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중반부터 그 전보다 좀 덩치가 커진 후 잘 유지한지가 꽤 되어간다. BMI지수가 과거엔 19였다면 23정도로 그냥 튼실한 느낌의 덩치다. 건강만 괜찮다면야 몸이 커지는 건 그렇게 불편하지 않아서(진짜 불편하면 입 다이어트가 아니라 진짜 감량을 했겠지) 그냥 저냥 살고 있는데 한 가지 불만은 있었다. 외형 때문에 남들이 나를 예민한 사람으로 보질 않는것 같다는 거다.
살면서 점점 더 깨달아 가는 거지만 나는 감각적으로 굉장히 예민하고 자극에 민감한 사람이다. 남들은 신경도 안쓰는 아주 작은 불빛에도 잠이 들지 않아 잠잘 땐 안대를 쓰고, 맑은 날의 태양은 내겐 너무 밝아 선글라스를 쓰고 다니고, 먹는 것도, 냄새 맡는 것도 어느 하나 그냥 넘어가는 게 없다.
근데 뭐랄까.. 아무도 내가 그럴 거라 예상도 못하고, 말해줘도 잘 믿지 않는 거 같다. 옛날엔 안그랬던 거 같은데 사람들이 "너가? 너가 그렇다고?" 이런 말을 많이 듣는 것 같다.
그러다 어제 친구랑 이 부분에 대해 대화도 나누고, [연애 빠진 로맨스]를 본 뒤 정가영 감독의 인터뷰를 읽고서는 외형 때문이 아닐지도 모르겠다는 힌트를 얻었다.
정가영 감독: 친구들이 내게 항상 그런다. 넌 참 예민한데 이상하게 남 눈치는 안 본다고.
결론만 말하자면 예민하긴 한데 남의 눈치를 보거나 신경을 쓰는 건 아니라서 사람들이 모르나 싶다. 뭔가 예민하면 다른 사람이 어떻게 생각할지도 더 눈치볼거 같지 않은가? 그런 면에선 난 관심이.. 없으니까;; (제발 사람들이 어떻게 볼 지 관심 좀 가지라는 엄마의 잔소리---예를 들면 "밖에서 수면바지 입으면 사람들은 이상하다고 생각해"---에 대한 반발심이라기에는,, 애초에 관심이 없으니까 엄마가 그런 잔소리를 했던게 아닐까. 잔소리나 학습을 통해 없는 눈치를 만들기에는 이미 눈치 없는 기질이 너무 우세했던 듯 싶다.)
사람들이 나의 외형 때문이 아니라 그런 무심함 때문에 오해하는 거라면 더 이상 덩치 탓을 하지 않기로 했다. 내가 저체중이라도 남의 시선을 신경 쓰는 레이더가 생기는 건 아니니까. 그리고 마른 사람이면 예민하다는 걸 사람들이 알아줄 거라는 생각도 마른 체형과 예민함을 게으르게 연결 짓는 나의 편견이기도 하니까.
예전에 지도교수님이랑 수다떨다가 너무 예민해서 살기 불편하다고 투덜된 적이 있는데, 그때 교수님이 "나이 들면 좀 나아져요"라고 하셔서 약간 노화에 대해 꿈과 희망을 가지고 있다. 정말 그렇겠지. 노화하면 청각세포든 시각세포든 미각세포든 젊을 때보다는 줄어들테니까. 오래 살아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