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집 시리즈 #5
이 글은 비밀을 가진 모든 이들을 응원하기 위해 쓴글이다.
한 영화 제목에 비밀은 없다 했던가. 비밀이 새어나 들통날 수는 있겠지만 비밀이 없는 사람은 없다. 이건 심리상담자로 일하면서 몸으로 느낀 진리다.
비밀에 익숙해질때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비밀을 감추려면 남들에게 보여줄 또 하나의 세계관을 구축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 전까지 비밀은 사람을 움추러들게하고 어설퍼지게 한다.
내가 상담실에서 접하는 사람들의 공통적인 비밀은 자신이 상담을 받을만큼 힘들다는 사실이다. 가족과 친구 몰래 상담을 오는 것이다. 상태가 심할 수록 비밀의 난도도 올라간다. 정신병원에 입원할 때마다 친구들에게 잠적하는 이유를 매번 만들어내야해야 하고, 식사하고 먹는 약의 정체를 밝히지 않아야 한다.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또는 사람들에게 이상한 시선을 받지 않기위해 비밀을 감추려할 수록, 슬프게도 고립감과 외로움도 커지게 된다. 제일 친한 친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한가지가 생긴다는 것은, 깊은 상실감에 빠지게 할 수 있다. 비밀이란 그런 힘을 갖고있다.
보통 이럴때 나는 두 가지 방법을 쓴다. 하나는 비밀이 과거형이 될 때까지 기다리는 방법이다. 현재 진행형인 비밀을 말하기에는 내가 너무 힘들고 상대방에게도 부담될까 걱정되기 때문이다. 이럴 때는 어두운 터널을 지나가듯 고독에 기대어, 끝이 있다는 희망에 기대어 세월을 견딘다. 과거형이 된 비밀은 가벼워지기 마련이다.
두 번째는 용기를 내는 것이다. 한 선생님이 하신 말씀에 따르면 이 세상엔 자랑할 만한 것도 숨길 만한 것도 없다. 인생사 거기서 거기라고 우리 모두 견디기 힘든 상처 하나쯤은 갖고 산다는 믿음으로 나의 비밀을 공개하는 것이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위험을 감수하고 상대방과의 친밀감을 회복하는 방법이 있다.
누군가의 비밀을 듣는 것이 직업인 나도 자신의 비밀을 다루기 위해 늘 악전고투하고 있다는 사실이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고 응원이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