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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기란 Feb 18. 2016

갈색 어르신

노견을 입양하는 것에 대하여

정말로 개를 키우고자 결심하고 나면,
내가 원하는 개가 아니라 나에게 필요한 개가 온다.


아름다운 외향에 마음이 동하는 것은 진화적 관점으로 볼 때 본능에 가깝다. 지저분한 녀석보다는 깨끗한 녀석이, 아픈 녀석보다는 건강한 녀석이, 소심한 녀석보다는 생기를 띤 녀석이, 나이 많은 녀석보다는 어린 녀석이, 그리고 눈에 익숙한 품종의 외관에 보다 눈길이 가는 것이다. 


입양이라는 관문은 함께 살 것인가 아닌가의 단순 선택이었다고 한다면(절대 단순할 수 없는 선택에도 불구하고) 반려동물의 성별, 크기, 색이나 무늬, 생김새, 나이 등 그다음 관문은 많은 선택을 한 번에 주르륵 내려야 하는, 마치 허들 넘기와도 같은 관문이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어떤 선택은 조금 힘들게, 어떤 선택은 조금 수월하게 내려지기도 하는데, 그중에서도 단연 빠른 시간 안에 결정되어 다음으로 넘어가버리는 요소가 바로 ‘나이’이다. 


언뜻 생각하면 이 선택이 다른 선택지에 비해 수월한 것이 이해가 된다. 우리는 누구나 ‘죽음’과 가능한 먼발치에 서있고 싶어 하잖는가. 죽음에서 조금이라도 멀리 있는 존재를 택하는 것은 아무래도 긴 털이냐 짧은 털이냐 수컷이냐 암컷이냐 하는 결정보다는 수월한 선택 같아 보인다. 


하지만 분명히 '나이 듦'에는 이점이 존재한다. 나이 들어가는 것이 그저 죽음에 가까워지고 아름다움과 멀어지는 것 뿐이었다면, 진작에 자연은 많은 생물종들이 중년이나 노년을 맞기 전에 흙으로 돌아가도록 삶의 주기를 줄어놓았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이 ‘나이’라는 요소가 다른 선택들처럼 동등한 고심과 신중함을 누릴 수 있도록 ‘일화(story)’를 보태 보려 한다. 일화는 과학계에서 데이터의 한 유형으로 쓰이기도 한다. 비록 계측된 데이터들에 비해 과학적 데이터로서 영향력이 적지만, 쌓이고 모인 일화들은 그보다 더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기도 한다.




나는 입양 다음의 관문에서 수월하게 벗어나기 위해 몇 가지는 미리 결정을 내렸다. 털 빠짐이 적은 곱슬기가 있는 털을 소유한 녀석일 것, 나이가 1-2살로 어린 녀석일 것, 수컷일 것. 


직업 특성상 여행이 잦고 외국으로 장기간 나가 있을 수도 있기에 함께 다니려면 저 정도 조건이면 되겠다 싶었다. 수컷은 그동안 키워왔던 반려동물들이 어쩌다 보니 죄다 암컷이었기에 그저 궁금했다. 매주 토요일에 반려동물 입양 캠페인이 열리는 이태원. 줄잡아 스무 마리도 넘을 것 같은 녀석들 사이에 미동도 없이 덩그러니 앉아있는 갈색 개가 눈에 쑥 들어왔다. 


녀석은 딱 봐도 어르신이었다. 송곳니는 왼쪽에 2개밖에 없었고 뜨거운 여름 햇살 아래 열기를 내뿜는 혀 사이로 제대로 된 이빨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다른 녀석들은 개들을 돌보는 봉사자들에게 안아달라고 치근거리거나 바깥 외출로 들떠 눈과 코가 무척이나 바빠 보였지만 그 갈색 어르신은 방석 위에 덩그러니 앉아 그저 시간이 흐르길 기다리는 것 같았다. 


