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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네 상담사 Dec 13. 2022

나의 정신역동 분석기  #1

초심 상담자 늑대, 상담 받다. 


인간은 어린 시절 부모(주양육자)와 맺은 관계 패턴을 살면서 만나는 모든 사람들과 끊임없이 반복한다.


정신역동이론을 딱 한 문장으로 정리하자면 이렇게 표현할 수 있겠다. 나를 포함해서 많은 사람들에게 썩 반가운 소식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내담자를 만나면 만날 수록, 공부하면 할 수록 이 이론에 반박하기는 더욱 어렵다. 정신 역동의 이론에 따라 내담자의 대인 관계를 보면서 어떤 특성의 부모님 밑에서 자랐을지 짐작하기도 하고, 부모님과의 관계를 들으면서 내담자가 다른 중요한 타인(애인, 친구)과는 어떻게 관계맺을지 예상해보기도 한다. 이런 가설이 내담자의 입을 통해 반복적으로 증명이 될 때, 슬프지만 이 이론이 강한 설명력을 지닌다고 인정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경험 많은 상담자들은 교육분석*을 통해 자신이 살면서 부모님과의 관계 패턴을 반복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던 순간을 공유하기도 한다. 상대방에게 애정을 기대하면서도 막상 그런 상황이 오면 스스로 망쳐버리는 사람이라던가, 부모님을 믿지 않았던 것처럼 밖에서 만나는 사람들도 진정으로 믿지 못해 평생 외로워했다던가 하는 식으로 말이다.


교육분석*: 상담자가 자기 이해를 위해 경험이 많은 상담자에게 상담받는 것 


내담자와 주변 상담자들의 이야기는 이해가 되고 납득이 되는데, 정작 나의 대상관계는 어떤 것인지에 대해서 알기 어려웠다. 내가 주변 사람들과 싸우거나 갈등을 겪은 적이 이상할 정도로 없고(이게 바로 일종의 힌트다), 부모님과도 자주 보는 사이가 아니기 때문이다(이것도 마찬가지로 내 대상관계를 엿볼 수 있는 부분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정신역동 상담을 받아보기로 결심하고 10회기를 진행했다. 나의 대상관계를 알아보리라 다짐하면서말이다.


정신 역동 상담의 특징으로는 초기 기억*을 닻으로 내려 무의식의 바다를 탐험한다는 것이다. 초기 기억을 붙잡고 묻고 묻고 또 묻는다. 내담자의 입장에서 초기기억을 준비해가는 건 참 곤란한 일이다. 일단 기억이 나지 않기도 하고, 또 이걸 상담에서 말하는게 무슨 의미가 있나 회의가 들기도 하고 말이다. 몇십년 전에 기억을 지금 물어보는게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그동안 강산이 트리플악셀을 돌고도 남을 시간이기도 한데 그게 내 지금의 감정과 관계에 영향을 끼친다는게 믿어지지 않는 것이다.결론적으로 관련이 있었지만 초기기억만으로 분석하는 건 아니고 초기기억에서 아동기 부모님과의 관계와 현재 대인관계를 자유 연상하면서 나의 패턴을 알아갈 수 있었다.


초기 기억*: 생애 최초의 기억


다음의 세 사건은 정신역동 상담에서 다룬 내 관계의 사건들이다. 


(1) 친구 A가 있었다. 이 친구는 내가 선물을 줄거라고 생각한다. 나는 선물을 줄 생각이 전혀 없었다. 그 정도의 애정도 없다. 이 상황에서 난 선물을 사 준다. 그리고는 친구가 기대하는 애정에 부담스러워 하며 서서히 거리를 두기 시작한다.


(2) 건축회사 직장 동료 B가 있다. B는 일처리가 느리고 잔 실수가 많다. 이번에도 B 덕분에 같은 일을 세 번씩 해야했다. 난 뭐라고 불평도 하지 않는다. 그냥 속으로 ‘다음엔 나 혼자 해야지’ 라고 생각한다. 인간적으로 좋아하기 때문에 평소처럼 밥먹고 얘기를 나누지만 일은 같이 하지 않는다.


