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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ennett Oct 30. 2023

투자 혹한기에
흑자를 내는 스타트업들의 공식

profit 높은 successful한 startup, I am 신뢰에요


시작하며


코로나 팬데믹 이후 글로벌 경제는 우크라이나 전쟁, 글로벌 금리 인상 기조로 인해 불확실성과 변동성이 높은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특히 한국은 고금리 기조와 미-중 무역 분쟁 등으로 인해 15개월 연속 무역수지가 적자를 기록하며 그야말로 사면초가의 상황에 빠졌습니다. 


이렇게 얼어붙은 경제 상황으로 인해 성장성만 인정받으면 적자 기업임에도 많은 투자를 받았던 스타트업들이 지금은 궁지로 내몰리고 있습니다. 스타트업들의 대표적인 자금 조달책이었던 벤처캐피탈은 지갑을 닫았습니다. 


최근 5년 간 상반기 벤처투자 현황 / 출처 - 대한경제


실제로 중소벤처기업부 자료에 따르면, 올 해 상반기 벤처 투자액은 4조 4,447억 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7조 6,442억 원)보다 약 42% 감소했습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고금리 기조를 유지되면서 현금 유동성이 원활하지 못한 스타트업들은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하거나 폐업에 이르고 있습니다.


실제로 ‘초(超)신선 돼지고기’를 내세우며 한때 기업가치가 2000억 원에 달했던 ‘정육각’은 작년 말 시리즈 D 투자를 받았음에도 많은 부채로 인해 사무실을 담보로 잡고 자금 조달을 해야할 정도로 어려움에 처했고, 에듀테크 기업인 ‘CLASS101’, 그리고 ‘오늘회’의 경우 현재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져 경영난에 빠져 있습니다. 또한 유명 크리에이터들이 소속되어 있는 MCN 1위 기업인 ‘SANDBOX’ 또한 적자를 감당하지 못해 지난 해 말 구조조정을 진행했습니다.


블리츠스케일링 프레임워크 / 출처 - ThePowerMBA


이전까지 대부분의 스타트업들은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의 성공 전략 중 하나로 이야기하는 블리츠스케일링(사업 초기부터 많은 자본금을 지속적으로 투자받아 공격적인 전략으로 사업을 확장시켜 나가는 경영 전략)을 시도했지만, 지금과 같이 고금리 경기 침체기에는 적당한 경영전략이 아닐 지 모릅니다.


하지만 이런 어려움 속에서도 내실을 다지며 흑자 전환에 성공하거나, 지속적으로 흑자를 내고 있는 스타트업들이 있습니다. 오늘은 이런 기업들이 어떻게 시장에서 살아남고 있는지, 기업들의 경영 전략을 살펴보며 흑자를 내는 기업들의 특징들을 살펴보고자 합니다.



가진 강점을 활용하기


스타트업들이 투자 혹한기를 견뎌내며 변화한 가장 큰 모습은 성장보다 수익에 집중하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이전에는 성장을 통해 기업의 규모를 키워왔지만, 적자 폭을 키우는 신사업은 과감하게 정리하고 기업이 가장 잘하는 본질에 집중하기 시작했습니다.


탈잉


대표적으로 작년 하반기 구조조정을 통해 고정비를 줄인 재능 공유 플랫폼 ‘탈잉(Taling)’은, 기존 B2C 중심의 교육프로그램과 함께 출판 산업에도 뛰어드는 등 교육 콘텐츠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하고자 했지만 결과적으로 지난 해 45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구조조정 이후 B2B 기반의 직무교육을 런칭하고, 더불어 기존의 교육 프로그램을 활용한 운동과 취미, 자기계발 등의 강의를 다른 기업의 사내 복지 프로그램과 연계하여 제휴를 맺는 등 이미 기업이 가지고 있는 강점을 기반으로 비즈니스의 질적 성장을 도모했습니다. 


그 결과 지난 해 45억의 영업 적자를 기록한 탈잉은 올 해 6월, 월 영업이익이 1억원을 돌파하며 창사 이래 최대 월 영업이익을 달성했습니다. 탈잉의 수익 모델에 대해 이전에도 지속가능성에 대한 의문이 있었지만 가지고 있는 강점을 살리며 새로운 비즈니스를 모색한 좋은 사례입니다.



AI 기술의 활용


의류 이커머스 플랫폼인 ‘에이블리(A-bly)’와 명품 커머스 플랫폼 ‘트렌비(TRENBE)’는 AI 기반 개인화 추천 알고리즘을 효율화하며 매출과 수익을 높이며 흑자 전환에 성공한 좋은 사례입니다. 구조조정을 통해 인건비를 줄이기보다 기술을 통해 적자를 극복한 사례로, 두 기업 모두 상반기에 손익분기점(BEP)을 달성하며 올 해 상반기 흑자 전환에 성공했습니다. 