가까이에서 어린 강아지들 대소변을 치우느라 정신없는 봉사자에게 갈색 어르신의 이름을 물었다. “짜장이요. 나이는 4-5살 정도일 거예요.” 거 참, 딱 봐도 최소 6-7살 이상인데 왜 그리 나이를 후하게 쳐주시나. 나이 많은 개는 내가 찾던 개가 아니지. 그리고서 캠페인장을 한 바퀴 꼼꼼하게 돌고, 난 또다시 갈색 어르신 앞에 서있었다. “안아봐도 되나요?” 


갈색 어르신이 품 안에 내려졌다. 녀석을 좀 더 들여다볼 참이었는데, 순간 내가 개를 안고 있는지 물고기를 안고 있는지 헷갈릴 정도로 코에서 콧물이 어마어마하게 뿜어져 사방으로 흩뿌려졌다. “호.. 혹시 이 아이 아픈 아이인가요?” 흩뿌려지는 콧물 안개에 시야를 흐려가며 봉사자에게 물었다. “아닐껄요.” 


난 녀석의 얼굴을 찬찬히 들여다 보고팠는데, 촉촉하다 못해 흥건해져서 번쩍이는 까만 코만 멍하니 쳐다보다가 내 팔과 얼굴에 쉬지 않고 분사되는 콧물 안개를 맞으며 녀석을 다시 봉사자에게 돌려주었던 것 같다(알고 보니 녀석은 극도로 긴장하면 콧물을 쉴 새 없이 흘리는 버릇이 있었다).


그리고 3주 후, 갈색 어르신을 데려왔다. 다시 갔을 때에는 그나마 귀여워 보였던 목 주변 갈기털이 죄다 빡빡 밀려 녀석은 더 초라해 보였고, 케이지 안에 혼자 덩그러니 서 있는 바람에 더 존재감이 없어 보였다. 마지막으로 봉사자분들께 녀석이 많이 짖는 편이냐고 물어봤고, 모르긴 몰라도 겁이 많은 녀석이라 짖음이 심할 수도 있다고 대답을 해주었던 것 같다. 


녀석의 임시 이름은 ‘짜장’이었고, 마침 짜장이 이름과 참 잘 어울리는 성을 가진 남자친구의 성을 따 ‘손짜장’이라고 평생 쓸 이름으로 동물 등록을 했다. 


짜장이는 장모 치와와나 포메라니안 같은 체구가 작고 긴 털을 가진 종의 혼종견으로 추정되고, 염증이 심했던 관계로 왼쪽 위아래 송곳니 2개와 양쪽 아래 어금니 2개만 남긴 채 모두 발치되어 있었으며 왼쪽 눈은 희미하게 백내장이 시작되고 있었다. 중성화된 수컷이었고 어떤 병원에서는 추정나이가 7살이라 했고 어떤 병원은 10살이라고 했다. 


애초에 내가 미리 결정했던 것 중에 수컷이라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일치하는 게 없었다. 그런데 갈색 어르신이 자꾸만 아른거렸다. 그래서 녀석을 데려왔다.


내가 정말 개를 키우고자 결심하고 나면 내가 원하는 개가 아닌 나에게 필요한 개가 온다고 했던가. 


나는 우리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30대 초반의 미혼 직장 여성이고, 흔히 볼 수 있는 유형의 성격들을 마침 많이 가지고 있기에 입양을 결심하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성격과 동일시하며 검토해볼 수 있도록 성격에 입각하여 '성숙한 개'의 장점들을 알려주고자 한다. 


짜장이는 

조용하고 정적인 시간을 즐긴다.


나는 집에서 시간을 보낼 때에 대부분 딴생각을 하거나 그림을 그리거나 뜨개질을 하거나 책을 읽으면서 고요함을 유지한다. 오피스텔에서 시끄럽다고 민원 받고 쫓겨나는 건 아닌가 불안에 떨었던 게 무안할 정도로 짜장이는 숨소리 말고는 소리라곤 낼 줄 모른다. 태생이 조용한 성격이거나 짖는 것이 별로 이로울 것이 없다는 좋지 않은 경험 혹은 그저 삶의 경험이 쌓인 것 같다. 녀석이 목소리를 낼 때는 다른 개들이 근처에 와 자신에게 관심을 보일 때뿐이다. 