(3) 집단상담에서 작업하던 중에 스태프에게 물티슈를 가져다 달라고 부탁한다. 바쁜 스태프는 내 부탁을 잊어버리고 다른 집단원들을 돌보고 있다. 나는 다시 부탁하지 않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운다.


일정한 패턴이 보이시는가? 갈등이 있을 때 ‘회피’한다. 상대방에게 기대하지 않는다. 신뢰하지 않는다. 그러니까 앞서 말했듯 주변 사람과 갈등이 없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런 패턴을 보고 연상해서 들어갔을때 문득 어렸을 때의 내가 떠올랐다(일종의 초기 기억이라 할 수 있겠다). 부모님한테 부탁한 것이 거절당했을때, ‘다시는 부탁하지 말아야지, 엄마 아빠  도움 없이도 잘 살아야지’라고 왕 삐진 상태로 독하게 살아냈던 기억이 말이다. 그러니 부모님과 자주 볼리가 있나.


그제야 내 대인관계 패턴이 진정으로 이해되었다. 엄마, 아빠와 맺은 관계가 내가 만나는 모든 사람들과 끊임없이 반복된다. 언제까지? 내가 기존의 관계패턴을 깨고 참된 관계를 맺을 때까지 말이다. 이게 프로이드가 말하는 ‘반복 강박’이다. 삶의 괴로운 경험을 극복할 때까지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 반복하려는 무의식적 욕동인 거다.


이렇게 나의 정신역동 분석이 시작되었다.






# 중요 상담 장면 1 

늑대: 그냥 가볍게 얘기하고 요청하질 못하니까, 가볍게 얘기도 못하고 누가 안들어주면 다시 얘기도 못하니까 혼자 서글퍼하고 서러워하고.

상담자: 설움. 지금이니까 말하지 어릴 때는 이런 생각이나 드나. 설움인지 서글픔인지도 모르고 그냥 왕삐친 거잖아.

늑대: 다른 사람들은 모르죠. 쟤가 왜 저러는지. 혼자 꽁해있고

상담자: 사람들은 모르고. 그래서 나 혼자 하고. 그게 어떤 영향을 줘요?

늑대: 평소에는 사람들한테 부탁을 할 때, 해주면 감사하고 좋지만 안해줘도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무언가를 부탁해요. 안해주면 큰일 나는 걸 부탁한 적은 없어요. 거절하더라도 내가 해낼 수 있는거. 정말 삶에 필요한 거는 자급자족하고. 있으면 좋고 없으면 말고만 부탁하고 사람들이 들어줄 거라는 기대도 없으니까 사람들이랑 트러블이 없었죠.

상담자: 그래서 내가 다 하고, 근데 다른 사람에게 진짜 부탁하고 도움 받을 거는 안 받은 거네?

늑대: 서로 도와주고 삐지고.. 남들은 내가 거절하면 서운해 하기도 하고 그런데 저는 쫌 이해가 안되는 거죠. 뭐 그런걸로 서운해하나.

상담자: 들어줄만한 부탁만 하는 건 관계를 유지하려는 장치로 보이네요. 내가 할 수 있는 무언가만 요청한다면, 관계를 혹은 나를 손상시키지 않으려는, 즉 관계를 보호하려는게 이 안에 있었나 싶네.

늑대: 그죠. 안해줘도 서운하지 않을 정도의 부탁만 했으니까.

상담자: 자기 보호 기제네(네) 내 마음을 지키려고. 서러움을 덜 느끼려고 그렇게 했네. (네) 잘했네 그러면. 삶의 전략이 다 그런 거잖아요.

늑대: 근데 제가 생각하기에 가능하지 않거나 상대방이 이해할 거 같지 않으면 그냥 말을 안하거나 피하는 거죠.

상담자: 그래야 내가 더 속상하고 화나지 않으니까. 근데 손해보는게 있네. 관계에서 충분하다 만족한다. 이런 느낌을 확보하기가 어렵겠네. 시도해보고 밀당도 해보고 어쩐다니까 저쩐다니까 그러면서 마음 안에서 충족감을 느끼거든요 사람들은. 아주 깊은 곳에 안정되고 만족스러운 상태로 되는거? 그것이 있는데, 그런건 충분히 느끼지 못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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