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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훤한 숲 Feb 21. 2022

친구가 진짜 필요한가요?

김영하 작가의 친구 무용론, 내가 20대의 나에게 충고한다면?

얼마전 우연히 김영하 작가가 쓴 친구 무용론에 관한 짧은 글을 본적이 있다. 그 글을 읽으며 동감하는 점도 많고 그렇지 않은 점도 있었다.


김영하 작가의 글을 읽는 내내 나는 한 친구가 떠올랐다. 나는 김영하 작가가 젊을 적 친구들한테 그랬던 것처럼 그 친구에게 정리를 '당했다'.


친구가 나를 멀리하려한다는 느낌을 계속 받았지만, 나는 그 친구를 진심으로 좋아했고, 의지한 세월이 있어 애써 모른척해왔다. 소식이 없어도 안부를 전했고, 생일이나 축하할 일이 있으면 진심으로 내일처럼 기뻐했다. 하지만 타고난 예민함과 자신과 다른 성향…정확히 다른 처지의 사람과는 철저히 담을 쌓는 스타일의 친구, 친해질수록 그 사람에게 더 엄격하게 대하는 사람. 그녀가 그녀의 결혼한 친구들에게 그랬던 것처럼 나도 똑같이 결혼, 더 정확히 아이를 낳으며 정리를 당했다. 한두해 봤던 친구도 아니었고 워낙에 결혼과 출산에 거부감이 심한 친구였기에 정리당했다는 것을 알아차리는 건 어렵지 않았다. 그렇게 인간관계 정리하는 것도 여러번 봐왔던터였으니깐……


처음엔 서운하기도 했고, 이해해보려고도 했고, 분노도 했었다. 내가 널 얼마나 아꼈는데 너는 날 이런 취급하나했다가 내가 그동안 너무 그 친구한테 기댔나 , , 내가 오해했나 등등…머리속엔 오만가지 생각이 가득찼었고, 분노했었고, 그런 그녀가 괘씸했었다.


이런 분노를 다스리기 위해 명상을 하는데 갑자기 무언가가 떠올랐다. 아 맞다. 나 이 친구와 점점 멀어지면서 지금 신랑과 만났구나.


예전에, 이 친구와 서로 많이 기댔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친구가 예전과 다름을 느꼈다. 그땐 나 외로움이 최고조여서 사는게 참 우울했다. 그러다 이렇게 살지말고 내 마인드를 바꿔봐야겠다고 결심했다. 뭐든 긍정적으로 감사한 마음으로 살자고 했는데, 그런 마인드여서 그런지 그전엔 그렇게 안 되던 연애가 잘 풀렸고, 결혼을 했고 아이를 낳았다. 내가 어릴적부터 줄곧 바라왔던 일들이 이루어진 것이다.


김영하 작가 말대로 분명 맞지도 않은 친구들 성격 맞추느라 시간 낭비,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을 필요가 없이 자신에게 집중하라는 말은 나에게도 해당되는 말이다. 그동안 이 친구 눈치를 얼마나 봤던가? 우정이란 이름 아래, 난 나를 잃은 채, 내가 좋아하는 일도 하나 결정하지 못하는 바보가 되어있었다. 내가 조금만 내 자존감, 내 취향을 존중하는 사람이었더라면, 애당초 이런 관계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아예 그 친구와 더 가까워지지 않았겠지.


하지만 그런 친구가 있었기에 나를 돌아보기도 하고 이런 사람 저런 사람도 있구나라며 인생을 배우기도 한다. 그런 경험이 없더라면, 김영하 작가가 말하는

친구 무용론을 온몸으로 이해하지 못했을 것이다.


또한, 세상은 주는 것만큼 받지 못하고, 반대로 받은 만큼 돌려주지 못한다는 것도 깨닫지 못했을 것이다.


나와 많이 달랐던 그 친구 덕분에 나는 내 기분, 감정, 느낌을 그때 그때 내 배우자에게는 솔직히 드러내고 그와 이런 문제에 대해 싸우기도하고, 대화를 하기도 하며 사과와 다짐을 하기도 한다. 내가 참는게 능사가 아님을 이런 불편한 경험이 없었다면 나는 지금 나에게 정말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몰랐을 것이다.


그런 생각이 드는 순간 내 어두웠던 30대를 그 친구와  놓아주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내가 평소에 주저했던 모든 도전을 해보기로 마음 먹었다. 하나하나 해보고 있다. 힘들지만 성취감도 있고, 진정한 홀로서기를 하고 있다.


김영하 작가의 친구무용론에 대해 나는 나에게 더 집중하라는 의미로 해석하고 싶다. 친구를 만나지 말라는 얘기가 아니라 의미없는 만남에 시간 낭비하지말라는 의미. 나에게 좀더 집중한다면 그게 무엇이 되든 후회하지 않는 삶이 될것이라고 20대의 나에게 충고해주고 싶다.


인생사 별거 없다, 그때 뭐 좀 할껄하면서 껄껄껄 하며 인생살지말고 그떄그때 현실에 충실하며 살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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