짜장이는 이천 마리가 넘는 개들이 함께 생활하는 경기도 외곽의 보호소, 그중에서도 약하고 작은 녀석들을 모아놓은 견사에서 생활했다. 헌데 그 곳에서 종종 집단 공격을 받았다고 했다. 몸집도 작고 이빨도 성치 않아 집단으로 덤벼들면 비명을 지르다가 사료에 입도 못 댄 채로 구석으로 쫓겨나 있곤 했는데, 이러다 물려 죽거나 굶어 죽지 싶어 구조자가 짜장이를 데리고 나왔다고 했다. 나이 들고 예민한데다 공격적이라 아무도 입양하지 않겠다고 하면, 그러면 자기라도 데리고 가야겠다 하는 절망적인 마음으로. 


함께 지내보니 짜장이는 나처럼 정적인 걸 좋아하고 잠이 많고 게으름을 수시로 실현해 보이는 녀석이었다. 오죽 귀찮으면 아침에 출근한 후에 밤늦게 퇴근하고 돌아와 보면 겨우 물그릇 수위만 조금 줄어있어 목이라도 축였구나 싶었고, 오줌도 참는 건지 정말 안 마려운 건지 내가 퇴근하고서야 몰아서 싸곤 했다. 정말 나와 닮았구나 싶었다.


짜장이는 

집안이 어질러져 있으면 

물끄러미 나를 쳐다본다.


나는 약간 정리벽이 있다. 그래서 한 번 정리해 놓은 물건들은 늘 제자리에 머물러 있는 편이다. 짜장이를 데려온 후 지금껏 내가 자리를 정한 물건의 위치에 짜장이가 자기 취향을 곁들이는 걸 본 적이 없다. 소파를 짜장이가 독식할 수 있도록 커다란 방석과 계단을 놓아주고 그 앞에 러그를 깔아준 이래 그보다 욕심내는 걸 보지 못했다. 하다못해 자기 발치 높이만한 선반에 둔 레고 피겨도 건드린 적이 없다. 


별로 장난감에 관심이 없고, 장난감이랍시고 관심을 가질 때에는 내가 뜨개질을 하려고 뜨개바늘(내가 쓰는 뜨개바늘은 두꺼운 코바늘로 뭉툭한 물건이다)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려고 붓을 집어들 때 정도이다. 그마저도 금세 흥미를 잃고 나를 쳐다보며 잠이 들기 일쑤다. 뜨개질하다가 잠꼬대하는 짜장이를 바라보거나 책을 읽다가 잠결에 몸부림치는 짜장이를 바라보면 그게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다. 


게다가 짜장이는 쓰레기통을 검사하거나 물건을 찢어발기는 짓에도 관심이 없다. 그저 가끔 택배나 장을 봐온 물건들을 늘어뜨려 놓으면 물끄러미 나를 쳐다볼 뿐이다. 나도 나 말고 정리를 대신해줄 누군가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치워지는 것을 구경하고 싶은데 각종 선반에 키가 닿는 게 나뿐이라 하는 수 없이 내가 정리한다.


짜장이는 

치근거림을 별로 참지 못하는 편이다.


나는 아이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편이고, 어린 강아지들도 귀여움이 한순간이다. 몸을 타고 오르고 옷을 잡아당기고 소리지르기 시작하면 귀여움은 여기서 끝, 이제 도망가고 싶어 진다. 


짜장이는 개들이 곁에 오거나 자신에게 관심을 보이는 것을 별로 탐탁히 여기지 않는다. 또한 그 탐탁지 않음을 특별히 숨기지도 않는다. 자신에게 다가오는 것이 느껴지면 벌써 입가에 성난 주름이 잡히기 시작하고, 낮은 으르렁댐으로 가까이 오지 말라는 신호를 보낸다. 


