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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youngKim Jan 05. 2021

꾸준히 하기가 제일 어려웠어요

게으른 엄마의 독서, 글쓰기 생활 방법 #0




2021년 1월 1일이 되던 순간, 톡에서 '40대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ㅋㅋㅋ' 메시지가 왔다. 아직 30대라고 우겨보지만 새해가 되면서 우리나라 나이로 40대가 되었다. 정확히 산 시간을 따져보면 38년 절반쯤 되는데 그 순간의 35년이니까 90프로는 게으름으로 살았다.


나는 운명론자다. 열심히 해도 안 될 일은 안 되고 대충 해도 될 일은 된다 생각한다. 아니 엄밀히 말하자면 게으른 나에 대한 변명이다. 열심히 한 후 실패하면 더 아플까 봐 운명론자라고 말하는 극소심 새가슴이다.


무언가 열심히 했던 기억은 초등학교 때 시험 잘 보면 엄마가 뭔가 사준다고 해서 올인해서 열심히 했는데 정작 엄마는 들고 간 성적표를 보고 바쁘다며 외면하던 기억뿐이다. 아이돌에 빠지거나 판타지 소설, 무협 소설에 빠져서 밤을 새워 읽었던 것도 열심히라면 열심히다. 그게 공부가 아니었던 것뿐.


학창 시절 책을 읽긴 했으나 대부분 판타지, 무협 소설이었고 글은 그저 일기 수준으로 다이어리에 썼다. 그 후 대학생이 되고 직장인이 되면서 책은 1년에 1~2권 읽는 정도였으며 글쓰기는 일기를 어쩌다 블로그에 써보는 정도였다. 읽기와 쓰기에 대한 아무런 얽매임이 없다 보니 그저 깃털처럼 가벼운 존재였다. 하기 싫음 안 하고 귀찮으니까 안 하고 할 이유를 못 찾으면 안 하는 수동적인 게으른 인간이었다. 독서와 일기 쓰기는 버리지 못하고 평소 존재감이 없이 서랍 어딘가에 처박혀 있는 고무줄 같은 것이었다. 살면서 꾸준히 하던 취미도 없었으며(6개월 잠시 한 피아노가 다임) 그저 게으르게 하루하루 필요한 최소한의 일만 하며 살아갈 뿐이었다.








2016년 엄마가 되었다. 신생아는 매 순간 방긋방긋 예쁘게 웃는 매체에서 접하는 아기가 아니다. 아이는 사람이 되기 위해 모든 걸 하나부터 열까지 다 가르쳐야 한다. 타고날 거라 생각하는 감정조차도 가르쳐야 하고 잠도 재워줘야 한다. 사소한 모든 것을 가르쳐야 한다. 신생아는 그리고 너무 연약하다. 팔다리에 뼈만 있기에 가늘고 배만 뽈록하며 울음밖에 표현이 없다. 배가 고픈지, 추운지, 더운지, 아픈지, 옷이 불편한지, 졸린지 전혀 알 수 없다. 아이는 내가 깜빡 졸다가도 위험에 빠질 수 있기에 바짝 긴장하게 된다. 그러면서도 사랑스럽다. 이 연약한 아이를 내가 잘 키우고 지킬 수 있을까?라는 생각은 두려움으로 다가오고 그 두려움이 책을 읽게 만들었다. 나에게는 책 외에는 아이를 키우는데 도와줄 이가 없었다.


2016년 육아서를 읽기 시작한 이후 2017년은 독서모임을 시작했고 한 네이버 카페에 가입하여 책을 읽고 서평을 쓰기 시작했다. 서평을 10개 쓰자 상을 받았다. 상장을 받자 신났다. 학생 때 이후로 처음 받는 상장이었으며, 없는 시간 쪼개서 이뤄낸 거니 더더욱 뿌듯했다. 스터디와 독서모임을 통해 독서와 서평이 습관이 되었다. 2017년 글쓰기 스터디를 참가하면서부터 글을 쓰기 시작했고 2018년 토지 슬로리딩에 참여했다. 2019년 해당 카페에 엄마 작가로 글을 연재했고, 소설쓰기 스터디를 통해 단편소설을 완성했고, 벽돌 책 뽀개기 스터디를 만들어 코스모스, 사피엔스를 엄마들과 함께 읽으며 정리했다. 


