 살펴볼 수 있는 유일한 시점이 아닌가 싶다. 대만은 잘 정돈되어 있는 나라라는 느낌을 받았다. 


회색빛의 건물들이 가끔 주황빛의 지붕을 덮고서는 비슷한 모양과 크기로 잘라진 케이크처럼 오밀조밀 붐비며 서로의 등에 기대어 있는 모습이, 깔끔하고 친절한 대만인들의 성격을 닮았다.


송산 공항, 대만


잠깐의  딴생각은 착륙 시도와 함께 깨져버렸다. 대만에 착륙하기 위해선 두터운 구름층을 뚫고 지상으로 내려와야만 했다. 


10분 정도의 착륙을 위한 고도 강하 시간 내내 대만을 감싸고 있는 구름 덩어리는 비행기를 세차게 흔들어대었다. 그래 드디어 너를 만나는구나 하며 손의 땀을 닦으려고 질끈 감았던 눈을 다시 뜰 때쯤, '쿵' 하는 소리와 함께 온몸이 앞으로 쏠리며 대만 송산 공항에 착륙하였다.


지하철역, 대만


그렇게 센과 치히로의 나라에  도착하였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배경의 모티브가 되었고, '꽃보다 할배'의 여행지로 방영되어 늘 가보고 싶었던 나라 대만. 늘 가보고 싶기만 했지 아무것도 몰랐던 대만이라는 나라에 대해서, 긴 시간은 아니지만 여행 중 관찰했던 짧은 생각들을 시간이 날 때마다 모아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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