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편에는 싣지 못한 자동차들 모음
브런치에 글을 게시하기 시작하면서 많은 시승들을 해보았습니다. 자동차에 대한 호기심과 운전자만이 느낄 수 있는 감성들을 최대한 제 스스로 느껴보고 싶은 마음이 강했기 때문이죠. 그러나 개인으로서는 많은 한계가 있었습니다. 시승과 촬영으로 이어지는 상황이 쉽게 나오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지인들의 자동차를 직접 운행해본다거나 운이 좋게 시승 이벤트가 된다거나 하는 경우가 수월하게 시승을 할 수 있었습니다. 또 카 쉐어링을 통해서도 경험해보았는데 이것도 나름 매력적인 경험이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여러 가지 조건들이 맞는 경우의 시승기만 작성하게 되었습니다. 거기에 제 취향도 조금 보태졌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조건이 잘 맞지 않아 아쉽게 시승기를 작성하지 못한 차종들을 모아서 조금씩의 소감들을 적어볼까 합니다. 이번에는 질보다는 양으로 작성하는 내용이니 가벼운 마음가짐으로 봐주시면 좋겠습니다. 아시죠? 저는 조수석의 눈높이에 맞는 내용을 작성하니까요! 그럼 살펴보겠습니다.
개인적으로는 SUV 차량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아주 개인적인 이유입니다. 차체가 높아서 타고 내릴 때가 불편하기도 하고 덩치가 너무 큰 차를 싫어하다 보니 더 호감이 가지 않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번 신형 RX는 이런 취향을 살짝 양보해도 좋을 정도로 많은 장점들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먼저 새로운 스타일의 후면부가 상당히 멋있었습니다. C 필러에서 트렁크로 이어지는 부분이 마치 하나로 연결된 것 같은 비주얼이 아주 매력적이었습니다. 이전 모델보다 더욱 직선을 강조한 디자인은 SUV 로서 강인한 모습을 전달해주기 좋은 것 같습니다.
다만 아쉬운 점이라면 실내에 찾을 수 있었습니다. 공간은 차체의 사이즈에 맞게 상당히 넓습니다. 하지만 인테리어들이 일부 고급스럽게 바뀐 부분도 있지만 전반적인 디자인이 구형의 그것과 매우 흡사했습니다. 실제로 페이스리프트 되기 이전의 ES와 상당히 비슷합니다. 심지어 계기판 디자인이나 센터페시아가 정말 똑같았습니다. 가운데 모니터가 아주 큰 크기로 존재한다는 점은 특별하지만 그 인터페이스는 독일 3사의 심플하고 모던한 느낌의 그것과는 다르게 어딘가 올드한 느낌입니다. 한 마디로 외형은 미래로 갔지만 인테리어는 못 간 것 같습니다.
정말 섹시한 로드스터라고 이야기할 수 있겠습니다. Mercedes Benz SLK 나 BMW Z4와 같은 차종과 경쟁하는 녀석이 이 Audi TT입니다. 많은 부분들이 취향을 저격하는 것들이 많았습니다. 심플한 센터페시아와 당연히 있어야 할 것 같은 LCD 대신에 Virtual Cockpit이라는 계기판 내의 모니터가 있습니다. 그림으로만 만났을 때는 정말 획기적이라고 생각했습니다만 실제로 운전과 함께 조작한다는 것은 우리가 생각했던 그것과는 좀 다르게 복잡하고 시인성이 떨어진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습니다. 역시 아예 다른 인터페이스는 다소 모험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경쾌하고 즐거운 운전의 재미를 선사하는 이 녀석은 가끔씩 탈만한 차이지만 실용성이나 가격을 생각하면 그렇게 썩 쉬운 선택이 되지 않을 것 같은 차입니다.
고백을 하자면 제가 차를 구매하기 전에 구매리스트에 포드의 Escape라는 차가 있었습니다. 단순히 외형만 보고 이걸 사면 좋겠다고 생각했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방문해서 막상 Escape는 거들떠보지도 않고 링컨차만 계속 살펴봤던 기억이 나네요. 그래서인지 모르겠습니다만 링컨차의 외형은 포드보다 더 공격적입니다. 날렵하고 에지 있는 라인들이 인상적이고 특히 야간에 리어램프로 만나는 MkZ 의 모습은 정말 독특합니다.
마치 오픈카를 탄듯한 파노라마 글라스 루프가 흡사 컨버터블의 루프탑처럼 열리기도 하고 C 필러 부분이 쿠페 스타일로 날렵하게 떨어집니다. 그래서인지 세단이지만 약간은 쿠페 스타일의 자동차 같은 기분입니다. 거기에 하이브리드 엔진을 사용하고 있어 연비도 뛰어나다고 합니다.
그러나 정말 아쉬운 부분은 차량의 인터페이스에서 살펴볼 수 있었습니다. 계기판이 다소 복잡하다고 느껴지는 것은 저만 그렇게 생각하는 것일까요? 시인성이 떨어지는 기분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거기에 대부분의 인터페이스에서는 한글을 지원하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조작이 다소 어려운 편이었습니다. 전자식 터치 같은 센터페시아는 정말 인상적이긴 하나 버튼의 동선이 긴 편이라 운전 중 조작이 힘들었습니다. 차 본질에는 충실했지만 어째서 인지 정식으로 수입해서 파는 차가 맞는지 싶을 정도로 내부는 불친절한 기분이었습니다.
예전부터 와이프의 버킷리스트 중에 하나인 피아트 500c는 정말 계륵 같은 자동차다 이렇게 표현하고 싶습니다. 모닝, 스파크로만 표현이 되는 우리나라의 경차시장에서 피아트 500c는 정말 신선했습니다. 작지만 스타일이 좋고 눈길이 가는 그야말로 잘 디자인된 경차의 느낌을 주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국내에서의 현실은 달랐습니다. 전혀 경차가 아니라는 것이죠. 뭐 그도 그럴 것이 피아트의 엔진은 경차의 조건에 한참 못 미치니 말이죠. 물론 작은 체구라는 의미의 경차도 있지만 유지비에 대한 부담이 적어야 또 경차라는 느낌이 드는데 이런 혜택들을 모두 받지 못하니 계륵이라는 표현을 하게 되었습니다.
국내에서의 가격정책은 아마도 실패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관세의 여파도 있지만 차량 가격이 국산 경차에 비해서 2배 가까이 될 정도로 너무 터무니없이 비싼 편입니다. 인테리어는 밝고 신선한 느낌이지만 차 값에 비하면 너무 많은 부분들이 고급스러움과는 거리가 멉니다. 그래서인지 피아트를 국내에서 볼일이 그렇게 잦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이런 예쁜 차량들을 더욱 많이 봤으면 좋겠습니다.
연간 국내의 수입차 베스트 셀링카의 통계 지표를 살펴보면 특정 모델로만 쏠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다들 아시겠지만 차량의 색상 마저도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모두 흰색, 검은색 등 무채색 계열로만 되어있습니다.
반대로 위에서 살펴본 차종들을 살펴보면 그렇게 썩 인기가 있는 차종들은 아닙니다. 저 역시도 베스트 셀링카에 속하지 않는 차를 타고 있습니다. 그래서 인지는 몰라도 마이너 한 차종들을 더 많이 봤으면 좋겠고 더 개성 있는 자동차들이 많이 보였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더 좋은 자동차 문화가 되길 희망해보면서 이만 글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