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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훤한 숲 Oct 18. 2022

슬기로운 육아생활

수면교육 편

우리 집 딸둥이들은 이제 18개월이 되었다.

둘은 순한 편이긴 하지만, 육아는 하나든 둘이든 각기 다른 기본값이라는 게 있는 것 같다. 어리기 때문에 거쳐야 하는 것들이 있어서라고 해야 될까?


다행히 울 아이들은 요즘도 8시면 잠이 든다. 10개월쯤엔 겨울이었는데 그땐 6시~7시면 잠들었다. 일찍 자면 일찍 일어나는 건 당연지사. 우리 아이들은 5시면 눈을 떴다. 늦어봤자 6시…그런 때도 몇 번 없다는…


올빼미형인 나는 거의 반강제로 그 시간에 일어나야 한다. 아이들 재우고 육퇴 하고 나서 집안일 대강하고 미드 한두 편 보면 어느새 밤 12시.. 아 진짜 시간을 붙잡고 싶은 심정…


어쨌든 일찍 자주는 쌍둥이들 덕에 저녁은 오롯이 내 차지라 크게 불만은 없다.


 일찍 재우기 위해 나는 애들이 지금보다 더 어렸을 때부터 나름대로 수면 교육을 해오고 있다. 지금은 수면 의식을 하지 않아도 8시 반쯤이면 잠든다.


나는 임신 때부터 수면교육을 할 요량이었다. 쌍둥이 육아를 좀 더 편하게 하기 위해서 수면교육은 필수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수면교육은 생후 6주부터 시작했다. 그때는 딱히 수면교육이라고 할 건 없었다. 그냥 낮과 밤만 알려주자 싶었다. 낮은 좀 들썩들썩 소음도 들리게 하고( 너무 시끄러우면 안 되고 적당히) 밝게, 밤은 조용히 조명은 어둡게..


그리고 이맘때 아기들에게 필요한 건 먹놀잠 패턴 만들기. 먹고 바로 재우지 말고 공갈젖꼭지라도 물려서 재웠다. 이때는 패턴 만들기가 그리 어렵지 않았다. 6주면 그냥 먹 잠이었고, 좀 깨어있는 시간이 있으면 먹놀잠 패턴으로 했다. 잘 때 무조건 등 대고 재우기. 잘 때 되면 자장가 틀어주고 마사지도 하고 수면 관련 책도 읽어줬다. 18개월이 된 지금은 책은 평소에 읽어서 따로 읽어주지 않는다. 어릴 때는 목욕도 수면 의식에 넣었는데 아이들이 크다 보니 그걸 넣기가 애매해서 빼버렸는데 잘 자는 걸 보니 별 상관없는 거 같다. 그리고 수면 의식은 최대한 간단하게 하는 게 좋은 것 같다. 


백일 전후로 아이들이 깨어있는 시간이 늘어났을 땐, 수유 텀도 4시간 정도로 연장됐고, 밤에 통잠도 자서 규칙적인 일과를 만들어 주려고 노력했다. 과하게 한건 아니고, 간단하게 일어나면 수유하고 모빌 보고 놀다가 잠들고 뭐 그런 것들... 책에서 쓰인 것처럼 빡빡하게 하면 내가 힘드니깐 그냥 순서만 똑같이 하려고 노력했다. 오전엔 집에서 책을 읽어주거나 놀아줬으면 오후엔 밖에 나가서 산책을 하거나 이런 식으로. 또 이렇게 하는 게 애들이 하루 일과를 예측할 수 있어서 정서적으로도 좋다고 한다. 


수면환경도 사실 나는 처음부터 분리 수면을 하고 싶었다. 하지만, 집이 좁은 관계로 아이들만 둘 공간이 마땅히 없어서 결국 안방에서 같이 잔다.


처음에 아기 침대를 쓰다가 아기의 움직임이 커지고 무언가를 잡고 서려고 해서 범퍼 침대 두 개를 들였다. 그런데 둘이 침대를 따로 쓸 때는 수면 교육이 매우 잘 되었다. 수면 의식하고 애들한테 안녕하고 인사하고 나오면 애들은 알아서 잤다. 하지만, 10개월쯤 서로 침대를 넘어 다녀서 결국 침대를 하나로 합쳤는데... 결국 내가 같이 누워있게 됐다. 갑자기 크려고 그런 건지 어떤 건지 모르겠지만, 그 당시 애들은 재우려면 거의 매일 애들의 천둥번개와도 같은 울음소리를 들어야 했다. 심한 날은 내가 그 울음소리에 못 견디고 소리 지르며 뛰쳐나와 그대로 회사에서 야근하는 남편을 호출하기도 했다는... 지금 돌아보면 애들이 자기 패턴 찾아가느라 그랬던 것도 같고, 이가 나려고 해서 그랬던 것도 같다. 하지만, 하루 종일 혼자 쌍둥이를 봐야 했던 나는 정말 그 시간이 너무나도 못 견딜 정도로 괴로웠다. 하지만 18개월이 된 지금은 어린이집에 가서 열심히 뛰어놀아서 그런지 그렇게 울진 않는다. 자기 전 침대에서 점프를 하기도 하고, 여기저기 위에 올라가기도 한다. 물론 내 배에 올라가서 뛸 때도 있다. (애들한테 많이 맞는다는 걸 애 키우면서 알게 됐다는...) 


한창 수면교육이 안 먹힐 때 자료를 찾아보니, 우선 아이가 자러 들어갈 때 기분이 좋아야 잘 잔다고 한다. 그래서 잠자리에서 최대한 애들 기분을 좋게 해 주려고 노력했다. 예를 들어 잠자리에서 뛰어다니거나 옷장을 두드리거나 해도 크게 개의치 않았다. 최대한 웃어주려고 노력했다. 물론 불 끈 상태에서... 간지럼도 태우고 스킨십도 해주고 뭐 그렇게... 불빛이 있으면 손으로 그림자놀이도 해줬던 거 같은데 몇 번 되진 않는다. 내가 경험상 가장 좋았던 방법은 그냥 같이 자는 거다. 하루 종일 육아에 지친 나는 애들 재우면서 같이 누워 잠깐 눈 붙이고 나오면 방전된 체력이 살짝 채워져 육퇴 후 청소를 비롯한 집안일을 비로소 끝내고 잠자리에 들 수 있다. 


이 글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진 모르겠지만, 수면교육을 하면 육아의 질이 좀 낫다는 얘기를 하고 싶어 별거 아니지만 글을 남겨본다. 그리고 수면교육은 일찍 하면 할수록 덜 힘들다. 혹시 참고할 서적이 필요하다면, 나는 베이비 위스퍼러(난이도 하)와 똑게 육아(난이도 상)을 추천한다. 너무 그대로 하려고 하진 말고. 적당히 참고만 하길...육아는 애 바이 배(아시쥬?). 오늘도 힘든 하루를 보냈을 초보 엄마 아빠들에게 이 글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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