나이 든 개들은 그 신호에 눈길과 발길을 돌리지만 아직 사회성이 없는 어린 개들은 멋모르고 달려들곤 한다. 그런 녀석들에게 짜장이는 매너 교육이 아주 사정없다(나도 버릇없는 어린아이들에게 늘 그러고 싶었는데). 바로 목덜미나 주둥이, 특히 머리를 냅따 물어버린다. 


특히 덩치가 큰 개들은 지들 머리만 한 짜장이에게 물리고 나면 어이없어하며 반격할 만한데도, 짜장이에게 냅따 목이나 주둥이를 물리고 나면 꽁무니를 내뺀다. 아무리 봐도 짜장이는 보호소에서의 수많은 싸움 경력으로 선제공격 기술을 자신의 불패 테크닉으로 습득해 둔 듯하다. 그리고 그 기술은 거의 먹혀들었다. 셰퍼드고 핏불이고 진도고 내가 봐도 긴장이 되는 개들을 대번에 되돌려 보냈던 걸 보면 말이다. 


짜장이는 

과도하게 착한 척하지 않는다. 


나는 내 개가 타인들이게 무조건적으로 따뜻하게 굴기를 바라지 않는다. 중학교 때부터 키웠던 최초의 나의 개 재롱이는 사람이라면 그저 좋아했다. 그러다 보니 술 취한 아저씨한테 쪼르르 달려가 배를 뒤집었다가 밟힐 뻔한 적도 있고, 개를 무서워하거나 싫어하는 사람들이 소리를 지르게 만들기도 여러 번이었다. 그런가 하면 개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친척 어른들에게 다가가 애교를 피우다가 면박을 당하기도 했고, 그럴 때마다 나는 내심 배알도 없는 녀석을 나무라곤 했다. 녀석아, 그렇게 재롱 피우라고 재롱이라고 지어준 거 아냐 인마. 


그 나무람을 미리 전부 알아듣기라도 한 듯 짜장이는 낯선 사람들에게 먼저 다가가지 않는다. 그렇다고 공격적인 것도 아니다. 사람들이 다가와서 쓰다듬고 말을 걸면 지긋이 받아준다. 다만 냅다 안아 올리려고 하거나 덥석 잡아끌면 물어버릴 것처럼 겁을 준다. 실제로 물진 않지만 대부분 그런 경우 물린 것과 동등한 공포를 느껴서인지 짜장이에게 함부로 하지 않게 된다. 


난 그저 옆에 묵묵히 있다가 누군가 다가오면, 넌지시 짜장이가 무례함을 싫어하노라 알려주기만 하면 된다. 참 신기한 건, 짜장이가 아이들에게는 아주 많이 참아준다. 녀석은 나보다 좀 더 착한 듯 싶다. 


짜장이는 

시간이 흘러야만 

해결되는 것들을 안다.


나는 여행이 잦은 편이다. 짜장이를 처음 이동가방에 넣으려 했을 때 짜장이는 죽을 것처럼 몸부림을 쳤다. 그리고 미친 듯이 이동가방을 긁어댔다. 결국 이동가방은 힘에 못 이겨 아랫부분이 터졌고 한 번은 그 틈으로 짜장이가 뛰쳐나온 적도 있다. 


갇히는 걸 지독하게 싫어하는 짜장이를 보며 참 막막했는데 거짓말처럼 왔다 갔다 두 번쯤 KTX를 타보더니 별 것 없다는 걸 알았는지 그 뒤로 짜장이는 쥐 죽은 듯이 조용해졌다. 이동가방에 태우기 전에 볼 일만 보게 해 주면 2시간이고 3시간이고 짜장이는 이동가방 안에서 고요하게 기다린다. 옆자리가 아니면 내가 개를 데리고 탄 줄도 모를 정도이다. 


간혹 내가 가방을 열어 확인하면 짜장이도 고개를 쭉 뻗어 주변을 둘러보고 아직임을 판단하면 다시 이동가방과 혼연일체가 된다. 심지어 식당에서도 빼꼼 문만 약간 열어놓으면 그 틈에 고개를 턱 걸치고 내가 밥을 다 먹을 때까지 기다린다. 