독서와 글쓰기에는 대가들이 참 많다. 그분들에 비하면 나는 어린이다. 나는 많은 책을 읽진 않는다. 그렇지만 독서와 글쓰기를 놓지 않는다.  책을 읽은 후에는 반드시 서평을 쓴다. 서평 1등이 되어 상금을 받기도 했다. 그리고 2020년 말에는 드디어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








독서와 글쓰기에 대한 대가도 아님에도 해당하여 글을 쓰고 알려주고 싶었다. 나 같은 사람도 한다고 말이다.

무엇하나 일정하게 꾸준히 하는 법이 없던 나다. 내 생활 자체도 루틴이 없던 사람이고, 항상 공부는 시험 직전에 몰아치기로 하며, 회사에서는 급한 보고서만 정신없이 쓰며 외부에 끌려다녔다. 


그런데 엄마가 되고 이제는 독서&글쓰기가 습관이 되었다. 내 시간이 없어지자 오히려 나를 위한 독서와 글쓰기를 시작했다. 잠을 미뤄가며 했다. 글을 쓰다가 아이가 잠에서 깨면 들락날락하면서 완성하곤 했다. 엄마가 되기 전 그 많던 개인 시간들을 술과 텔레비전과 인터넷으로 보냈다면 지금은 없는 시간을 쪼개서 책을 읽고 글을 쓴다.


없어져보니 소중한 것을 알게 됐다. 바로 내 시간과 나 말이다.

나만 책임지면 되던 때에는 취미도 없었고 독서와 글쓰기를 할 이유도 찾지 못했다. 엄마가 된 후 아이들을 돌보고 집안일을 챙겨야 하는 상황 속에서도 독서와 글을 쓰며 습관을 만들었다. 독서와 글쓰기는 나에게 동아줄과 같았다. 독박 육아라는 생전 경험해보지 못한 스트레스에서 나를 잃지 않는 방법이었다.


습관을 만드는 방법에는 수동적인 나의 태도를 이용했다. 지극히 수동적인 나는 강제성, 즉 마감이 필요했다. 그것을 만들어 준 것이 독서모임과 꿈꾸는 엄마들의 성장 카페 <엄마의 꿈방>이었다.








독서와 글쓰기가 습관이 되면서 많은 변화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스스로를 다시 보게 되었다. 사람은 스스로에 대해서 내리는 정의대로 산다 생각한다. 나는 성실성과는 거리가 멀다 생각했던 사람이다. 뺀질거리고 잔머리 굴리기는 대왕이라 생각했고, 꾸준히 하는 것은 지루하고 나와는 반대 지점에 있는 성격이다 생각했다. 성격은 태어날 때부터 갖고 태어나니 바뀌지 않는다 생각했다.


그런 내가 스스로의 성실함을 믿기 시작했다. 나도 한다면 하는 사람이구나. 나도 할 수 있구나 싶었다. 내 성격이 뺀질거림이 아니었구나를 깨달았다. 스스로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버리고 긍정적인 정의로 바꿀 수 있었다. 그러한 변화는 마음의 안정을 찾게 해 줬다. 그리고 독박 육아의 외로움도 또한 달래주었다.


이 글을 쓰는 이유는 나처럼 꾸준히 하는 것과 거리가 멀던 사람도 좋은 습관 만들기가 가능함을 알려주기 위함이다. 좋은 습관은 삶을 변화하게 만든다. 독서모임과 스터디를 통해 어떻게 습관을 만들었고, 그 습관을 이어가기 위해 어떻게 했는지 앞으로 이야기하고자 한다. 


나의 가장 큰 적은 타인이 아니라 바로 자기 자신이며, 가장 큰 아군도 타인이 아니라 자기 자신이다. 세상 모두가 나에게 못한다고 해도 내가 스스로를 믿는다면 해 낼 수 있다. 나의 꿈은 진행형이며, 이 글을 읽는 당신의 꿈도 진행형이 될 수 있다. 당신이 못할 이유는 없다. 못할 이유만 찾지 않는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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