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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주리 Mar 02. 2016

한 끗 차이_향수병과 타향병

떠나고 싶은 사람들

난 안데르센을 좋아한다. 



어릴 때는 안데르센의 동화를 좋아했고, 

덴마크에 살면서는 안데르센의 동화 같은 코펜하겐의 분위기가 좋았고,

덴마크를 떠나와서는 안데르센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꿈을 꾸게 해주었기에...


사실 엄청 못생기고, 가난했던... 그래서 동화작가 같지 않았기에... 자신의 콤플렉스를 이야기로 승화시켰기에 안데르센이 작품들이 우리에게 계속 울림을 주는지 모르겠다.


최근 여행에 관한 책을 보다 발견한 이 말이 너무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계속  머릿속에 맴돈다.



향수병은 잘 알려진 고통스러운 느낌이다. 그러나 내가 느끼는 고통은 덜 알려진 것이다.
그것은 ‘타향병’으로 부를 만한 것이다. 

눈이 녹고 황새가 다시 찾아들고 첫 증기선이 출발하면, 나는 여행의 충동에 시달린다.

                                                                                                                           by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사람의 심리는 참 웃긴 거 같다. 

여행을 할 때면 너무나 한국이 그리워지고, 우리나라가 최고라는 생각이 드는데, 한국에 돌아오면 곧 다시 떠나고 싶으니 말이다.


여행을 할 때면 집이 정말 그립다. 

travel이 travail(고난, 고통)이라는 어원에서 왔다는 말처럼, 

집 떠나면 개고생이라는 말처럼, 

여행을 할 때면 처음 하루 이틀은 좋다가 그게 그걸로 보이고, 안락한 내 집이 그리워진다.


하지만 다시 집에 오는 순간, 아니 인천공항에 도착한 순간부터 

또다시 여행을 꿈꾼다. 그래서 여행병, 여행병 하는 거 같다.


타향병이 특히 심해지는 순간이 있다.

일상이 힘들 때, 지칠 때다. 일상으로부터 도피하고자 하는 마음은 타향병을 키운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여행은 현실에 대한 도피일 뿐, 해결책은 될 수 없다는 걸


그래서 요즘 부쩍 예전 사진첩을 보며, 추억팔이를 하고 있다.

타향병에는  그때 그 순간의 사진이 최고의 묘약인 듯하다.

비행기표를 끊으며,  또다시 현실도피를  꿈꾸기보다는  지난날을 추억해야겠다.


떠남은 돌아옴의 시작이고, 돌아옴은 또 다른 떠남의 출발이니까. 
그래서 향수병과 타향병이 반복되는 거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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