이건 정말 ‘나잇살’ 아니면 느긋한 천성이라 설명하는 게 제일 그럴  듯해 보인다. 처음 데려올 때만 해도 사람만 보면 온 몸이 굳고 특히 남자만 보이면 비명을 지르며 도망치려고 했던 것과 견주어보면, 이러한 기다림은 짜장이의 농축된 삶에서 나온 판단이라고 여기는 것이 제일 합당하게 느껴진다.


제발! 날 여기서 나가게 해줘!!
아악~! 날 어디로 데려가는거야!!
오케이, 오케이. 그래 내가 또 못 먹는 음식이겠지.

시간을 흘려보내는 것에 감탄할 만한 일은 또 있다. 짜장이는 아침이 되면 내 입술을 핥아 나를 깨우는데, 처음 나를 깨웠을 적에는 시간이 새벽 6시 정도였다. 내 출근시간은 10시라 나는 빠르면 7시 늦으면 8시가 훌쩍 넘어서야 일어난다. 그래서 짜장이가 깨워준 뒤에도 반대쪽으로 고개를 돌리고 다시 잠을 청했다. 


그러자 짜장이는 계속해서 나를 깨우는 대신에 두세 걸음 정도 떨어져 엎드린 후 기다리는 것을 택했다. 잠이 다 깬 짜장이는 천장도 구경했다가 바깥도 바라봤다가 하며 대략 30분을 흘려보낸 후 다시 나를 깨우러 왔다. 짜장이는 무리한 재촉은 하지 않았다. 내가 또다시 고개를 돌리면 또 한 30분쯤을 기다릴 요량으로 몇 걸음 떨어져 털썩 누워 시간을 흘려보냈다. 짜장이가 나를 깨우는 시간은 차츰 미뤄지더니 요즈음은 내 평소 알람의 거의 20-30분 전이 되어서야 나를 깨운다. 


이 밖에도 성숙한 개들에서만 기대할 수 있을법한 훌륭한 장점들이 많지만 특별히 연륜에서 묻어나오는 특징들만 먼저 꼽았다. 벌써 다섯 번째 반려동물을 맞이함에도 불구하고, 나조차도 되도록 어린 녀석을 데려오려 했고, 그 저변에는 아름답고 귀여운 모습을 좀 더 보고 싶다는 욕심과 오랜 세월을 좀 더 공유하겠다는 욕심이 있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얻게 되는 장점들은 미처 잊어버리고 말이다. 


나는 어린 녀석들의 배변 훈련을 몇 개월에 걸쳐 진득하게 시켜줄 인내력이 더 이상 없고, 혈기왕성하고 호기심이 폭발하는 어린 감수성을 응대해 줄 만한 체력도 부족하다. 다른 생명과 함께 살기위해 서로 간에 타협은 필수적이나, 나에게는 그 타협이란 것이 매일 짧지만 산책을 시켜주고, 향이 강력한 음식을 먹을 때 쳐다만 보지 않도록 함께 먹을 음식을 따로 마련하고, 여행을 다닐 때에 불편하지만 개가 함께 갈 수 있는 시설을 찾고, 가끔은 러그나 방바닥에 오줌을 흘려도 그러려니 넘어가 주는 정도의 수준인 것이다.  


짜장이를 통해 이제야 그걸 깨달았다. 나에게 '맞는' 연령대의 개가 있다는 것을 말이다. '타고난' 성격도 분명히 있지만 나이가 들어야만 '갖춰지는' 성격도 분명히 있다. 내가 어떤 연령대의 개와 잘 어울릴지 조금 더 신중히 시간을 들여 생각해본 후 입양을 결정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한 가지 확신하는 것은, 개를 키울 준비가 된 '어른'들에게 어린 강아지보다는 성숙한 개가 더 좋은 동반자가 될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데려올 때는 분명 갈색 어르신이었는데, 지금은 사람들이 갈색 애기로 본다. 그리고 녀석은 옷만 입혀주면 꼭 한쪽 어깨만 툭 내놓곤 한다. 옷 입는 스타일까지 나와 꼭 잘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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