에이블리


에이블리의 경우 지난해 영업적자가 700억 원에 달했지만, 자체적으로 개발한 개인화 추천 알고리즘을 올 해 3월부터 매 월 영업이익이 2배씩 성장하며 4개월 연속 흑자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에이블리는 보도자료를 통해 흑자 전환의 가장 큰 이유로 자체 개발한 AI 기반 개인화 추천 알고리즘을 흑자 전환의 주요 원인으로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사용자의 취향에 맞는 상품과 셀러들을 적극적으로 연결해줌으로써 매출 뿐만 아니라 월간 사용자 수(MAU)와 회원 수도 증가하며 수익의 지속성도 인정받고 있습니다. 특히 전통적인 패션 비수기로 불리는 6월에 흑자를 달성한 만큼 앞으로의 성장이 더욱 기대가 되는 모양새입니다.


트렌비


트렌비의 경우, 중고 명품 커머스라는 규모가 작은 시장에서 흑자 전환에 성공한 사례로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기존에 전 세계에서 운영하던 물류 시스템을 자동화하고 AI를 기반으로 한 진·가품 감정(인증) 기능을 통해 감정 인력을 최소화함으로써 고정비를 줄일 수 있었습니다. 


또한 마케팅 비용을 줄이는 대신 내부 고객에게 관심 상품에 대한 추천 알림이나 가격이 하락할 경우 팝업 메시지를 보내는 등의 맞춤형 CRM을 통해 비용 효율화를 꾀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투자를 받지 않아


스타트업이지만 투자를 받지 않고, 계속 기업의 힘을 기르며 규모를 키워온 스타트업도 있습니다. 한국인들에게 유명한 돈버는 만보기 ‘캐시워크’를 운영하는 ‘넛지헬스케어(Nudge Healthcare)’가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넛지헬스케어


넛지헬스케어는 창사 이래로 투자금을 한 푼도 받지 않은 스타트업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들이 만든 캐시워크는 다운로드 2천만 건을 기록하며 한국인 3명 중 1명이 사용할 정도로 인기 있는 앱 서비스로 월간 사용자 수가 600만 명에 달합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많은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들이 사업 지속성에 의문이 생긴 경우가 많았지만, 오히려 이 기업은 걷기를 통해 질병을 예방하는 것에 마케팅 포인트를 잡으며 안정적인 경영과 뚜렷한 수익 모델, 북미와 유럽 등 해외 서비스 런칭을 통해 2022년 약 793억 원의 매출과 106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하며 전년 대비 약 40%,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12% 증가하면서 성장을 가속화하고 있습니다.  



계획된 적자는 이제 그만


2020년 전후로 정말 많은 스타트업들이 시장에 등장했을 때 가장 많이 등장했던 용어 중 하나는 ‘계획된 적자’라는 말이었습니다. 특히 쿠팡이 자주 사용해서 유명해졌죠. 그동안 스타트업들은 미래의 성장을 위해 당장의 수익성은 잠시 내려놓고 시장 점유율을 확보해왔습니다.  


실제로 스타트업과 부채는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입니다. 적절한 레버리지는 사업을 단기간에 성장시킬 수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지금은 적자를 계획하기엔 너무도 시장 상황이 차갑습니다. 


위에서 언급한 흑자 전환에 성공한 기업들은 각자 자신의 강점들을 기반으로 비즈니스의 양적 성장이 아닌 질적 성장을 통해 경영 혁신을 추구했습니다.   


반대로 처음 언급했던 오늘회의 경우, 계획된 적자를 이야기했지만 유동부채를 관리하지 못했고 경영에 필요한 자본금이 충분하지 못해 벌어진 참사입니다. 이러한 사례를 되짚어볼 때 역설적이게도 투자 혹한기인 지금이야말로 창업자들은 경영자로써의 능력을 평가받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볼 수 있습니다.


좋은 아이디어와 좋은 기술은 투자금을 확보할 수 있는 필수요소입니다. 하지만 경영의 지속성 담보하는 필수요소는 아닙니다. 특히 투자 활황기에는 좋은 아이디어와 기술을 통해 일정 규모로 기업을 키워 대기업에 M&A를 노리고 창업을 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창업자들이 기업 경영자로 얼마나 뛰어난 역량이 있는 지를 평가받는 시기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어려움을 이겨낸 기업들은 다시 호황기가 오는 시점에 더 큰 성공을 일굴 것이라 확신합니다.



※ 이 글은 일본 비즈니스 뉴스레터 'KORIT'에 일부 수정하여 업로드 예정인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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